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마음이라니. 나에게 잘 찾아온 책 한권.
sunny
2024-08-15 00:50
전체공개
오늘만 해도 언론을 통해 37년만에 취소된 광복절 행사를 지자체 차원에서 개최한다는 소식을 만났고, 어떤 곳에서는 소녀상 철거 챌린지를 한다고 하는가 하면, 장관내정자는 세월호 참사를 재미봤다는 표현으로 폄하하는걸 접해야 했다. 국제사회에서 공중보건비상사태 선포 여부가 논의되는 엠폭스는 특정 집단에서 발생한다는 이유로 관리해야 하는 곳에서 조차 특정 요인을 낙인화하고도 있다. 세상의 정보에 무심한 나조차도 단 하루만에 이렇게 대치하는 정보들이 난립하는 요즘인데, 민주주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분리와 모순을 너그럽게 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 책을 다시 펼쳐 보면서도 한숨짓는 중인걸, 마음이라니. 차이의 극복, 서로의 마음을 열고 정치적 긴장을 끌어 안는 것, 민주주의의 인프라를 수리하고 유지하는 힘. 이라니.
공허하게 어느 하나 반박할 수 없는 이 문구들을 접하며, 꾹꾹 눌러 적어보면서도 사실 욱 하는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운건 아직 그 마음을 통해 깊이 민주주의를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보고 있다.
유독 반복되는 인용문 중에
“인간의 마음은 민주주의의 첫 번째 집이다. 거기에서 우리는 묻는다. 우리는 공정할 수 있는가? 우리는 너그러울 수 있는가? 우리는 단지 생각만이 아니라 전 존재로 경청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의견보다는 관심을 줄 수 있는가?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용기 있게 끊임없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동료 시민을 신뢰하겠다고 결심할 수 있는가?” ... 에 그 어느 하나도 단호히 대답할 수 있는 게 없다는것에 잠시 혼란을 겪기도 했다.
전체주의를 원하는 것이 단연코 아님에도, 신기루 같은 상식을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상식은 누가 정한 것인지도 모른채, 그런 개념이 마치 존재하기라도 하는 듯,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상식’ 이란 사전적 정의에 따라 사회의 구성원이 공유하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가치관,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을 의미한다지만, 사전적 의미 조차 누가 정의한 것일까의 의문부터 일어나는게 요즘의 나의 마음인걸지도 모르겠다.
이런 마음의 상태에서 이 책은 더 없이 혼란스럽지만 마침 필요한 길이 되기도 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를 해보았다. 그저 바라는 마음. 우리가 염원했고, 얻어낸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 필요한 시점에 만난 길 말이다.
건강한 자아도 다양한 마음의 역동을 다루는 기회를 풍부히 얻어냈을 때 형성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책에서 말하는 마음의 습관이란 개념도 한번 더 짚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겪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마음의 역동을... 대면하는 일은 역시 힘들다.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연습만이 살길인가. 이번주에 울컥한 화만으로 마음의 역동을 다루는 기회가 다 충족된 것만 같지만. 흠.
내가 할 수 있는 마음을 다루는 방법에 주목해야 할 때이다. 미워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방치 하지 않는 마음..... (이것은 신의 경지가 아닐까 싶지만.)
그 마음들 속에서 다시 만들어지는 하나의 또 다른 마음을 기대하는 것. 결국 하나로 모이는 일. 빛과 어둠의 두가지를 모두 체화할 수 있는 마음. 엄청난 사람이 될 것만 같은데 난 아직 멀었다. 하....
육성으로 한숨이 나온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일은 꿈 같은 일인데, 꿈이 현실이 되는건 우리 모두의 소망 아니겠는가. 내가 품은 닫힌 문을 하나 더 열고, 깊이 더 바라보아야 할 때.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는 밤이 될 것 같다.
댓글
가을아침 |
3개월 전
독후감 잘 읽었습니다.
건강한 자아를 찾아가기 위해 애쓰는 사피님의 모습이 잘 느껴지네요.
닫힌 문을 열고 더 깊이 바라보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오리진 모임을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한 느낌이 듭니다.
건강한 자아를 찾아가기 위해 애쓰는 사피님의 모습이 잘 느껴지네요.
닫힌 문을 열고 더 깊이 바라보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오리진 모임을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한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