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역은?

<쓰기의 미래> - 나오미 배런 독후감

자장가
2025-05-22 06:12
전체공개

나는 어떤 쓰기를 해왔을까

저자는 '자신만의 글쓰기 방식을 이끌어 줄 어떤 기준점'에 대해 설명하면서 각자의 '글쓰기 동기'-일상적 활동, 타인의 요구, 실질적 이득, 전달, 외면 탐구/내면 탐구/개인적 해방-를 먼저 생각하라고 권유한다.

학교에 다닐 때에는 숙제와 답안지 외에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거의 쓰지 않았다. 대학 이후에는 숙제의 형태가 '에세이' 방식이 되었고, 채워 넣어야 할 답안지가 더 길어졌다는 것이 조금 달라졌다. 졸업을 위한 논문을 작성했지만, 연구 가설을 수립하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론을 취하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졌었다.

생계를 위한 직업을 가지고 나서도 꽤 오랜 시간 동안 했던 일은, 일정한 기간 동안 사람과 조직을 살펴보고 보고서를 제출하는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학교 다닐 때와는 다르게 예정된 보고 일자를 넘기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는 정도였다.

저자가 구분하는 '일상적 활동'으로서의 쓰기는 항상 있어 왔지만, 나를 위한 글을 쓰는 경우는 기억을 하기 위해 필요할 때와 복잡한 것들을 정리할 때 정도였다. (그나마도 '메모'나 '마인드맵', '스프레드 시트'와 같은 형태를 선호했다.)

생활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행되는 '일상적 활동'으로서의 쓰기를 제외하면, '타인의 요구' 때문이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주체적으로 쓰는 것-적어도 자신의 내면과 고민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의 쓰기와 AI

연차가 쌓이고 직장에서의 역할이 달라지면서 이제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무엇인가를 직접 써서 문서를 작성해야 할 경우가 잘 생기지 않는다. 사람들이 AI 도구를 사용해서 업무의 성과를 높이고 있다고 하는데, 그냥 이렇게 지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에 AI를 사용할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려고 몇 가지를 시도해 보았다. (ChatGPT, NotebookLM, Gemini 주로 사용)

먼저 중간 관리자들을 위한 교육자료로 경영과 관련된 기본적인 지식을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하는 작업을 먼저 해 보았다. 주요한 주제를 선택하고 기본적인 개념들을 정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놀랍도록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처한 구체적인 맥락-산업구조, 경쟁상황, 조직역량-을 반영한 자료를 작성하려고 이런저런 방식으로 프롬프트를 작성해 보았지만 원하는 답을 구하지 못했다. 

다음은 회사의 실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작성하는 작업이었다. 자료의 '정리'가 아닌 '분석'에서 출발하는 경우는 더 어려웠다. 숫자가 가진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비교'하고, 원인을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것을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가능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AI를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적어도 현재의 AI 기술을 고려할 때, 그 나머지 질문들은 '사람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래전에 했던 엑셀이라는 도구를 익히면서 했던 고민이 생각났다. 
엑셀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먼저일까? 아니면 통계와 확률에 대해 더 공부하는 것이 먼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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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A동 사감 | 2개월 전
우리가 주로 배우고 익히고 키워 왔던 글쓰기가 어떤 글쓰기였는지 생각해 보게 되네요. 왜 다른 글쓰기는 꺼리게 되었을까요? 성향이나 취향의 문제일까요? 모임 때 얘기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