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인간의 조건.

2407 시즌 - 책 <마틴 에덴 1, 2>
sunny
2024-10-17 01:25
전체공개

북클럽 오리진의 마지막 책으로 만난 마틴 에덴. 처음엔 예쁜 책에 혹 했고, 두 번째엔 왜 이 책을 마지막 책으로 선택 하셨을까. 인간의 조건에 이어 읽기로 했던 책을 변경하면서까지 이 책이었어야 하는 이유가 왠지 있었을 것만 같았다. 중간까지만 해도 그 답을 찾지 못했고, 마틴을 따라 가는 이야기에서 유려한 문체만큼 내용은 왠지 식상한 것만 같이 느끼고 있을때만 해도 이 책을 왜 택하셨을까. 하는 의문을 놓을 수 없었다. 

마틴이 처음으로 루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며, 문학적 성공을 이루고자 하는 꿈을 꾸게 되는 과정. 바다에서 일하던 평범한 선원이었으나, 우연히 루스를 만나게 되면서 꿈꾸는 상류 사회의 문화와 문학에 대한 갈망. 루스는 상류층 가정에서 자란 지식인으로, 마틴의 무식함을 지적하면서도 그의 열정과 잠재력을 발견하고, 루스의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에 마틴은 독학으로 지식을 쌓고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는. 이 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이 과정에서 마틴은 계급 차이를 실감하며 겪는 고통. 그가 몸담고 있는 노동자 계층과 루스가 속한 상류층 사이의 문화적, 경제적 격차로 인한 좌절. 특히 루스의 부모는 마틴의 학식이 부족하고 경제적 배경이 초라하다는 이유로 그를 반대하며, 마틴 역시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벗어나 상류층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욕망과 그로 인해 느끼는 열등감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과정. 마틴이 문학적 성공을 이루기 위한 투쟁이 단순한 자아 실현의 과정이 아니라, 그가 속한 계급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었다는 것에 이르렀을땐 조금씩 인간이 조건이 떠올랐다. 

문학적 성공을 이루는 과정과, 그 성공 이후의 공허함에 이르렀을때는 범상치 않은 작가가 궁금해졌고, 성공을 이룬 후 마틴은 오히려 그가 동경했던 상류층 사람들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과정에선 많은 현대물의 오마주가 되어왔던 작품이 아니었을까에 이르렀다. 위선과 피상적인 사고방식 들 등등. 

간절히 원했던 성공, 그것이 자신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사실, 마틴이 오랜 시간 진심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간의 조건이 떠올랐던 이유는 인간의 활동이 단순한 생존(노동)과 창조적 작업(작업)을 넘어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음을 강조했기 때문일텐데, 마틴의 여정은 처음에는 노동을 벗어나 작업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려는 시도로 시작되었고, 글을 쓰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자 했고, 결국 그 목표를 이루지만, 성공 이후의 삶은 오히려 그에게 더 큰 공허함을 안긴 것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행위'를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어렴풋한 연관을 생각해봤다. 

상류층 사회에서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그가 속했던 노동자 계층과도 완전히 단절된 것,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아렌트가 말하는 정치적 존재로서의 본질, 즉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을 실현하는 능력을 잃었음과도 맞닿아 있었다. 마틴이 꿈꾸던 문학적 성공은 결국 그에게 진정한 자아 실현을 가져다주지 못했고, 그가 속했던 계급과 새롭게 진입한 계급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한 상황... 까지. 개인적 성공과 사회적 인정만으로는 진정한 자아 실현이 이루어질 수 없고, 많은 사람들이 성공, 명예, 물질적 성취를 추구하지만, 이러한 외적인 성공이 인생의 궁극적 목표가 될 수 없음을 말이다.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자유와 가치를 발견하며, 행위를 통해 사회와 소통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다시 인간이기 위해 그 행위와 소통이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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