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넘겨준다는 것

더듬이
2025-04-06 05:58

지금 사람들은 글의 위력을 과소평가한다. 나는 그렇지 않아,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행동은 다른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라리가 글을 인류의 운영체계OS라고 말한 것은 정확히 옳다. 그 점을 파악한 AI(개발자)가 그걸 자기(AI)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데도 자신은 태연하다. 그런 AI를 잘 사용하기만 하면 되겠지, 라고 편리하게 생각하거나, 그러니 얼마나 좋아, 라며 오히려 반긴다. ‘잘 쓰기’ 위해서는 자신이 읽기와 쓰기를 통해 말과 글을 제대로 배우고 익히고 발전시켜 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알고 있다면서도 충분히 진지하게 여기지 않거나 진지하게 여겨도 그에 따른 수고는 기피한다. 이미 평소 시선과 함께 무엇이 중요하지 식별하는 데 필요한 주의를 쉽게 내주는(자신이 제어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황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더글라스 호프스태터가 점점 고된 학습의 동기 자체를 잃어 가는(=부여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나고 자라는) 젊은 세대를 다분히 반어법적으로 “여러분은 참 좋겠소“라고 부러워한 것을 당사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흘러간 시대 꼰대의 라테 이야기라며 오히려 측은히 여길까.
”이 좋은 것이 다 여러분을 위한 것“이라고 떠벌이며 다가오는 사람은 너무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다. 대개 안주머니에 다른 계산서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잘못을 적극적으로 (그것도 지속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점점 타협하거나 미끄러진 끝에 어딘가에 이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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