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오디세이아》의 환대가 나에게 던지는 질문
얼마 전 오랜만에 집안을 정리하다 문득 신혼 시절의 사진을 보다 기억이 떠올랐다. 단칸방 같던 첫 신혼집에 시댁 식구들을 모두 모셔놓고 손수 차려 대접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그리고 결혼 후 처음으로 마련한 내 집에서 친척들을 모아 함께 음식을 나누고 축하를 받던 날도 떠올랐다. 그 시절 내게 ‘손님 대접’이란 귀찮거나 번거로운 행사가 아니었다. 다만 ...
신에 대한 두려움과 인간에 대한 연민에 대하여
13권 드디어 귀향, 드디어 복수. 집에 다 왔을 때일수록 사고 조심하라더니 집에 와서도 신중하기를 7권 동안 하고 있다. 모험보다 재미있다. 언제 복수할 거야,..싶긴 하지만 손에 땀을 쥐는 전개. 바다 괴물이 나타날 것 같은 긴장감이 아니라 누가 알아볼까, 누구에게 들길까, 계획이 잘 될까 하는 긴장감이 흥미롭다. 그리고, 같은 상황에서 어떤 ...
천으로 지은 집, 그리고 오디세우스의 이타카
추석 연휴, 큰딸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았다. 서도호 작품전이 볼만하다는 소문에 기대감을 안고 간 길이었다. 딸아이는 이미 두 번째 보는 전시였지만, 엄마를 위해 기꺼이 동행해 주었다. 인터넷 예매가 어려워 무작정 미술관을 찾아 현장 예매 대기 줄에 섰는데, 딸아이가 "내가 서 있을 테니 엄마는 의자에 앉아 있어"라고 했다. 덕분에 현장 예매의 피...
위기에는 무엇보다 믿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오디세우스가 오랜 고생 끝에 이타카로 돌아와 아들 텔레마코스와 재회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두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그토록 감격한 이유가 단순히 20년 만에 만난 아버지와 아들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극복해야 할 위기가 눈앞에 닥친 시점에서, 의심할 여지 없이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자기편을 만났다는 사실이 더 근본적인 ...
폭력은 항상 확대 재생산 되는 것인가?
오뒷세이아 13~20권은 파이아케스인들의 도움으로 주인공이 그리던 고향 이타카에 도착하여 충실한 돼지치기와 아르고스를 만나 현지상황을 알게되고, 아버지를 찾는 여정을 마치고 어렵게 돌아온 텔레마코스와 재회하여 구혼자들에 대한 피의 살육을 기획하고 준비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는 자세하게 구현하지 못한 여러 인물들의 말과 행동 묘사를...
기백이 깃든 독후감
이타카에 도착한 오뒷세우스와 아테네 대화에서 “ ” 나는 너를 죽게 마련인 어떤 인간도 알아보지 못하게끔 만들 테다. 유연한 사지에서 고운 살갗을 시들게 할 것이며 머리에서는 황금빛 머리털들을 없애버리련다. 그리고 그런 것을 걸친 사람을 보면 진저리를 칠만큼 허름한 누더기를 입혀놓으마. 전에는 더없이 아름답던 네 두 눈도 침침하게 만들어놓을 거란다 “...
여정 속에서
이번 13~20권을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잠깐 달콤한 말에 유혹당하여 끝날 줄 알았던 일이 다시 초기화되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아테네처럼 오뒷세우스를 지지해 주고, 방향을 잡아주고, 도와주는 모습을 보니 부러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오뒷세우스를 생각해 주는 걸 보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응원을 해주는 사람들...
마음속 궁전 되찾기
한 사내를 보아라. 사내의 마음속 궁전에는 페넬로페가 그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페넬로페는 '어릴 적 순수함과 창의성'을 가진 자아(ego)이다. 이 페넬로페에게 구혼하는 염치없는 자들은 누군가? 그중 가장 유명한 구혼자를 말해보자면 '미디어', 'SNS', '성공', '돈', '인정'이 있다. 그들은 사내의 재산인 '시간'을 자신의 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