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미래는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기존 능력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뿐

2503 시즌 - 책 <쓰기의 미래> 독후감

이든
2025-05-14 21:55
전체공개

나는 그 누구보다도 챗GPT를 평소 업무와 일상에 거쳐 많이 쓴다고 자부(?: 자랑할만한 일인지는 모르겠다)하는 사람으로써… 재수없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책이 던지는 8가지 핵심 질문의 답이 너무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이 딱히 색다른 인사이트를 제공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글쓰기는 결과물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결국 ‘원문’은 인간이 직접 써야하지만, 그래도 생성형AI/거대언어모델을 잘 활용만 하면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생각하고 더 빨리 현명해지는데 도움이 된다라는 나의 기존 믿음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다.  

다만, 여기서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이 원문을 쓰는데 얼마나 많은 수고를 들일 것이냐의 여부다. 즉 원문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얼마나 투자하고 나서 챗GPT를 써야할까? 책은 글의 “마지막 모습”을 인간이 손봐야한다고 하지만, 수정된 글을 또 얼마나 다듬어야 할까?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글이라는 것은 무한대로 개선될 수 있으므로 멈출 지점을 결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함정이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라는 속담이 더 어울리는 도구가 있나 싶을 정도로 챗GPT는 개떡같이 쓴 글도 그럴 싸하게 다시 써주기 때문이다. 

참고로 장담하건데 이 독후감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절대 챗GPT를 쓰지 않았다 ㅎㅎㅎ

1.인간의 글쓰기 동기는 무엇인가? 

자기표현. 스토리텔링. 정보 전달. 

2.AI는 인간이 쓰기를 통해 발휘하는 창의성에 위협이 되는가?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세상에 ‘가짜 창의성’, ‘가짜 창작’이 너무 많았을 뿐, 진짜 창의성, 진짜 창작은 절대 대체될 수 없다. 거대언어모델은 이미 있는 텍스트를 재가공하는 능력이 탁월할 뿐이지 (이 능력만 해도 그 유용성이 엄청나다) 절대 인간의 진짜 창의성을 대체할 수 없다. 대신 가짜 창의성과 가짜 창작은 대규모로 양산할 것이다. 뭐, 지금까지 수많은 인간들이 해온 것들이 증폭되는 것 뿐이지만 (키워드로 도배된 네이버 블로그들...) 

3.어떤 쓰기 능력이 지킬 가치가 있는가? 
소설이든 일기든 산문이든, 알맹이만 있으면 된다. 전적으로 AI에 의존해서 쓴 글은 언뜻 보면 그럴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뻔한 얘기이거나 실질적인 내용이 없다. 할 말이 없을 때 ‘흥미롭네요’라고 반응하는 것과 비슷하다. 

반대로 알맹이가 있는 글을 거대언어모델을 이용해 다듬으면 어마어마하게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이 말은 즉슨, 애초부터 매력적인 이야기를 구성하는 소설가, 스스로 생각한 날카로운 질문으로 유용한 정보를 캐내온 기자 같은 능력자만이 AI 글쓰기 협력의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4.AI의 영향력으로부터 필자 개개인의 목소리를 지킬 수 있을까? 
이건 좀 기술적인데, 전적으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글쓰기의 주체성을 잃지 않고 AI를 활용하고자 한다면, 정교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으로 비효율성을 줄이는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5.AI가 저작자의 개념을 정의할까? 
재정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본질적으로 새로운 걸 창작할 수 없다. 

6.AI가 쓰기 능력에 기반한 전문직에 위협이 될까?
‘쓰기 능력에 기반한 전문직’이란건 애초부터 없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과거나 현재나 쓰기 능력'만' 우수하다고해서 우수한 전문직이 될 수는 없다. 글쓰기는 몇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도구이며 과정일 뿐이다. 진짜 소설가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직업, 기자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직업, 번역가는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는 직업이다. 자꾸 목표과 수단을 헷갈리면 안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매력적인 이야기를 못쓰는 사람도 어느정도 글만 잘 쓰면 그럭저럭 괜찮게 읽히는 소설을, 현장에서 의미있는 정보를 캐내지 못한 기자도 여러 출처를 우라까이(베껴서)하고 얼버무려서 글을 잘 쓰면 나름 괜찮은 기사를, 사실상 문화적 차이를 잘 모르는 번역가도 각 언어만 할 줄알면 대충 뜻은 전달되는 번역을 할 수 있었을 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 ‘글쓰기’ 혹은 ‘언어’라는 학생 시험용 수준의 스킬에 머물고, 업의 본질을 추구해오지 않은 전문직들은 사라질 것이다. 잔인하지만 그렇게 되는게 맞다고 본다.    

7.협력이냐 전적으로 맡길 것이냐를 정할 때 무엇을 기준 삼을 것인가?
긴 텍스트를 가공해서 요약본을 보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어야 한다. 이 외에는 전적으로 맡기면 안된다. 

8.AI가 생성한 글에 대한 공개 규정이 필요할까?
인간이 하나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AI가 생성한 글을 어딘가에 (복사 붙여넣기 식으로) 게재하거나 판매한다면 당연히 공개해야 된다. 그러나 협력의 결과물이라면 공개할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써온 도구와 다를게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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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on-air | 7일 전

6번의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산이화 | 7일 전

역시 인간의 해석이 AI보다 명확하고 인사이트를 준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

B동 사감 | 6일 전

창의적이라는 판단은 어떻게 할까요? 기준과 근거는 무엇인가요? 무엇이어야 할까요? 창의성이란 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토론이 기대되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