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로 지그재그 타기
Soki
2024-06-20 00:52
전체공개
책의 겉표지를 넘기니 흑백사진 속에서 매슈 크로퍼드가 나를 응시한다. 아니 약간 째려본다. 어라? 이 사람 프로필이 심상치 않다. 정치철학 박사 출신의 모터사이클 정비사라.. 내 호기심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소제목들도 범상치 않다.
프로필부터 심상치 않더니 프롤로그 역시 특이하다. 이렇게 긴 프롤로그도 흔치 않지만, 33페이지의 프롤로그에 내가 그은 밑줄만 수십 개. 다시 프로필로 돌아간다. 인터넷에서 작가 이름을 찾아보니 또 다른 책이 나온다.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부제는 ‘손으로 생각하기’. 이 사람의 머리 속 세상이 궁금하다. 고민 없이 즉시 구매. 읽던 책을 들어 다시 책장을 넘긴다.
글과 책은 저자의 상당 부분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고 믿는 편이다. 이 사람은 특이하다. 분명 머리 좋고 공부 많이 한 티가 팍팍 난다. 뾰족하고 명쾌한 글이 나오다가 단어 자체의 의미 해석에 분주한 글이 나오기를 반복한다. 필체도, 생각의 진행도 독특하다. 쉽게 읽히는 글이 아님이 확실하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 메모한, 내가 나에게 던진 질문들을 다시 본다.
- 기술이 우리의 주의력을 분산 시키는 주된 원인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기술과의 균형을 맞춰야 할까?
2.Crawford가 주장하는 '자율적 인간'의 조건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달성할 수 있을까?
3.현대 사회에서 주의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활동은 무엇이 있을까?
4.작가의 주장을 현대 사회에서 실현하려면 사회적, 정치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최근에 나는 많은 일들을 쳐내고 있다. 한다 라기 보다는 정말 쳐내기에 바쁘다. 하지만 내 성격 상, 하나하나 가능한 최선을 다한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하면 좋은 일, 새로운 일, 직업, 생활, 미래, 계획 등 너무 많아서 줄을 세워야 한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저자가 거론한 ‘지그’ 이론이 마음에 확 다가왔다. ‘자신의 환경에 대해 정보적으로 지그’ 하는 것. 목표를 위해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환경을 정리하고 재배치하는 지그. 바로 해봐야겠다.
주의력 결핍은 개인의 이슈 vs 사회구조적/환경의 이슈가 공존한다. 문제는 그 구분이 쉽지 않다는 거다. 해결책도 딱히 생각나지 않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작가의 창의력 빛나는 재정의와 비유의 가치는 빛이 난다. 특히, 주의력을 유한한 자원으로 보는 ‘주의력 공공재’ 개념은 반갑기까지 하다.
사회구조적/환경의 이슈로 봐야 하는 관점은 배움의 연속이다. 하지만 개인의 이슈 영역은 지금 당장이라도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내가 집중과 몰입을 잘 할 때와 못할 때를 종이에 써 본다. 꽤나 많은 부분이 명확해진다. 첫 째, 나를 알고 인정하기. 나라는 사람의 성향, 선호, 충동 포인트, 기피하는 것들에 따라 나의 내부 트리거가 작동함을 인식하는 게 시작인 것 같다. 둘 째,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기. 확실히 내가 즐겨하고 관심이 높은 것에는 산만함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단점 보완보다는 강점에 치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셋 째, 단점을 보완해주는 지그 개발.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감안할 때 필요한 일상의 물리적 장치들, 환경에 대한 재배치가 매우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쉽지 않은 책이지만, 이렇게 몇 가지는 매우 가치있게 다가오고, 새로운 액션플랜을 만들어 테스트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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