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어느 순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마음 상태가 오래 가기는 어렵다. 독서를 습관으로 만들면 마음이 자주 움직인다. 고여 있지 않는다. 그것이 사람에게 (무엇보다 일상의 변화, 그러니까 책이라는 특별한 사물을 마주하고 내 정신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몰입하는 시간이 일상의 어느 귀퉁이에라도 버젓이 한자리를 차지하는 변화가 선행하면서) 천천히 하지만 분명한 변화를 낳는다. 한번 일상에 자리 잡으면 집 앞마당에 심은 든든한 한 그루 나무처럼 내면에 균형과 질서를 부여해 마음의 정원을 푸르게 푸르게 한다.
어릴 적 꿈이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나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초등학교 시절 어른들이 (대개는 어린 아이만 보면 재미 삼아 그러듯이)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당돌하게 그렇게 답했다고 한다. 아마 그맘때, 이 역시 주변 어른들로부터 주워들은 이야기나 텔레비전에서 본 것 따위를 토대로 한 것이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대통령 같아 보이니까, 무작정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던 모양이다. 대통령까지는 모르겠지만, 철이 들면서 어떻게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은 기특하게도 꽤 진지하게 한 것 같다.
그 생각을 해 보다가 나중에는, 세상에 도움이 되려면 우선 내가 그 정도로 좋은 사람, 세상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사실은 무지하게 어려운, 거의 넘사벽에 가까운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게다가 세상을 알면 알수록 도대체 뭐가 '좋은 사람'인지, 어떤 게 '좋은 세상'인지, 그걸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그게 가능하기는 한 건지, 가능할 것 같지 않으면 그냥 포기하는 게 좋을지, 그걸 포기하고 나면 뭘 할 수 있을지, 그게 포기해도 되는 건지, 포기가 되기는 하는 건지,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점점 많은 것들이 확실치가 않았다. 책을 읽으면 알 것도 같다가 세상을 보면 또 다시 미궁에 빠지는 일이 반복됐다. 급기야 내 한 몸뚱이를 잘 지탱하고 살아내는 것만 해도 만만찮은 숙제로 느껴지기에 이르렀다.
사실은 지금까지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나는 여전히 미숙하고 무지하고 실패와 잘못을 반복한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에 비춰 보자면 나는 아직 '수신'의 관문도 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하게 알게 된 것은 있다. 내가 미숙하고 모자란 만큼이나 세상에는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이 많고, 다행히도 내게는 언제든지 그것들을 기꺼이 배우려는 열의가 있고, 그것들을 배웠을 때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독서는 나의 더할 나위 없는 반려가 되어 준다. 못난 나를 어떤 잘난 사람, 완성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모자란 부분을 나무라지 않고 격려하듯 알려주고 끈기 있게 계속해서 노력할 수 있게 해 준다.
나의 어떤 것을 보더라도 과분한 선물임에 분명한 이 모든 것에 감사한다.
아침 일찍 투표를 하고 왔다. 작년 12월 3일 폭거가 있은 다음 날부터 이 날을 기다려 왔다. 묵은 때, 새로 낀 때 모두 모두 청소됐으면 좋겠다. 새로운 기운으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릴 적 꿈이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나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초등학교 시절 어른들이 (대개는 어린 아이만 보면 재미 삼아 그러듯이)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당돌하게 그렇게 답했다고 한다. 아마 그맘때, 이 역시 주변 어른들로부터 주워들은 이야기나 텔레비전에서 본 것 따위를 토대로 한 것이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대통령 같아 보이니까, 무작정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던 모양이다. 대통령까지는 모르겠지만, 철이 들면서 어떻게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은 기특하게도 꽤 진지하게 한 것 같다.
그 생각을 해 보다가 나중에는, 세상에 도움이 되려면 우선 내가 그 정도로 좋은 사람, 세상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사실은 무지하게 어려운, 거의 넘사벽에 가까운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게다가 세상을 알면 알수록 도대체 뭐가 '좋은 사람'인지, 어떤 게 '좋은 세상'인지, 그걸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그게 가능하기는 한 건지, 가능할 것 같지 않으면 그냥 포기하는 게 좋을지, 그걸 포기하고 나면 뭘 할 수 있을지, 그게 포기해도 되는 건지, 포기가 되기는 하는 건지,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점점 많은 것들이 확실치가 않았다. 책을 읽으면 알 것도 같다가 세상을 보면 또 다시 미궁에 빠지는 일이 반복됐다. 급기야 내 한 몸뚱이를 잘 지탱하고 살아내는 것만 해도 만만찮은 숙제로 느껴지기에 이르렀다.
사실은 지금까지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나는 여전히 미숙하고 무지하고 실패와 잘못을 반복한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에 비춰 보자면 나는 아직 '수신'의 관문도 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하게 알게 된 것은 있다. 내가 미숙하고 모자란 만큼이나 세상에는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이 많고, 다행히도 내게는 언제든지 그것들을 기꺼이 배우려는 열의가 있고, 그것들을 배웠을 때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독서는 나의 더할 나위 없는 반려가 되어 준다. 못난 나를 어떤 잘난 사람, 완성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모자란 부분을 나무라지 않고 격려하듯 알려주고 끈기 있게 계속해서 노력할 수 있게 해 준다.
나의 어떤 것을 보더라도 과분한 선물임에 분명한 이 모든 것에 감사한다.
아침 일찍 투표를 하고 왔다. 작년 12월 3일 폭거가 있은 다음 날부터 이 날을 기다려 왔다. 묵은 때, 새로 낀 때 모두 모두 청소됐으면 좋겠다. 새로운 기운으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