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형 로봇 파괴는 기물 파손이겠죠?

2403 시즌 - 책 <프랑켄슈타인(필독) + 프랭키스슈타인 by 지넷 윈터슨(권장)>
이초록
2024-05-29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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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인간이 아닌 존재(동물, 로봇 등)가 인간과 같은 생각을 하고, 그들끼리 가족과 사회를 이루는 SF 장르를 좋아한다. 인간이 아님에도 인간보다 더 선함을 추구할 때(결과적으로) 인간 본성과 사회/문화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묘사되는 론 로드의 섹스 로봇은 인간과 유사한 형태(피부, 머리카락 등)를 갖춘 상품으로 그려진다. 이 로봇은 편리한 운반을 위해 구겨진 채 가방에 욱여넣어 지거나, 성적 흥분을 위해 앵무새처럼 특정 단어만 반복하거나, 비정상적으로 큰 가슴과 엉덩이를 가진 철저한 상품일 뿐이다. 이는 내가 기존에 SF 장르에서 보아왔던 감정이나 생각을 가진 로봇과는 매우 다르다. 그럼에도 론 로드가 이 로봇들을 물건처럼 다루는 태도에서 강한 불쾌감이 느껴졌다. 생명체를 닮았을 뿐인 물체에 가하는 폭력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게 정당한지에 대해 잠깐 고민이 들었다.

이러한 반응은 생명체가 아닌 존재를 대하는 우리의 본능적인 감정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버려진 리얼돌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면, 많은 사람이 인간과 비슷한 그 ‘상품’이 버려진 모습(벌거벗겨져 물에 잠겨있거나, 손상된 상태로 길가에 널브러져 있는)에 대해 혐오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는 생명체를 닮은 물체에 대한 폭력성이 실제 생명체를 향하고 있다는 본능적인 거부감 때문일 것이다.

책에서는 또한 몸을 버리고 뇌를 온라인에 업로드하여 평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빅터의 이야기도 다뤄진다. 만약 생각과 감정이 없는 로봇과 몸이라는 실체가 없는 온라인의 뇌가 있다면, 나는 어떤 게 더 '인간'답다고 느낄까? 빈약한 상상이지만, 결국 온라인 뇌는 특정 인간의 기억을 학습한 ChatGPT처럼 느껴질 것 같다.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눈을 마주칠 수도 없는 뇌와의 대화가 정말 그 사람과의 대화를 대신할 수 있을까? 몸이라는 실체는 화면을 통해 출력되는 어떤 글자와 이미지로도 담아낼 수 없는 정보를 상대방에게 전달한다. 위로하는 눈빛, 따뜻한 손, 함께하는 순간의 공기와 냄새 등이 그렇다. 이러한 요소가 결여된 뇌와의 상호작용은 결코 몸이 주는 따뜻함과 실체감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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