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본 주제로 들어가기 전에 '북클럽 오리진 사이트'가 탄생한 역사에 대해 간략히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
23년 12월 2일 ) 병근님은 내게 '트레바리'(독서모임 플랫폼)에서 독립하여 모임을 운영하면 어떻겠냐고 물으셨다. 아무래도 독립을 하게 되면 시즌, 독후감을 관리할 수 있는 온라인 아지트가 필요했는데, 병근님이 내게 요청하시기 조심스러우실 것 같아서 먼저 선수를 쳤다. "그럼 사이트도 필요하겠네요?" 나는 재능을 기여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내가 이 모임에서 받은 그리고 받게 될 것들에 비하면 사이트를 만드는 수고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내 질문을 들은 병근님은 방긋 웃으시며 그런 도구가 필요한 것이지 꼭 직접 만든 사이트가 아니어도 된다고 하셨다. 예를 들어 네이버 카페 같은 것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4년 2월 4일 ) 새로운 모임 장소를 탐방하러 약수 로컬스티치에 갔던 날이다. 병근님이 내게 사이트 개발을 맡아줄 수 있겠냐고 물으셨다. 나는 알겠다고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24년 2월 25일 ) 누구나 독서모임을 등록할 수 있는 '플랫폼' 형식으로 만들지 '북클럽 오리진' 전용 사이트로 만들지 고민을 하고 있었고, 내 마음은 '플랫폼'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날 트레바리 OB 멤버들과 얘기하면서 생각이 '북클럽 오리진' 만의 사이트를 만드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집에 돌아와 프로젝트 구상을 시작했다.
24년 4월 15일 ) '북클럽 오리진' 사이트를 오픈했다. (게시글 : 홈피 둘러보시고 피드백 올려주세요)
역사에 대한 얘기가 길어졌는데, 이제 이 글의 본론으로 들어가려 한다.
사이트에 어떤 기능을 추가할지 병근님과 조율하는 과정에서 배운 게 많다. 어떠한 기능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전부 개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에게 무슨 영향을 끼치는지 꼭 필요 한지 등의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뭐 그 정도는 개발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병근님의 질문들은 그보다 훨씬 더 깊었고, 칭찬받을 심산으로 새로운 기능 소식을 가져간 나의 머리를 때렸다.
그럼 사례 2개를 소개하겠다.
24년 2월 4일 ) 새로운 모임 장소를 탐방하러 약수 로컬스티치에 갔던 날이다. 병근님이 내게 사이트 개발을 맡아줄 수 있겠냐고 물으셨다. 나는 알겠다고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24년 2월 25일 ) 누구나 독서모임을 등록할 수 있는 '플랫폼' 형식으로 만들지 '북클럽 오리진' 전용 사이트로 만들지 고민을 하고 있었고, 내 마음은 '플랫폼'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날 트레바리 OB 멤버들과 얘기하면서 생각이 '북클럽 오리진' 만의 사이트를 만드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집에 돌아와 프로젝트 구상을 시작했다.
24년 4월 15일 ) '북클럽 오리진' 사이트를 오픈했다. (게시글 : 홈피 둘러보시고 피드백 올려주세요)
역사에 대한 얘기가 길어졌는데, 이제 이 글의 본론으로 들어가려 한다.
사이트에 어떤 기능을 추가할지 병근님과 조율하는 과정에서 배운 게 많다. 어떠한 기능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전부 개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에게 무슨 영향을 끼치는지 꼭 필요 한지 등의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뭐 그 정도는 개발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병근님의 질문들은 그보다 훨씬 더 깊었고, 칭찬받을 심산으로 새로운 기능 소식을 가져간 나의 머리를 때렸다.
그럼 사례 2개를 소개하겠다.
좋아요 기능
오픈 전 사이트에는 좋아요 기능까지 개발이 되어 있었으나 오픈 일주일 전 병근님과의 대화 이후 좋아요 기능을 제거했다.
병근님은 좋아요 기능이 사람의 복잡한 감정을 2개로 단순화 시킨다고 하셨다. 좋아요 아니면 싫어요로 말이다. 사람은 사용하는 도구에 영향을 받는다. 사실 '좋아요'는 여러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좋아요' 기능의 대척점에 있는 것은 '시인'으로 볼 수 있는데 시인은 좋은 감정을 다양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반면 현대 사람들의 표현은 점점 간략하게 단순화되고 있다. 표현 능력이 야위어 가고 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그러니 수고스럽더라도 게시물이 좋다면 댓글로 표현하는 게 좋다. 더군다나 우리 모임은 더더욱 그런 표현을 하려고 모인 사람들이 아닌가?
또한 좋아요 기능은 독후감을 쓰는 사람들로 하여금 좋아요 개수에 신경 쓰게 만든다. 다른 독후감의 좋아요 수와 비교하게 되고 점점 진솔한 독후감보다는 더 멋져 보이려는 독후감을 쓰려는 쪽으로 압력을 받게 된다. 그건 쓰는 사람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좋은 게 아니다. 실제로 나는 '트레바리' 플랫폼에서 독후감을 쓰면서 이것을 느꼈다(트레바리 독후감에는 좋아요 기능이 있다).
알림(메일/앱 알림) 기능
사이트 업데이트) 이제 어플 형태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업데이트가 있은 후, 사용자들의 스마트 폰으로 알림을 보낼 수 있게 됐다. 현재 '오늘의 발견', '담벼락', '게시판' 등에 새로운 글이 올라올 때 사용자에게 어떤 알림도 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것들을 개발하겠다고 병근님에게 말씀드렸는데, 병근님은 알림을 받는 걸 원치 않는 사용자도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요즘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주의력'을 뺐는 게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후 몇 주가 흘렀다. 나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는데, 바로 사용자 별로 '오늘의 발견', '담벼락' 등의 알림을 받을지 말지 설정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원하는 사람만 알림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어제 이 생각을 병근님에게 말씀드렸는데 병근님은 내 생각보다 더 깊이 들어갔다. 병근님에게는 사용자가 선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으흠, 다시 새로운 깨달음에 머리가 띵해졌다.
사용자에게 알림을 친절히 보내게 되면, 사용자들은 오히려 평소 사이트에 대한 생각을 놓아버리게 된다. 역설적으로 친절한 알림은 서비스의 가치와 관심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편하게 들어오게 하고 사용률을 높이는 것이 상업적 측면에서는 필요할 수 있겠지만 '가치'로 봤을때 그 방향이 꼭 맞는 것은 아니다. '북클럽 오리진'에 애정을 가지고 평소에 생각하고 "무슨 글이 올라왔나?" 궁금해서 직접 들어오는 게 가치가 있다. 이런 수고스러움이 인간성을 만든다. 무조건 편한 것을 추구하는 건 좋지 않다. 편리한 것은 어떤 중요한 것을 잃게 만든다.
우리 모임은 어떤 모임인가? 사피(맴버들의 애칭)들의 생각을 덜어주는 모임이 아니다. 오히려 수고스러운 생각을 하게 만들고, 바쁜 삶 속에서도 이 가치들을 잊지 않게 하는 모임이다. 그런 곳에서 '북클럽 오리진'에 쓰는 신경을 덜어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
실리콘밸리의 거대 IT 기업들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인간 심리의 취약한 부분을 이용해왔다. 인간이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본성을 이용하여 서비스에 시도 때도 없이 들락날락 거리게 만들었다. 그들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투자자 등의 너무 많은 금전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그런 방향으로 압력을 받는다.
그에 반해 우리 '북클럽 오리진'은 상업적인 사이트가 아니며, 금전적 이해관계도 얽혀있지 않다. 그래서 오직 '인간의 가치'에 집중할 수 있다. 나는 사실 IT 업계에서 당연시하는 기능들에 절여져 있었다. 실리콘밸리 태생인 '좋아요'와 '알림' 기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고, 추가할 수 있으면 당연히 추가해야하는 기능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병근님을 통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오롯이 인간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파이어폭스에서 '무한 스크롤' 기능을 처음 설계했던 젊은 아자 래스킨Aza Raskin은 시간이 흐른 뒤 사람들이 '무한 스크롤' 기능로 인해 인생을 낭비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설계자와 기술 전문가로서 얻은 가장 큰 배움 중 하나는, 무언가를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꼭 인간성에도 좋은 건 아니라는 거예요."
- <도둑맞은 집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