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에 대한 반성
가을아침
2024-08-12 11:25
전체공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파커.J.파머)을 읽고 . 김재성
1.
서재를 둘러본다. 십진분류는 아니라도 끼리끼리 잘 어울려 있다. 과학 수학 시집 소설 문학평론 Newton이나 NGC와 같은 월간지... 책을 산 시기나 제목 작가 출판사 등을 보면 나의 관심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 느껴진다. 행간의 매모나 느낌을 적어둔 걸 읽어보면 내 생각의 추이나 변덕스러움도 느껴지고... 그런데 책장을 아무리 둘러보고, 독서노트를 찾아봐도 정치나 사회와 관련한 책들은 보이지 않는다. 단 한 권도.
아무리 편식이 심하다고 해도 이럴 수 있을까. 인간이 생산해 낸 모든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깊었고, 이를 채우기 위해 인문이든 자연이든 불문하고 책을 읽어왔다고 생각해왔는데 한 켠에 이렇게 뚜렸한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서재를 둘러본다. 십진분류는 아니라도 끼리끼리 잘 어울려 있다. 과학 수학 시집 소설 문학평론 Newton이나 NGC와 같은 월간지... 책을 산 시기나 제목 작가 출판사 등을 보면 나의 관심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 느껴진다. 행간의 매모나 느낌을 적어둔 걸 읽어보면 내 생각의 추이나 변덕스러움도 느껴지고... 그런데 책장을 아무리 둘러보고, 독서노트를 찾아봐도 정치나 사회와 관련한 책들은 보이지 않는다. 단 한 권도.
아무리 편식이 심하다고 해도 이럴 수 있을까. 인간이 생산해 낸 모든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깊었고, 이를 채우기 위해 인문이든 자연이든 불문하고 책을 읽어왔다고 생각해왔는데 한 켠에 이렇게 뚜렸한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2.
내 서재의 책은 내가 고른 것이다. 학회나 지인들이 보내온 책이 몇 권 있기는 하지만, 거의 다 내가 고르고 내 주머니를 털어 산 책이다. 그러니 내 독서의 편식증에 대하여는 일언도 변명할 수 없는 셈이다. 부끄럽지만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을 읽으며 알게 된 것은 그 책이 전해주는 메시지보다 내 독서의 지독한 편식증이다.
내 서재의 책은 내가 고른 것이다. 학회나 지인들이 보내온 책이 몇 권 있기는 하지만, 거의 다 내가 고르고 내 주머니를 털어 산 책이다. 그러니 내 독서의 편식증에 대하여는 일언도 변명할 수 없는 셈이다. 부끄럽지만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을 읽으며 알게 된 것은 그 책이 전해주는 메시지보다 내 독서의 지독한 편식증이다.
3.
책을 읽을 때, 보통은 꼼꼼하게 밑줄을 긋고 모르는 부분을 검색해가며 행간에 매모를 채워 넣지만 이 책은 그렇게 읽지 않았다. 컨텐츠를 보며 적당히 훝어 읽는 식. 그러니 책에 대해서 독후를 적는다는 것은 적정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눈에 들어오는 몇 부분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책을 읽을 때, 보통은 꼼꼼하게 밑줄을 긋고 모르는 부분을 검색해가며 행간에 매모를 채워 넣지만 이 책은 그렇게 읽지 않았다. 컨텐츠를 보며 적당히 훝어 읽는 식. 그러니 책에 대해서 독후를 적는다는 것은 적정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눈에 들어오는 몇 부분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4.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자아(124쪽)에 대한 한 생각
민주주의 사회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은 그 구성원에게 민주주의 지속시킬 수 있는 자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독립적이면서 또한 상호의존적인 자아이다.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생각은 타인과 공존할 수도 있지만 서로 배치되기도 한다. 이러한 생각들을 ‘어떻게 공동의 목적에 부합되는 더 큰 틀안에서 조화시킬 것인가’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밑받침이다.
건강한 자아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지만 한 편으로 이러한 생각이 공동체에 의존하고 기여할 수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 나의 생각을 유지하면서 공동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 이것은 성숙한 자아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아는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사회가 그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에게 다른 의견과의 마찰을 조율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학습의 기회를 부여할 때 이런 자아는 형성될 수 있다는 것.
민주주의 사회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은 그 구성원에게 민주주의 지속시킬 수 있는 자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독립적이면서 또한 상호의존적인 자아이다.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생각은 타인과 공존할 수도 있지만 서로 배치되기도 한다. 이러한 생각들을 ‘어떻게 공동의 목적에 부합되는 더 큰 틀안에서 조화시킬 것인가’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밑받침이다.
건강한 자아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지만 한 편으로 이러한 생각이 공동체에 의존하고 기여할 수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 나의 생각을 유지하면서 공동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 이것은 성숙한 자아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아는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사회가 그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에게 다른 의견과의 마찰을 조율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학습의 기회를 부여할 때 이런 자아는 형성될 수 있다는 것.
5. 민주주의는 서로 이해하는 것(186쪽)
우리는 이웃이 있었다. 문을 열고 나서면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었고 무슨 일이 생기면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얼굴을 보고 의견을 나누면서 생각의 모가 조금씩 닳아지고 둥글둥글하게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생각이 모여지곤 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이웃은 과거의 유산이 되었다. 아파트 문화, 맞벌이 부부, 대중문화, SNS 등을 통해 삶을 공유하는 공간적 의미는 퇴색했고 서로 생각을 나누는 문화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거대 매스미디어가 자리를 잡았다. 그는 민주주의의 신으로 군림하며 자신의 생각을 모든 이들이 가져야 할 생각으로 탈바꿈시켜 주입하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중을 이끌어 간다. 우리는 그의 생각을 주입받고 그것을 내 생각으로 착각하며 자유시민으로서의 주장을 펼친다. 몇 개의 주류 매스미디어가 대중을 몇 부류의 집단으로 나누어 가지고,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집단의 광기를 부추겨 파워게임을 벌인다. 이것이 현대의 민주주의일까. 어설프게 읽고 이런 글을 쓰는 나의 생각 역시 매스미디어의 주문을 이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이웃이 있었다. 문을 열고 나서면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었고 무슨 일이 생기면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얼굴을 보고 의견을 나누면서 생각의 모가 조금씩 닳아지고 둥글둥글하게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생각이 모여지곤 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이웃은 과거의 유산이 되었다. 아파트 문화, 맞벌이 부부, 대중문화, SNS 등을 통해 삶을 공유하는 공간적 의미는 퇴색했고 서로 생각을 나누는 문화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거대 매스미디어가 자리를 잡았다. 그는 민주주의의 신으로 군림하며 자신의 생각을 모든 이들이 가져야 할 생각으로 탈바꿈시켜 주입하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중을 이끌어 간다. 우리는 그의 생각을 주입받고 그것을 내 생각으로 착각하며 자유시민으로서의 주장을 펼친다. 몇 개의 주류 매스미디어가 대중을 몇 부류의 집단으로 나누어 가지고,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집단의 광기를 부추겨 파워게임을 벌인다. 이것이 현대의 민주주의일까. 어설프게 읽고 이런 글을 쓰는 나의 생각 역시 매스미디어의 주문을 이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 *
갱단과 정부의 다툼, 지진과 같은 재해가 겹치며 국가가 사라지고 국민만 남은 아이티의 비극(G9라는 갱단이 행정/입법/사법을 장악하고 있다)을 보면서, 또는 독재정부의 폭압에 시달리는 국가들을 보면서 우리가 왜 민주주의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에 걸맞는 자아를 형성해야하는지를 생각한다. 오랜 세월의 투쟁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민주라는 선물을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소비하고 있다. 책을 덮으며 두 가지 생각을 한다. 첫째, 주인이 주인역할을 하지 않으면 주인은 사라진다. 민주주의,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이면서 주인역할에 소홀히 하면 누군가 나 대신 주인이 될 것이다. 그는 잔혹한 독재자일 수도 있고 다른 국가에서 온 침략자일 수도 있다. 둘째, 내 독서의 편식증부터 좀 추스려야겠다는 것. 끝.
댓글
경비병 |
3개월 전
북클럽에 참여하니 책을 좀 더 골고루 섭취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함께 다양한 책 소화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