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소비의 비대해진 역할과 어느새 퇴색된 행위의 가치와 진정한 자유의 의미까지

2407 시즌 - 책 <인간의 조건>
woply
2024-09-19 09:33
전체공개

근현대의 일부에서 시작해 잠시 경험한 삶의 모습을 한 차원 벗어나 인간과 사회의 근본적인 DNA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유용함과 효율성에서 파생되는 물질적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인식되는 삶에서 방법론에 치우친 지식 노예를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과 노동 그 자체로는 인간 정신의 해방에 심각한 결핍이 있다고 생각했다.

노동에 대한 폭 넓고 복합적인 설명과 전개가 가장 흥미로웠다. 인간의 필연적 연결고리를 제공하는 노동을 우리는 왜 하찮게 여김과 동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되었는가.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노동하기 위해 독후감을 빨리 해결'하려는 내 모습이 머쓱하게 느껴진다.

물론 이해가 잘 안되는 내용도 많았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소유와 부는 다르며 사회적 신분에서 자신의 위치를 의미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여러 번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 그 당시 소유란 책임과 권한에 따른 영향력을 의미했던 것일까? 노동의 지위도 흥미로웠다. 고대는 기계와 전기의 힘을 이용할 수 없다 보니 물리적 노동에 크게 의존했고, 동시에 철학적 사유의 심취가 결합하면서 단순히 육체적으로 더 힘든 삶이 보편적이었기에 노동을 경멸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자본주의 근대 사회가 만든 효율의 부작용과 이면의 관점을 어려운 표현과 해석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 책에 쓰인 단어들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공유하는 개념과 정확하게 연결된 단어들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노동, 작업, 행위는 그 의미의 복합적 해석을 넘어 저자의 개념을 누락 없이 편중 없이 포괄적으로 적절하게 사용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영문으로는 labor, work, action으로 쓰여 있던데 task, work interaction이나 일, 업, 사명도 영향력의 범위나 과정에 참여하는 대상의 범위를 더 직관적으로 포괄하는 말이 아닐지 생각했다.

무엇보다 노동과 행위의 간극을 나의 현실과 일에서 찾고자 하는 욕망이 들어서 좋았다. 일의 단순성과 명확함 위에서 행위의 탄생성을 기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대부분의 삶이 노동에 빼앗긴 현대인은 말 그대로 '노동하는 동물'에 가까운 거 같다. 소비를 위한 생산이 노동의 주된 목적이며, 이러한 변화를 피하기 어렵다 보니 신성시하는 문화까지 생긴 게 아닐지 생각했다.

그럼에도 현실은 무겁다. 해방을 위해 투쟁할 만한 가치가 있는 더 높은 차원의 활동을 알지 못하거나 추구하고 싶지 않음이 아니고, 세상과 타인과 함께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아니라 적당한 기대를 충족하는 노동에도 하루가 짧다. 벗어나고 싶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 기대가 큰 것이 문제인지, 노동의 가치가 작아지고 평준화된 것이 문제인지, 인식의 틀을 깨지 못하고 답이 나올수 없는 구조에서 골똘히 몰두만 하고 있는 것이 문제인지 잘 판단되지 않는다.

노동이 작업이 되고 행위를 포함하는 수준의 일하는 삶을 꿈꿔본다. 일터에서 내가 생산하는 가치가 폴리스의 한 구성요소이길 바란다. 일을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더 나은 삶을 위해 상호작용을 하는 공적영역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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