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의 반란
2503 시즌 - 책 <쓰기의 미래> 독후감
2025-05-22 00:16
전체공개
연필에서 키보드로, 책에서 전자책으로, 사진에서 이미지 파일로, 인터넷 검색에서 ChatGPT로. 나는 그동안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도구를 비교적 충실히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기술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러한 성장에는 반드시 그림자가 지기 마련이지만 그동안 그림자를 돌아볼 새도 없이 매번 밀려드는 파도에 올라타는 데 급급했다. 개발자로서 ChatGPT의 이로움을 실감한 나로서는 이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 마치 역류하는 물살을 헤쳐나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에세이를 대신 쓰고, 작가를 흉내 내 글을 쓴다는 사실은 도구를 ‘잘’ 활용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왜일까. AI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예술 분야에 침범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처럼 흉내 낼 수 있기 때문일까? 책의 초반부터 들었던 이 불편한 감정의 원인을 알아내지 않으면 왜 AI를 경계해야 하는지, 왜 ‘쓰기’가 대체 되어서는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름대로 기존의 도구와 AI의 차이점을 살펴보았다.
과거의 도구들은 언제나 인간의 명확한 의사결정 아래 작동했다. 도구는 목적에 맞게 생산되었고, 생산된 도구는 사회적 규제나 합의 안에서 활용된다. 반면, AI는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의 의사결정 없이 작동할 수 있으며, AI 윤리 원칙과 같은 권고안은 존재하나 기술에 관한 실질적인 법령은 없는 상태다. 특히 기존의 도구와 달리 자연어로 명령할 수 있는 AI는 진입 장벽이 현저히 낮아, 누구나 손쉽게 접근하고 창작에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기존 도구들과는 달리, 마치 창의성을 발휘해 독창적으로 만들어 낸 것처럼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럴듯한 결과물이라 해도, AI가 만들어낸 것은 결국 데이터의 조합에서 나온 최적화된 평균값일 뿐이다. 인간처럼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없다. 특정한 조건으로 학습하여 얼마간은 정체성을 가진 것처럼 표현할 수 있으나, 이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데이터에 의해서 그마저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작가로서 작가의 정체성은 어디서 오는가? 오직 작가의 삶과 경험, 그리고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쓰기는 어떤 생각에 대한 생각을 낳고, 마음은 그런 생각들의 저장소가 된다. 따라서 마음의 발견이 적어도 쓰기가 남긴 유산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타당하다." 73p
쓰기는 단순한 표현의 도구에서 머물지 않고, 삶의 주체로서 자신을 돌아보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내 생각을 글로 옮긴다는 것은 단지 맞춤법이 정확하고 글이 논리적으로 전개되는 것을 넘어서, '나'라는 사람의 내면이 글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지 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AI가 실용적 글쓰기를 대체할 수는 있겠지만, 사적인 글쓰기는 결코 대체할 수 없고, 대체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글쓰기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읽고, 쓰는 경험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소중한 경험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어린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쉽게 쥐여주었던 지난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손으로 직접 쓰고 그리는 경험을 먼저 해야 하며, 이후 적절한 시기에 교육 환경 안에서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예를 들어, 참고 자료에는 출처를 다는 것처럼 AI의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글의 하단에 이를 명시하도록 가르쳐 보는 건 어떨까. AI는 우리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인간의 창의성을 위협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교육 현장에서 AI를 주체적으로 사용하는 경험을 미리 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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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각 문단의 자연스러운 이어짐(예를 들어 '기존의 도구와 AI의 차이점 ~ 비교' 부분에서 특히, 그 외 마지막 문단)
맞춤법(글 전체 한 번 돌렸어요 ^^),
반복적인 단어 사용 줄이고 어색한 문장 추려내기,
글을 쓰기 위한 자료 검색에서 AI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그러나 글의 전체적인 짜임(도구의 발전 > AI의 등장/비교 > 쓰기의 중요성 > AI 학습 방법)과 각 문단의 내용은 책을 읽으며 틈틈이 메모한 내용에 기반을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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