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프랑켄슈타인
처음처럼
2024-05-29 15:44
전체공개
안녕! 메리~~
당신과 이렇게 또다시 조우하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당신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 20살도 되지 않았던 당신에게서 말도 안되는 상상력으로 소설을 썼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습니다.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아직까지 신의 능력이라 믿고 있었던 그 시대에 유사인간을 만들어 낸다는 설정도 너무 신기했지만 주인공과 주인공이 만든 괴물 사이에 주고받는 내용속 감정을 어떻게 디테일하게 표현해 낼 수 있을까? 놀랍기만 했습니다.
지금, 당신의 글을 다시 읽으면서 또다시 그 생각을 하게됩니다. 책 말미에 번역자가 쓴 글 '갈바니즘'(galvanism, 생체전기로 생명활동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려 한 이탈리아의 해부학자이자 생리학자 갈바니의 이론- 옮긴이)이라는 첨단 과학인론을 적극 활용하여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가져올 가능성과 이에 따른 윤리와 책임이라는 철학적 담론을 '생명의 창조'라는 독창적인 이야기를 엮어냈다는 얘기에 공감이 가더군요. 지금 읽어도 전혀 옛날 소설 같지 않고 다가올 미래고 우리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숙제인 것 같아서 책을 덮는 순간 어깨에 무언가 잔뜩 짊어진 듯 하기만 합니다.
메리~ 제가 살고 있는 이 곳은 당신의 세상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손바닥만한 기계를 들여다 보면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알 수 있고 제가 원하는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AI가 탑재된 기계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그 기계가 우리의 일을 대신 해주는 것도 많아졌어요. 아직까지 당신이 창조해 낸 소설 속 인조인간은 만들어진 않았지만 어쩌면 그와 유사한 AI인간이 곧 만들어져 우리의 일상생활속에 깊이 스며들 것 같아요.
저는 생각합니다.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세상속에서 난 지금 무얼 하고 있지? 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노쇠하여 기억력도 저하되고 모든 기능이 떨어질텐데 빠르게 바뀌는 미래에 적응할 수 있을까? 이러다 내가 '괴물' 또는 '러다이트'가 되는 건 아닐까?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살면 살아질까? 꼭 그 속도를 맞추면서 살아가야 하는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머리속이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마치 선택의 기로에서 한 발짝도 앞서 나갈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제 자신을 봅니다.
최근에 《프랭키스슈타인》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처음 그 책을 몇장 읽었을 때 정말 당황했습니다.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소설은 분명 메리 당신이 《프랑켄슈타인》을 쓰게 된 계기인 괴담 짓기시점에서 시작되었는데 어느새 그 이야기 안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흘러가고 도대체 이야이가 몇 개인건지 끊임없이 교차되고 있는 이야기에 길을 잃은 적도 있어요. 하지만 당신의 역사 속에 마치 내가 함께 있는 듯 해서 색다른 느낌이였고, 오늘날 화두가 되고 있는 AI로봇에서 나아가 두뇌복사를 통해 업그레이드 시킨 로봇 얘기 등 상상조차 못해 본 이야기들을 읽는 순간 이 작가의 말처럼 이야기는 또다른 발명품이 되어 제게 온 것입니다. 사실 가늠되지 않기에 당신의 소설이 그 당시 사람들이 받아들이 못한 것 처럼 어떤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멀지않은 미래에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움도 생겼어요.
기어이 오고 말겠지요? 메리?
그때가 되면 저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다가올 미래는 인간을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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