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woply
2024-04-21 10:19
전체공개
인생의 의미는 공허함이 문득 느껴지는 날이면 이따금 찾아와 크고 작은 후유증을 남기는 질문이다. 후유증이 남는다는 것은 매번 같은 고민을 반복하면서도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찾지 못한 것일까. 사람마다 다른 것일까. 사실 이미 알면서도 거창한 무언가를 더 원하는 걸까. 모리 교수의 이야기는 후자에 가까운 거 같다.
사람은 누구나 100조분의 1 확률로 삶이라는 기회를 얻었지만, 그 경이로울 만큼 희소한 기회에도 인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듯하다. 많은 사람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읽고 감동했다고 하는 이유도 이에 대한 갈망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사람들은 죽음을 앞둔, 그러니까, 부쩍 가까워진 죽음의 시간을 직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제야 인생의 의미를 명료하게 통찰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것 같다. 나는 이 지점에서 '마지막'이라는 힌트를 얻었다.
미치와 모리 교수의 대화가 나에게 가르쳐준 인생의 의미는 '산다는 것 그 자체'였다. 물론 그냥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2가지가 필요할 거 같다.
하나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다고 생각해 미뤄두었던 삶의 요소를 돌아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경험에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밀도 있게 경험하는 것이다.
'마지막'이라는 제약은 익숙한 것도 수년을 기다려온 시간인 듯 생동감이 넘치는 경험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누군가와의 인사조차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아쉬움과 그리움, 감사함과 다정함이 한 번에 밀려올 것이다. 손을 잡으며 온기를 느끼고 눈을 바라보며 그간의 시간을 눈빛으로 추억할 것이다. 밥 먹는 것, 걷는 것, 숨 쉬는 것처럼 하루에도 여러 번 경험하는 일조차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면 모든 감각이 총동원될 것이다.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먹는 밥, 마지막으로 쉬는 숨. 늘 곁에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던 여러 가지 감각이 감동과 아쉬움으로 밀려들 것이다.
'마지막'은 진정 처음과같이 되돌리는 힘이 있다. 모든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다. 나와 함께 하는 주변 누구 하나 의미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순간을 영원처럼 느끼며 살 수 있다면 거기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모리 교수와 미치의 대화는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모리 교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 그 자체에 이미 인생의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크고 대단한 기준에 충족하지 못해도, 꼭 무언가를 달성하지 못해도 삶의 순간순간이 이미 당신 인생의 전부를 구성하고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인생의 의미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모든 개체가 그러하듯 유기체와 환경에 어울려 공생하는 것. 먹고 마시는 것. 외부 대상을 인식하는 것. 주체적으로 가치와 의미 있는 일을 정하고 실천하는 것. 그리고 그 가치를 나누는 것처럼 살면서 누구나 경험하고 반복하게 되는 사소한 것에 이미 인생의 의미가 이미 가득하다. 중요한 건 인생의 의미를 스스로 규정하는 실존적 의지가 아닐까싶다.
인생의 의미는 '무엇'이 아니다. '어떻게'에 실재한다.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길지 등과 같이 커다란 줄기에 관한 것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네"
-183p 모리 교수와 미치의 대화 중 -
댓글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