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와 책 없는 세상

더듬이
2025-10-01 07:23
10월 24~26일 진행되는 올해 파주 도서문화 축제 주제가 ‘책이 없는 세상’입니다.
같은 주제로 23명의 픽션/논픽션 작가들이 쓴 글을 모은 한정본도 북펀딩으로 출간됩니다.
저도 논픽션 부문에 에세이 한 편을 기고했습니다. 제목은 ‘소크라테스와 책 없는 세상’입니다.
맛보기로 첫 두 단락만 이곳에 소개합니다. 재미있다고 생각되시면 북펀딩에도 참여해 주세요.

'소크라테스와 책 없는 세상'

          이 글에서 나는 2400년 전 소크라테스가 바랐던 세상이 ‘책 없는 세상’이었다는 주장을 펼 생각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소크라테스는 ‘책 있는 세상’을 경계했다. 그는 책의 확산이 인간 소통에 초래할 위험을 예감했고, 그것이 우리 일상에서 인간으로서 진정 가치 있는 활동을 대체하거나 위협할 거라고 봤다. 그 활동이란 그가 소중히 여겼던 철학(지혜의 사랑), 즉 서로 삶의 중요한 주제에 관해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무지를 깨달아 좀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게 만드는 대화였다.
          소크라테스의 알려진 발언에 기대어 나는 책이 인간의 생각을 자신과 분리한 외부화externalize의 첫걸음이었으며, 그것이 근대의 누적적인 지식 권력의 모양을 거쳐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온라인 검색에 이어 인공지능AI 시스템의 형태로 진화해 급기야 우리의 사고와 소통을 장악할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할 것이다. 오늘날 사회에서 사람 간의 대화가 점점 폭과 깊이를 잃어가는 한편 기계와의 채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심지어 사람 간 소통도 기계를 닮아가는 것은 그 전조다. 지금 세상에는 책을 힘의 확장 도구로 보는 지배적 견해와 대화의 도구로 보는 소수 견해가 공존한다. 지금 추세라면 AI가 책까지 대신하는 세상은 시간문제일 것처럼 보인다. 그 ‘책 없는 세상’은 역설적이게도 소크라테스가 경계했던 ‘책 있는 세상’의 필연적 귀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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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모범생 | 8일 전
뒷 내용이 궁금해서 북펀딩 참여했습니다. 한정본이라니 꼭 소장하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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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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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