우리는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

2411 시즌 - 책 <작별하지 않는다>
이초록
2024-11-14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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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한 책이었다. 책을 덮은 후에도 아린 마음이 한참을 가시지 않았다. 작가는 책의 끝에 이 책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도대체 이 책 어디에 사랑이 있다는 걸까. 비통하고 참혹한, 깊은 고통밖에 없었는데.. 

독후감을 쓰려고 한참을 책을 뒤적거리고, 이런저런 내용을 썼다가 지웠다. 책의 감상을 적는 것이 왜인지 초라하게 느껴진다. 책 속의 고통이 단지 책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사무치도록 슬프다. 살아남은 다른 정심이 있을까, 갱도의 발굴 작업은 언제쯤 재개될 수 있을까. 민주주의를 되찾고도 심판하지 못한 수많은 가해자는 어떻게 된 걸까. 왜 우리는 이 정도밖에 하지 못했을까. 이렇게 아름아름 모른 체한 진실들은 얼마나 있으며, 어떻게 다 살펴볼 수 있을까. 이런 앎의 고통에 끝이 있을까. 

답답한 마음을 제쳐놓고, 다시 사랑을 찾아본다. 정심에게서 인선으로, 인선에게서 경하로. 못내 숨겨온 아픔을 서로 나누는 과정이 사랑인 것 같다. 평생 삼촌의 생사를, 하다못해 시신이라도 찾으려는 정심의 노력도 극진한 사랑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막냇동생이 혹여 물에 쓸려오지 않았을까 바닷가를 살피는 아버지의 행동도 사랑이고, 아픈 역사를 온전히 기록해 세상에 전달하는 인선과 경하의 행위도 분명한 사랑이다. 사랑은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돌보는 마음, 잊혀질 사람을 잊지 않으려는 의지, 그리고 다시는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다.

돌아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랑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되돌리는 기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깊은 상흔은 그대로 남아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기억하고 전달하는 것뿐이다. 결국, 우리는 사랑을 해야만 하고,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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