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의 손수레

더듬이
2025-07-15 18:17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오는 길.
자전거 앞으로 느릿느릿 손수레가 끼어든다.
종이박스 폐지 같은 것들을 잔뜩 쌓아 올린 수레를 끄는 사람은 자그마한 할머니다.
파마한 은발에다 까무잡잡한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하다.
그나마 오늘 바람은 초가을만큼이나 선선해서 다행이다.
이런 장면을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지만 그럴 때마다 복잡한 생각이 스친다.
저 연세에 저리 힘든 일을...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겠지?
아무래도 그만큼 생계가 절박하다는 뜻이겠지?
달리 의지할 데는 없는 건가?
그나저나 자기 의지로 선택한 일을 내 맘대로 해석하고 동정의 눈길로 보는 건 온당한가?
그래도 자신의 노동으로 삶을 이어가는 것 아닌가?
고령에 앓아 누웠거나, 오갈 데도 없어 하릴없이 소일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저만한 건강을 유지한다는 건 오히려 축복 아닌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다음 네거리를 지나 골목길로 들어서는데 또 앞으로 손수레가 지나간다.
아까보다 더한 높이로 폐품들이 잔뜩 실렸다.
앞을 보니 끄는 사람이 키가 꽤 큰 장년 어르신인데 건장해 보인다.
아까처럼 무작정 안스러운 마음이 들기보다는, 꿋꿋이 리어카를 끌고 가는 모습에서 어쩐지 강인한 생활력이 느껴진다.
땀 흘리는 노동과는 무관한 부의 획득과 축적과 대물림, 그런 류의 경쟁과 질투와 시기, 증오, 냉소만 난무하는 세상을 사는 것 같다가도 이런 장면을 대하면 참 요지경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는 오늘 하루 뭘 하며 보냈나.
오늘 네가 세상에 존재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무엇 때문에 오늘 또 하루를 살았는가.
앞으로 남은 나날은 무엇을 위해 무얼 하며 살 텐가.
오늘도 자문한다.
평생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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