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을 되찾기 위한 ‘나’ 알기
이초록
2024-06-20 01:08
전체공개
쉽지 않은 책이었다. 처음에는 분명 주의력에 관한 이야긴 것 같았는데, 점점 철학과 정치에 관한 내용이 많아져서 사전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단어의 정의를 찾거나, 인물을 검색하느라 몰입해서 읽기가 어려웠다. 또, 책을 읽고 나서도 저자가 말하는 부분이 왜 주의력과 연결되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책을 앞뒤로 여러 번 뒤적거려야만 했다. 마지막 3부의 오르간 공방에 대한 부분은 처음에는 사물과 깊이 연결되었을 때 경험하게 되는 정체성 확장에 관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지나치게 산업화된 교육과 기술 우선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저자가 이야기한 ‘주의력 공공재’라는 개념이 매우 신선했고 깊이 공감됐다. 이제는 도시 전체가 거대 자본에 사유화되어서 어디 산속이라도 가지 않는 이상 고요함을 느끼기가 어렵다. 도시의 구성원으로서 편의성을 위해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주의력의 상실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고요함’의 공간과 시간을 지켜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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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개인의 ‘선호’를 신성시하고 진실한 자아의 신비로운 분출로 여겨 합리적 성찰의 대상에서 면제한다. 이러한 선호를 대상으로 과학에 기반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조작이 이러진다는 사실은 ‘자유시장’개념에서 가정하는 ‘선택하는 자아’의 이미지에 들어맞지 않는다.”
“우리는 개인의 ‘선호’를 신성시하고 진실한 자아의 신비로운 분출로 여겨 합리적 성찰의 대상에서 면제한다. 이러한 선호를 대상으로 과학에 기반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조작이 이러진다는 사실은 ‘자유시장’개념에서 가정하는 ‘선택하는 자아’의 이미지에 들어맞지 않는다.”
“현재의 역사적 상황에서 자유주의적 순수성은 공공심 결여나 마찬가지다.”
152p
광고하지 않음으로서의 광고
끊임없이 유튜브에 노출되는 광고 상품이 있다. 광고를 얼마나 돌리는지 유튜브 영상만 틀면 해당 광고가 나와서 대사까지 외울 정도다. 이렇게 공격적으로 광고하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어떤 상품은 공식 사이트에는 리뷰가 많은데 유튜브에는 리뷰 영상이 없는 일도 있다.
한 번은 화장품이 떨어져서 몇 가지 검색하다 호기심이 생기는 상품을 찾았다.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는데 사람이 몰려 몇 시간 만에 품절됐다는 상품이라고 했다. 사진 리뷰는 한정적이어서 유튜브에 올라온 리뷰를 검색하고 있었는데, 아주 짧은 광고용 쇼츠 외에는 리뷰를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호기심에 상품을 먼저 구매하고 말았는데 결과는 대실패였다. 나중에 알아보니 해당 분야의 유튜버에게 상품을 무료로 지급하거나 일정 금액을 선지급한 뒤,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영상을 올리지 않는 조건으로 광고하는 마케팅 수법이 있다고 들었다. 그 뒤로는 유튜버가 리뷰하는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줄었다. 이렇듯 내가 상품에 대해 접하는 정보는 쉽게 조작할 수 있고, 나로서는 해당 정보가 조작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다. 더 나아가 쏟아지는 광고에 휩쓸려서 어떤 상품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는 이유가 ‘대중’의 선호 때문인지(선호하는 리뷰를 잔뜩 봐서), 아니면 내가 원래 갖고 있던 ‘취향’ 때문인지도 헷갈린다. 요즘은 유튜브 알고리즘에 '세련된 취향을 위한 소비' 같은 영상이 자주 추천되는데, '세련'과 '취향', 그리고 '소비'라는 세 단어가 묘하게 어우러져 이제는 취향도 돈을 써서 유행을 따라가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상품에 대한 도덕, 윤리적 부재
개인의 선호를 맞추는 상품은 끊임없이 나오는데, 상품에 대한 도덕, 윤리적 검열은 더디기만 하다. 아니, 더디기만 한 게 아니라 때로는 방치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는 기증된 해부용 시신을 유료 해부학 강의로 ‘운동 강사’들에게 제공해 왔다는 기사를 보았다. 누군가의 항의로 다행히 강의는 취소되었다. 시신을 기증한 유가족의 심정이나 실습용 시신이 부족한 학생보다 고가의 강의료를 버는 게 왜 더 우선시 되었을까? 돈을 주고 사고파는 모든 것에 ‘상품’과 같은 가치를 두는 게 맞는 걸까? 수요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의 테두리를 교묘하게 외면하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불편한 감정이 든다. 다음에는 또 어떤 것을 사고팔게 될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이런 걸 제지할 수 있을까. 만약 특정한 상품에 대한 강력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면 그때는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 그때도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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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으로 살아가려면 세상에 대한 평가적 태도를 발달시키고 이를 토대로 삼아야 한다. 그러다보면 의견 대립을 겪을 수도 있고, 타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태도를 고쳐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거나 자신의 판단을 가치 있는 것으로 남에게 제시하지 않으면 아예 이런 발전이 일어날 수 없다.”
250p
타인과 대화하기
살면서 성격이 변하거나 가치관이 변하는 여러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데 나의 경우 모든 순간이 사람을 통해서였다. 함께하는 경험, 나눴던 대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인내심이 결국 변화를 만들었다. 때로는 상대방을 이해하기 버겁거나, 상대방을 설득시킬 자신이 없을 때가 있다. 내가 옳음을 증명해야 할 때도 있고, 내가 틀렸음을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이런 대화의 과정을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고, 금세 지쳐 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길 꺼리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필요하다고 설득하고, 체력을 기를 수 있도록 기다려주어야 한다.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은 나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과의 진솔하고 용기있는 대화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타인을 대한다는 것은 타인과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소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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