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행위화

2407 시즌 - 책 <인간의 조건>
현경
2024-09-11 13:20
전체공개

한나아렌트는 생존을 위한 ‘노동’이 삶을 지배하게 되는 것을 경계하고, 의견과 토론틀 통하여 사회에 참여하는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면, 회사 업무나 가족 행사 등으로 꽉찬 일정을 소화하다보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이나 가치에 대하여 큰 관심을 두기가 힘들다. 특히나 시간을 들여 사람들과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논의하고 공공의 선을 위하여 노력하는 일은 어떻게 보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에게 허락된 부유한 취미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사회에 불만이 생기면 ‘등 따시고 배불러서 그래.’ 라고 한마디 하는 주변 어르신들도 종종 있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의 흔한 노동 형태인 직장 생활에 집중하는 것은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행위와 분리된, 공공성에 기여하지 않는 먹고 살기위한 기본적인 행위이기만 할까?  우리는 업무 시간의 상당 시간을 노동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더 나은 기업 문화나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할애한다. 팀 회의를 하고, 점심 회식을 하고, 서로에게 업무 중 고마운 일에 대하여 인사를 전한다. 더 나은 문화를 위하여 의견을 제시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도 최근에는 esg로 일컫어지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공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현대 우리 사회에서 노동과 행위, 그리고 작업이 완벽히 분리되기는 어렵다.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모든 조건들이 공공성을 가지고, 더 나은 방향을 위하여 나아갈 때 비로소 인간다운 사회, 인간이 살아가기 좋은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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