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입에 물린 가지 (ver. 0.7)
2025-05-19 07:22
까치가
가지 한입 물고 간다
나도 그렇게
문장에 줄 그은 적 있다
존재의 집 지으려고
***
생물학적인 생이 있고 생각의 체로 걸러진 삶이 있다. 체의 눈이 촘촘할수록 생의 많은 것을 삶의 영토로 길어 올 수 있다.
창가에 모여 있는 작은 화분 다섯 개 중에서 카랑코에 화분이 유독 늠름하다.
다른 꽃들은 이미 졌거나 시들해진 중에도 녀석(이라고 불러도 될까? 왠지 남성적 기운이 느껴진다)은 (이미 꽃은 진지 오래여도) 푸른 가지와 잎이 힘차게 뻗어나와 천년 만년이라도 살아갈 기세다.
그때 극장 휴게실에서 총총 다가와서 이 꽃을 팔았던 '모바일 꽃장수'의 미소 띤 얼굴이 함께 떠오른다.
놀라워라.
식물 하나의 생명력이 그것에 이어져 있던 고운 기억까지 수명을 이어가게 하다니.
마을 한가운데 심은 은행나무가 그런 역할을 하는 거겠구나.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나무.
그런 나무를 함부로 베어낼 수가 있을까.
어떤 특별한 시작의 날, 시작한 것이 길이길이 지속되기를 기원하는 날, 푸른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데는 그런 뜻이 있겠구나.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적어도 한 차례 바다를 동경한 동물이 있었다. 하늘을 동경한 동물도 있었다. 이제 어떤 동물은 식물을 동경하기 시작한다. 동물은 식물에겐 없는 발과 다리를 자랑하지만 식물에겐 동물에겐 없는 뿌리가 있다. 뿌리를 내리지 못한 동물에게 식물은 축이 되고 닻이 된다.
깨달음은 가지처럼 이어진다.
살면서 이어졌다 끊어지는 관계와 관계들.
바라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관계, 원치 않았지만 이어지는 관계, 뜻하지 않은 아픔과 슬픔을 낳는 관계, 뜻밖의 기쁨을 주는 관계,
그 사이에 자리 잡은 이런저런 두께와 무게의 관계, 관계들..
우주 무중력 공간에서 두둥실 떠다니는 운석들이 서로 닿을 듯 스쳐 지나는 장면처럼, 알게 되었다가도 무슨 이유에선가 멀어져 간 사람들이 불현듯 생각난다.
인생은 도보 여행 같다는 생각에 이른다.
좋음을 향해 걷다 보면 같은 쪽을 향해 가는 사람을 반드시 만나게 된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허다한 증언들과 보잘것없지만 분명했던 그간의 체험을 근거로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 걸음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어 있고 또 눈덩이처럼 단단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향하는 것이 진정으로 좋음(좋은 것)인지 살피고 또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내가 뭘 알았겠는가, 내가 뭘 알았겠는가
사랑이 행하는 엄하고도 외로운 직무에 대해
/로버트 헤이든, '그 겨울의 일요일' 마지막 2행
가지 한입 물고 간다
나도 그렇게
문장에 줄 그은 적 있다
존재의 집 지으려고
***
생물학적인 생이 있고 생각의 체로 걸러진 삶이 있다. 체의 눈이 촘촘할수록 생의 많은 것을 삶의 영토로 길어 올 수 있다.
창가에 모여 있는 작은 화분 다섯 개 중에서 카랑코에 화분이 유독 늠름하다.
다른 꽃들은 이미 졌거나 시들해진 중에도 녀석(이라고 불러도 될까? 왠지 남성적 기운이 느껴진다)은 (이미 꽃은 진지 오래여도) 푸른 가지와 잎이 힘차게 뻗어나와 천년 만년이라도 살아갈 기세다.
그때 극장 휴게실에서 총총 다가와서 이 꽃을 팔았던 '모바일 꽃장수'의 미소 띤 얼굴이 함께 떠오른다.
놀라워라.
식물 하나의 생명력이 그것에 이어져 있던 고운 기억까지 수명을 이어가게 하다니.
마을 한가운데 심은 은행나무가 그런 역할을 하는 거겠구나.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나무.
그런 나무를 함부로 베어낼 수가 있을까.
어떤 특별한 시작의 날, 시작한 것이 길이길이 지속되기를 기원하는 날, 푸른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데는 그런 뜻이 있겠구나.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적어도 한 차례 바다를 동경한 동물이 있었다. 하늘을 동경한 동물도 있었다. 이제 어떤 동물은 식물을 동경하기 시작한다. 동물은 식물에겐 없는 발과 다리를 자랑하지만 식물에겐 동물에겐 없는 뿌리가 있다. 뿌리를 내리지 못한 동물에게 식물은 축이 되고 닻이 된다.
깨달음은 가지처럼 이어진다.
살면서 이어졌다 끊어지는 관계와 관계들.
바라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관계, 원치 않았지만 이어지는 관계, 뜻하지 않은 아픔과 슬픔을 낳는 관계, 뜻밖의 기쁨을 주는 관계,
그 사이에 자리 잡은 이런저런 두께와 무게의 관계, 관계들..
우주 무중력 공간에서 두둥실 떠다니는 운석들이 서로 닿을 듯 스쳐 지나는 장면처럼, 알게 되었다가도 무슨 이유에선가 멀어져 간 사람들이 불현듯 생각난다.
인생은 도보 여행 같다는 생각에 이른다.
좋음을 향해 걷다 보면 같은 쪽을 향해 가는 사람을 반드시 만나게 된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허다한 증언들과 보잘것없지만 분명했던 그간의 체험을 근거로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 걸음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어 있고 또 눈덩이처럼 단단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향하는 것이 진정으로 좋음(좋은 것)인지 살피고 또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내가 뭘 알았겠는가, 내가 뭘 알았겠는가
사랑이 행하는 엄하고도 외로운 직무에 대해
/로버트 헤이든, '그 겨울의 일요일' 마지막 2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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