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잡생각

초록
2025-04-24 07:51

#영산홍
어제 동백이 만개한 데 이어 오늘 아침엔 영산홍이 별처럼 피었다. 둘 다 붉은 계열이지만 동백은 말 어감대로 짙은 빨강, 영산홍은 곱고 화사한 붉음이다. 물이 오른 초록 잎들 사이에서 생기 넘친 작은 얼굴들. 보고만 있어도 생기가 내 몸으로 전해져 오는 것 같다.

#순간의 선물
그제 저녁 해질 무렵 당산대교를 지나는 버스를 타고 오다가 창밖으로 붉게 물드는 한강 수면 위 노을에 넋을 잃다. 이런 것을 누릴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저 모든 감각을 열고 향유하고 음미할 뿐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다.

#노력
노력만이 유일하게 인간 자신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의 것은 모두 받았거나 주어진 것이므로. 노력의 결과로 빚어지는 윤곽이 영혼이다. 

#자동화
모든 것이 자동화의 물결이 휩쓰는 시대에도 스포츠는 성역이다. 왜 스포츠 경기에는 로봇을 쓰지 않을까? (로봇끼리 겨루는 경기 대회는 별개다.) 왜 운동 경기에는 로봇은 물론, 선수들에게도 약간의 증강성 도구나 장비 기계나 약물마저 엄금할까? 그랬다면 팬들의 비난이 쇄도할 것이고 그 경기는 외면받을 것이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라. 왜 예술가들의 경연장은 AI 봇에게 함부로 훼손되고 희생되어야 할까?

#도구
노예를 집으로 들여 부린다. 단순하고 쉬운 일부터 점점 복잡하고 힘든 일까지. 마당을 쓸게 하고 빨래를 시키고 요리를 시키고 안방 청소를 시키는 데서 나아가 금고를 맡기고 손님을 상대하고 하고 아이들을 맡기고 아내/남편을 맡기기에 이른다면? 그 '주인'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인간이 어떤 필요에 의해 만든 도구가 주인 행세를 하는 경우가 있다. 점점 빈번해지고 강력해진다. 제도도 그렇다. 회사가 그렇고 국가가 그렇고 자본이 그렇다. 거래와 보관의 편리를 위해 만든 상징적 물건이 대행자를 통해 사람을 부리고 그 위에 군림한다.

#글쓰기의 두 얼굴
노역으로서 글쓰기가 있고, 자기 표현이자 즐거움으로서 글쓰기가 있다. 전자는 고역이 되기 십상이고, 후자는 열락에 이를 수도 있다. 전자는 예속의 글쓰기이고 후자는 해방의 글쓰기다. 전자는 대개 어떤 외부의 요구나 필요에 의한 것이지만 후자는 자발적인 자유의 행사와 선택과 권리로 존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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