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호기심과 불안 사이에서 나의 쓰기를 점검해본다
2503 시즌 - 책 <쓰기의 미래> 독후감
2025-05-2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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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글을 쓸 때 챗GPT의 도움을 받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보고서를 작성할 때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긴급한 보고서를 써야 할 때, 어쩔 수 없이 앱을 열게 된다. 익숙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손은 자연스럽게 AI에게 향한다.
나는 왜 이 문명의 산물인 인공지능에 기대고 있는 걸까? 꼭 써야 하는 것도 아닌데, 쓰지 않아도 그만인 것인데. 돌아보면 그 시작은 호기심과 불안감에서 비롯되었다.
우선 호기심이다. 도대체 어떤 기술이기에 매스컴에서 ‘획기적’이라 말하는 걸까.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해준다는 그 원리에 끌렸다. 물론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서는 질문이 구체적이고 세밀해야 한다는 팁 하나를 들고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비록 내가 원하는 정보나 답변을 100% 제공하진 않지만, 방대한 자료 속에서 헤매지 않아도 되고, 복잡한 정보들을 정리하고 재해석하는 수고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다음은 불안감이다. 새로운 문명의 혜택을 누려야 할 시점인데, 나는 늘 그것을 이끌기보다는 뒤따라가기에 바빴던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문명에 뒤처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마치 요즘의 노인들이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듯이 말이다.
시골에 사는 나의 친정엄마도 여전히 키오스크 앞에서는 멈칫하신다. 늙는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여러모로 벅찬 일이다. 그렇게 나도 언젠가는 뒤처질지 모른다는 ‘뒤처짐’에 대한 불안감이 나를 움직인다.
《쓰기의 미래》를 읽으면 읽을수록, 불안한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AI의 도움을 받는 것이 분명 편하고 유용하지만, 그것이 순전히 내가 만든 결과물이 아니라는 생각, 그리고 이러다 글을 쓰는 능력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지금 우리는 거대언어모델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마주하고 있다. 마치 90년대 초, 컴퓨터가 갑자기 우리의 삶에 들어왔을 때처럼. 문명은 분명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지만, 그 혜택의 이면에는 언제나 그림자가 존재한다. AI가 우리를 더 성장시켜 줄 것이라 믿고 싶지만, 어쩌면 그것은 단지 우리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 착각의 늪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AI이라는 대세의 흐름을 거스를 필요는 없지만 그것에 나의 주도권은 넘겨주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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