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산책을 나섰다. 그는 기차에 올라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었겠지만, 그저 가까운 곳으로 걷고자 했다. 그에게는 가까운 곳이 멀리 있는 중요한 곳보다 더 의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중요하게 여겨진 것이다. 이 정도는 너그러이 봐줄 만하다. 그의 이름은 토볼트였는데, 그가 실제로 그렇게 불렸건 아니면 다른 이름으로 불렸건, 어쨌거나 그는 주머니에는 돈이 조금밖에 없었고 가슴속에는 쾌활한 용기를 품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아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너무 빠른 속도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서두르는 것을 경멸했다. 돌진하듯 급하게 움직이면 땀에 젖게 될 뿐이었다. 그럴 필요가 있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고, 주의 깊게, 점잖고, 절도 있게 나아갔다. 그가 내딛는 걸음걸음은 신중하고 깊이 숙고한 것이었으며 그 속도에는 지켜볼 만한 편안함이 깃들어 있었다.
/로베르트 발저, 산책하기(1914) 중에서
/로베르트 발저, 산책하기(1914)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