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

더듬이
2025-06-01 07:53
누구나 마음속에 버킷 리스트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혹시 그 목록이 몇 줄이나 되나? 그 중 몇 줄이나 지웠나?
'버킷 리스트란 말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 혹은 꼭 해야 할 것'을 적은 목록으로 통한다.
그런데 왜 '버킷 리스트'인가. 영어 bucket list를 그대로 우리말로 옮기면 양동이 목록이다. 양동이 목록이라니? 이게 죽기 전 소원이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 기원을 찾아가 보자.
우선 'kick the bucket'이라는 영어가 단서다. 이 말은 '사망하다'라는 뜻의 관용구다.
직역하면 '양동이를 차다'인데, 이게 죽음이랑 무슨 관계가 있나?
여기에는 몇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옛날에 어떤 남자가 들보에 목을 매달고 자살할 때 발로 딛고 있었던 양동이를 발로 걷어찬 데서 유래했다는 설.
또 하나는 버킷이라는 단어가 본래 옛날에는 천정의 들보(beam)를 의미했는데, 돼지를 도축할 때 돼지가 들보에 매달린 상태에서 죽기 전 몸부림을 치면서 이걸 찼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
또 하나는 가톨릭 교회에서 성수를 담은 버킷을 망자의 시신 발치에 두고 조문을 오면 성수를 뿌렸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
끝으로, 사람이 죽는 순간에는 마지막 기력을 잃고 '다리를 뻗는다'는 말에서 왔을 것이라는 설.
어느 게 가장 그럴듯한가?
어찌 됐거나 버킷이 죽음을 상징하는 단어가 된 과정은 대충 이렇게 짐작할 수 있다 치자. '버킷 리스트'는 또 뭔가?
죽음의 '버킷'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버킷 리스트'라는 표현으로 가지를 치기까지는 저스틴 잭햄(1970년생)이라는 미국 시나리오 작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잭햄은 어느날 자신이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만들고는 이걸 줄여서 자신의 '버킷 리스트'라고 불렀다. 그러고는 이걸 아이디어로 한 편의 영화 시나리오까지 썼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영화 제작자들로부터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결국 손에서 손으로 표류하다 어느 순간 롭 라이너라는 제작자의 손에 들어갔고, 그는 첫 열 쪽을 읽은 후에 곧바로 잭햄에게 연락해 함께 영화를 만들자고 했다. 영화는 2007년 '버킷 리스트'라는 제목으로 개봉됐다.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을 맡았고 워너 브러더스가 배급했다. 흥행에도 대성공이었다. 국내에도 개봉됐다. 나도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이때부터 '버킷 리스트'라는 말까지 지금 우리가 아는 '버킷 리스트'로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웹스터와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도 등재되었다.
잭햄 자신의 버킷 리스트는 뭐였을까? 이쯤 되면 눈치챘을 수도 있겠지만, 첫 번째 목록이 바로 헐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그는 목록을 작성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지워나간 것이다.
우리도 목록을 작성하자. 그리고 무엇보다 호시탐탐 실행에 옮기자.
우리 발 밑의 양동이를 걷어차는 그날이 닥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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