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커피점 테라로사가 새로 문을 열었다. 요즘은 가게마다 키오스크가 없는 곳이 드문데 이곳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 아침 스타벅스가 그동안의 방침을 바꿔 우리나라 매장에 키오스크를 두기로 했다는 뉴스를 본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고 대화할 일은 점점 줄어만 간다.
테라로사 매장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테이블 간 간격이 공간을 낭비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널찍널찍하다는 것. 여유 공간이 넓은 것은 좋은 일이다. 이른 아침 산책 때도 기분이 좋은 한 가지 이유는 인적이 드문 숲의 여유 있는 공간이 열어 주는 마음의 여유다.
유럽 도시에는 오랜 숲과 공원이 많다. 도쿄에도 가 보니 우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공원이 많아 무척 부러웠다. 미국은 언젠가 연방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의 국립 공원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도시와 멀어져 숨을 돌릴 여유 공간을 마련해 줬다. 오래 전 요세미티 공원을 처음 갔을 때 그것만으로도 미국이 천국 같아 보였다.
도쿄에는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난 명소가 있다. 가서 보니 작은 개울을 따라 난 길인데, 일본의 철학자가 자주 걸었던 산책길이라고 했다. 나는 지금 내가 다니는 길이 그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요란하고 부산한 세상 속에서 다시 하루를 보내기 전 잠시 거리를 두고 느릿느릿 숲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이번 대선에 나온 어느 후보는 '압도적'이라는 수식어를 캐치 프레이즈처럼 앞세우는 모양이다. 그 '압도적'이라는 말이 내 목을 조여 오는 것만 같아 싫다. 그렇지 않아도 인공적인 소음이며 빛이며 스크린 공해가 수시로 사방을 압도해 오는 것 같아 나는 되도록이면 피하고 차단하고 적정 거리를 두려고 애쓰(지만 고전하)는 중이다. 간혹 극장에 갔을 때도 영화가 시작되기 전 광고의 영상과 음향과 메시지가 나를 말 그대로 압도해 오는 것 같아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갈수록 모든 주체들이 서로 서로 힘으로 압도하려는 끝 모를 싸움에 뛰어든 것만 같다.
'압도적'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남을 넘어뜨리고 눌러 버릴 만한'이라고 나온다.(그 ‘똑똑하다’는 후보는 말뜻을 사전에서 한 번쯤 찾아보기는 했을까?) 왜 목이 조여 오는 느낌이 드는지 알겠다. 이종격투기나 전쟁에서나 쓸 법한 말 아닌가. 하기야 정치와 선거가 총성 없는 전쟁이자 무례와 무도의 정글이 된 지 오래니.
'압도적'의 반대말은 '남을 일으켜 주고 받쳐 줄 만한' 쯤 될까.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서로의 자율, 그것을 위한 조건에 대한 배려와 돌봄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용기는 선(좋음)을 따르고 기꺼이 복종할 줄 아는 능력이다.
테라로사 매장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테이블 간 간격이 공간을 낭비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널찍널찍하다는 것. 여유 공간이 넓은 것은 좋은 일이다. 이른 아침 산책 때도 기분이 좋은 한 가지 이유는 인적이 드문 숲의 여유 있는 공간이 열어 주는 마음의 여유다.
유럽 도시에는 오랜 숲과 공원이 많다. 도쿄에도 가 보니 우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공원이 많아 무척 부러웠다. 미국은 언젠가 연방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의 국립 공원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도시와 멀어져 숨을 돌릴 여유 공간을 마련해 줬다. 오래 전 요세미티 공원을 처음 갔을 때 그것만으로도 미국이 천국 같아 보였다.
도쿄에는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난 명소가 있다. 가서 보니 작은 개울을 따라 난 길인데, 일본의 철학자가 자주 걸었던 산책길이라고 했다. 나는 지금 내가 다니는 길이 그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요란하고 부산한 세상 속에서 다시 하루를 보내기 전 잠시 거리를 두고 느릿느릿 숲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이번 대선에 나온 어느 후보는 '압도적'이라는 수식어를 캐치 프레이즈처럼 앞세우는 모양이다. 그 '압도적'이라는 말이 내 목을 조여 오는 것만 같아 싫다. 그렇지 않아도 인공적인 소음이며 빛이며 스크린 공해가 수시로 사방을 압도해 오는 것 같아 나는 되도록이면 피하고 차단하고 적정 거리를 두려고 애쓰(지만 고전하)는 중이다. 간혹 극장에 갔을 때도 영화가 시작되기 전 광고의 영상과 음향과 메시지가 나를 말 그대로 압도해 오는 것 같아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갈수록 모든 주체들이 서로 서로 힘으로 압도하려는 끝 모를 싸움에 뛰어든 것만 같다.
'압도적'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남을 넘어뜨리고 눌러 버릴 만한'이라고 나온다.(그 ‘똑똑하다’는 후보는 말뜻을 사전에서 한 번쯤 찾아보기는 했을까?) 왜 목이 조여 오는 느낌이 드는지 알겠다. 이종격투기나 전쟁에서나 쓸 법한 말 아닌가. 하기야 정치와 선거가 총성 없는 전쟁이자 무례와 무도의 정글이 된 지 오래니.
'압도적'의 반대말은 '남을 일으켜 주고 받쳐 줄 만한' 쯤 될까.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서로의 자율, 그것을 위한 조건에 대한 배려와 돌봄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용기는 선(좋음)을 따르고 기꺼이 복종할 줄 아는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