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가는 그 사이에서 휘둘리지 않는 삶
왕밤이
2024-07-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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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허무주의에 빠져 있었다. 어차피 죽는데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유전, 환경(부모의 양육환경 등)에 의해 이미 70%가 정해졌다는 어느 연구결과에 따라 이미 내 노력 밖의 삶이 과반수 이상으로 정해져 버렸다는 사실에 노력한다고 한들 그 비중을 엎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런 나의 부정적 정서의 확대와 더불어 최근 우리나라도 급격한 산업발전 후 개인의 ‘정서적 측면’이 중요시 되었는데, MBTI등 자신의 성격과 감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각종 미디어에선 심리학, 뇌과학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다. 각종 오프라인에서는 심리프로그램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는 작년부터 심리학 스터디 참여와 뇌과학자의 유튜브를 시청하면서 조금씩 삶에 대한 의미를 재구성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뇌신경과학만을 얘기하지 않고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른 패러다임 변화가 인간의 마음, 정체성 그리고 뇌에 대해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큰 화두를 던져주고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근거들을 제시한다. 삶의 대부분이 결정되어 있는 것만 같았던 내 개념 틀에 뇌의 가소성이라는 이해가 깊어지면서 개념틀을 재구조화 할 수 있었고 뇌과학, 마음, 정체성 등 여러 개념들을 분절적으로 이해했던 것을 체계화할 수 있었다. Use it or lose it,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개념의 반대는 즉 쓰면 더 발전한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정해진 것을 돌아보며 아쉬워하는 쪽의 시냅스를 연결하기 보다 앞으로 내가 가꿀 수 있는 것들을 바라보고 실천하는 쪽으로 시냅스 연결을 늘리는 것이 나에게 가장 필요한 뇌활동일지 모르겠다.
소셜 네트워크(SNS)를 이용하는 사람으로써 SNS에 대한 내용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인스타그램이라는 사이트를 주로 이용하는데, 용건이 있을때만 연락했던 나에게 SNS는 기존 친구들과 좀 더 친밀해지는 도구로 유용하다. 그러나 SNS의 도파민적 요소(즉각적 보상, 예상되는 짜릿함, 정보의 작은 조각, 예측 불가능성)에 휘둘려서 실제 소통보다 자기노출과 표현 중심으로 변해버린 것만 같아 현실에서의 모습에 괴리는 없는지, 사생활 노출문제는 없는지, 남들의 인정(좋아요 수)를 위해 하고 있는 행위는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거대한 연결감이 오히려 단절감과 고립감을 낳을 수 있다는 저자의 우려에 동의하면서 SNS의 도파민적 요소에 휘둘리지 않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자아의 괴리가 크지 않도록 현실의 나를 지키는 힘을 기르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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