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를 묻다
2025-04-17 12:51
최근 동네 천변을 따라 유리 난간이 설치되었다. 천변풍경을 가로막지 않으면서 추락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방책이었던 것 같다. 한 주 사이 비슷한 지점에서 죽은 참새를 벌써 세 명(命)째 발견했다. 나란히 죽어있던 두 참새를 묻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자리에서 또 다른 참새를 발견했다. 참새를 가만히 들어 손바닥에 올렸는데 너무나 가벼웠다.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작은 몸으로 있는 힘껏 비상하면서 유리창에 세게 부딪친 듯 고개가 꺾여있었다. 한 손에 참새를 얹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게 다른 손으로 그 위를 살짝 덮었다. 천변으로 내려가 흙을 파고 풀 몇 가닥을 꺾어 바닥을 살포시 덮은 뒤 참새를 눕혔다. 그 위로 흙을 덮은 뒤 옆에 피어있는 냉이꽃을 꺾어서 올려놓았다. 티끌없이 깨끗한 유리난간을 설치하는 데 참새의 안전에 대한 배려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불평만 하는 건 언제나 쉽고 달콤한 일, 동시에 문제에 가담하는 일이지. 아침에 시청에 전화를 걸어 시정 조치를 부탁했다. 민원이 잘 접수되었다는 답변 문자를 받았다. 변화가 있을 때까지 다른 목숨이 상하는 일이 없길 바라본다.
댓글
까치가 아마도 새 집의 재료로 쓸 모양인지 적당한 길이의 마른 나뭇가지를 용케 찾아 입에 물고서 이륙해 날아갈 때 보면 평소 비행 모습에 비해 좀 힘겹게 날개짓도 더 자주 하고 고도도 좀 낮게 날아가는 것을 봅니다. 새라는 종이 공중의 삶에 뜻을 두고 되도록 높이 멀리 자유롭게 날기 위해 전신의 무게를 얼마나 가볍게 진화시켜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명은 무게 순이 아니겠지요. 같은 자리에서 세 사람이 죽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