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대화의 가치

더듬이
2025-09-05 07:18
처음 만난 사람이든 오래 관계를 이어온 사람이든 어떤 대화를 나누느냐가 중요하다. 이른바 일상의 작은 대화small talk 말이다. 몇 마디 오간 사소한 대화만으로도 불현듯 사람이 달리 보일 때가 있다. 마치 상자를 싼 그렇고 그런 포장지를 큰 기대 없이 풀었는데 뜻밖의 내용물을 발견하고 깜짝 놀랄 때와 같다고나 할까.

관련해서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글을 읽었다. 나는 독서 모임 때마다 이 글에 담긴 내용을 실감한다. 이런 글은 꼭 함께 읽고 싶어진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작은 대화 왜 중요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야기를 나눈 지 몇 분 만에 평생 친구처럼 느끼게 하는 건 뭘까. 흔히 서로의 유사성 때문이라 생각한다. 배경이나 성격이 비슷하면 잘 통할 거라고 여긴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연구 결과, 사람들 간의 가장 강한 유대감은 기존의 유사성보다 즉석에서 일어난 유쾌한 대화에서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럴 때 그들은 자신들만의 작은 세계를 창조한다: 이른바 ‘공유된 현실의 구축'이다.

이런 상호 협력적인 즉흥 대화는 우리가 정신적 안녕을 유지하는 데도 핵심적이다: 우리를 하나로 묶는 접착제이자 삶에 색채를 더하고 공동의 목적의식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대화 문화는 즐거움의 공동 창조가 아닌 형식적인 인사말 주고받기에 중점을 둔다. 의례적인 물음에 답변은 가급적 간결하게 하고 받은 질문을 되돌려 주는 식이다. 약간의 정보는 얻을지 몰라도 서로의 간극은 그대로다. 안전한 매너라 여기지만 모두를 예의바른 단절 속에 갇히게 만든다.

그보다 짜여진 대본에서 벗어나 서로 즉흥적인 대화를 주고받는다면, 뜻밖에도 서로의 호흡이 맞아떨어지는 짜릿한 전율을 맛보기 시작할지 모른다.

그러려면 아이한테서 배우자: 애들은 '서로를 알아가는' 따분한 단계는 건너뛰고 곧바로 역할 놀이로 뛰어든다. 그런 식의 즉흥적인 대화는 어른들의 실험에서도 효과 있었다.

상호 협력적인 창조자들, 즉 대화를 그들만의 순간 현실을 구축할 기회로 여긴 이들이 주고받은 말에서 가장 강렬한 불꽃을 느끼고 다시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즉흥 대화는 반드시 타고난 유머 감각이나 재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상대에게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고 즉흥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된다. 다른 대화 기술과 마찬가지로 연습이 필요하고 연습하면 된다.

화자는 상대의 모든 관찰에 대해 자신의 별도 사례로 반박하려는 충동을 억제하고, 거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연결되는 다리를 놓는 게 좋다.

꼭 새로운 만남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오랜 사이라도 그런 사소한 대화들 속에서 서로의 마음이 하나로 녹아들어 사적인 우주를 공유하는 느낌을 만들어낸다.

이런 대화의 혜택은 평생 두고두고 누릴 수 있다. 그렇게 공유된 현실의 수준이 높을수록 더 자주 즉흥 대화를 즐기고 점점 더 깊은 헌신과 지지를 경험한다.

서로가 같은 파장 속에 있다는 느낌이야말로 함께 어려움을 견디게 하고 삶에 목적을 부여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니 대화의 목표는 표면적인 공통점 찾거나 매력 공세를 펼치는 것이어선 안 된다. 그 대신 자문해 보자: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같이 뭘 창조할 수 있을까?


옮겨 놓고 보니 이 조언에는 중요한 게 빠져 있다. 협력적인 즉흥 대화는 마음만 있다고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그것으로 공유되는 현실을 구축하려면 재료가 있어야 한다. 나눌 만한 삶의 내용 말이다. 각자가 지닌 남다른 경험, (비슷한 경험일지라도) 남다른 시선, 남다른 해석 같은 것들. 그러니까 생기 있는 경험에서 이야기거리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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