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의 인사
2025-05-16 07:55
산책길 저편 구석에 한 무더기 초록 잎들 사이로 작은 흰색 꽃이 귀엽게 피어난 것을 봤다. 가운데 노란 술도 살짝 보인다. 손톱만 한 꽃잎이 4-5장쯤 될까, 해맑고 단정해서 곱다. 검색해 보니 찔레꽃이다. 글이나 노래 가사로만 듣고 어떤 꽃인지는 확인해 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꽃은 꽃대로 보고도 무심히 지나쳤던 것을 오늘에야 실물과 이름을 한묶음으로 알게 되다니.
왜 찔레인가 봤더니 장미과 식물이어서 가지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단다. 먼발치에서 봐서 그것까지는 확인을 하지 못했다. 찔레라는 말이 가시 때문에 찔리기 쉽다는 데서 나온 것쯤은 쉽게 짐작이 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찔레꽃 이름에 얽힌 민담이나 전설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 '갈매기살'처럼 내가 한번 그럴듯하게 지어내서 퍼뜨려볼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누군가는 이것도 AI에게 시킬지도 모르겠다. 아마 천연덕스럽게 잘 지어낼 것이다. 거절을 못하고 모르는 체를 못하니까.) 절기에 맞춰 갖가지 꽃들이 마치 순서를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 차례로 피어나는 모습이 참 대견하고 감사하다. 그 다음엔 또 무슨 꽃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 것도 계절을 넘어가는 즐거움의 하나다.
이른 아침 새들의 지저귐도 이 정도의 가랑비쯤은 아랑곳없다. 잠에서 깬 뒤 요란하게 노래하는(아침에 '울어대는'이란 표현은 좀 아닌 것 같다가도 배고프니 밥 달라고 울어대는 어린 새들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새 소리를 듣다 보면, 내가 기분 좋을 때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콧노래를 떠올리게 된다. 새도 딱히 어떤 목적이 있거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상쾌한 아침을 맞는 기분이 좋아서 성량껏 기교껏 지저귀어 보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원래 주어진 생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찬미하게 되어 있는 것 아닌가.
언젠가 직장의 한 동료가 나보고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선배님은 무슨 노래인지 음을 작게 흥얼거리고 있을 때가 많아요.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는데, 그 뒤로 내가 정말 그런가 한 번씩 자기 점검 같은 걸 해보는 버릇, 까지는 아니고 암튼 그런 게 생겼다. 나나 남에게 해가 되는 나쁜 버릇이라면 모를까 고성방가가 아닌 다음에야 작은 콧노래쯤은 누가 듣더라도 애교로 봐줄 만할 테니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 음악을 자주 듣기도 하고, 좋은 멜로디를 떠올리거나 소리를 내볼 때가 많은 건 사실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공명이기도 하고.
이 아침에 어울리는 곡을 가만히 듣는다. 이럴 때는 함부로 흥얼거리지 않는다.
왜 찔레인가 봤더니 장미과 식물이어서 가지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단다. 먼발치에서 봐서 그것까지는 확인을 하지 못했다. 찔레라는 말이 가시 때문에 찔리기 쉽다는 데서 나온 것쯤은 쉽게 짐작이 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찔레꽃 이름에 얽힌 민담이나 전설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 '갈매기살'처럼 내가 한번 그럴듯하게 지어내서 퍼뜨려볼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누군가는 이것도 AI에게 시킬지도 모르겠다. 아마 천연덕스럽게 잘 지어낼 것이다. 거절을 못하고 모르는 체를 못하니까.) 절기에 맞춰 갖가지 꽃들이 마치 순서를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 차례로 피어나는 모습이 참 대견하고 감사하다. 그 다음엔 또 무슨 꽃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 것도 계절을 넘어가는 즐거움의 하나다.
이른 아침 새들의 지저귐도 이 정도의 가랑비쯤은 아랑곳없다. 잠에서 깬 뒤 요란하게 노래하는(아침에 '울어대는'이란 표현은 좀 아닌 것 같다가도 배고프니 밥 달라고 울어대는 어린 새들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새 소리를 듣다 보면, 내가 기분 좋을 때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콧노래를 떠올리게 된다. 새도 딱히 어떤 목적이 있거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상쾌한 아침을 맞는 기분이 좋아서 성량껏 기교껏 지저귀어 보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원래 주어진 생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찬미하게 되어 있는 것 아닌가.
언젠가 직장의 한 동료가 나보고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선배님은 무슨 노래인지 음을 작게 흥얼거리고 있을 때가 많아요.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는데, 그 뒤로 내가 정말 그런가 한 번씩 자기 점검 같은 걸 해보는 버릇, 까지는 아니고 암튼 그런 게 생겼다. 나나 남에게 해가 되는 나쁜 버릇이라면 모를까 고성방가가 아닌 다음에야 작은 콧노래쯤은 누가 듣더라도 애교로 봐줄 만할 테니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 음악을 자주 듣기도 하고, 좋은 멜로디를 떠올리거나 소리를 내볼 때가 많은 건 사실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공명이기도 하고.
이 아침에 어울리는 곡을 가만히 듣는다. 이럴 때는 함부로 흥얼거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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