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소용돌이

2407 시즌 - 책 <인간의 조건>
여오름
2024-09-25 18:08
전체공개

9월3일 (흐림)
책을 주문한지 1주일이 된 것 같은데 아직 도착을 안 했다. 페이지 수가 상당해 흔히 말하는 벽돌책에다가(색깔도 빨강색이다) 심오하다고 소문이 났기에 빨리 만나보고 싶다. 

9월9일 (폭염)
책이 도착했다. 모서리가 찌그러져서 왔다. 맘이 아프다. 커버를 벗겨보니 좀 나은 듯하다. 인간이 되려면 필요한 조건들을 나열했을까? 어떤 조건들이 나올까? 책이 어렵다고 하는 것을 보면 조건들에 대한 설명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인가, 난 몇 가지 조건에 부합할까?
책을 펼치니 그림이 나온다. 글자들이 와르르 쏟아질 것만 같던 책에 그림이 펼쳐지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림 밑에 글을 읽어보았다. 한나 아렌트에게 영향을 준 분들일까? 익숙한 이름도 보인다. 안도감은 잠깐이었고 그림은 속임수다. 후엔 작은 글자와 큰 글자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전체주의, 공리주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사적 영역, 공적 영역.. 머리가 지끈거렸다. 생각의 근육들이 꿈틀꿈틀하는 것일까..? 철학적인 용어들이 생소하고 심오하다. 저자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그것을 나에게 대입해 보아야 하는데 나의 사고 능력이 멈춰버린 것 같다.
병근님이 말씀하신 게 생각난다. 씨름하는 만큼 생각의 확장이 있다고. 나의 사고를 확대시켜 줄 책은 확실하다.

9월17일 (추석에 반팔 입고 돌아다니긴 태어나 처음)
끈질기게 읽다 보니 어느덧 절반을 읽었다. 휘발되었을지 모르는 절반이지만 흐뭇하다.
내가 노동하는 이유를 생각한다. 경제적인 이유가 큰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경제력이 된다면 모자람 없다고 생각하는데 읽고 난뒤엔 나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노동에 어떤 식으로 대입하고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노동에 몰입하고 있을 때는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를 대본다. 얼마나 경제적일지 고민하는 시간은 있을지 몰라도 더 나아간 적은 없었다. 노동 후 보상심리로 내가 사고싶은 것들을 사며 탐욕적인 삶을 살아왔던 건 아닌지.. 생계수단에 그치지않고 노동의 의미에 깊게 탐구해보자. 반복적인 노동에 지칠 때마다 생각할 여유가 있었다면 조금 더 나은 삶은 영유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노동하면서 느낀 행복은 어쩌면 나에게 의미 있고 활동적이기 때문인 걸까.
존재로 그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창의적인 활동들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 생각나는 건 글쓰기와 그리기 활동이다. 독후감을 많이 써봐야겠다. 그러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겠지..

9월23일 (산책하기 좋은 날씨)
6장을 읽을 때는 계속 마지막 페이지 수를 확인하며 읽었다. 다 읽었다니 내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러워 안아주고 싶다. 읽고 싶었지만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은 과학 책(미토콘드리아, 코스모스)과 궁금한 사람들의 책(수많은 철학가)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자들이 읽혔다가 뇌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이런 뿌듯함이라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도 읽을 수 있겠다.
나의 철칙은 책을 다 읽고서 독후감과 발제문을 읽는 것이다. 너무 궁금했던 셋째 주 모임의 사피님들 독후감을 읽었다. 나의 부족한 해석력에 이해력이 더해졌다.
저자는 삶의 여러 측면을 노동, 작업, 행위 세가지 활동으로 구분하는 것 같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충족하며 균형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삶이다. 나는 세상에서 적당히가 제일 어렵다. 너무 많거나 너무 적고, 너무 크거나 너무 작다. 노동에 너무 치우치면 행위를 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 행위에 치우치면 사회적인 요소가 줄어 공동체 생활이 어렵고 비판적인 분석이 어려울 것 같다. 어렵고 평생 고민해야 할 숙제같이 느껴진다.
균형이 무너져 노동에 치우치게 되면서 사고력이 떨어진 사람이었던 내가 하고 있는 행위, 나의 독특한 개성에 중요성을 생각하면서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큰 작업이자 행위는 토론과 독서라고 생각했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 가치관을 확정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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