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뉴스 중에 베니스 영화제 심사 발표 기사가 있었다. <어쩔 수가 없다>로 수상 기대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이 무위에 그쳤다는 게 한국 언론 기사의 초점이었지만 내 눈길을 끈 것은 뜻밖에 황금사자상을 받은 짐 자무쉬 감독의 수상 소감이었다. 영문 기사를 찾아보니 이러했다.
"이곳에 있는 영화 제작자들의 동기는 경쟁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상은 제게 뜻밖의 영예이고,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어서 그는 "우리의 조용한 영화를 알아주신" 영화제에 감사를 표한 후, 작고한 일본 영화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의 말을 떠올렸다. "아키라 감독은 80세 나이에 아카데미상 공로상을 받으면서 수상 소감으로 '나는 아직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매번 배우고 있습니다.”
어떤 일(혹은 삶 전반)에서 남다른 성취를 거둔 사람은 공통적으로 비슷한 고백을 한다.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멀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했던 말이다.
"나는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그것뿐이다."
그런 고백 뒤에는 자연스럽게 제대로 알려는 호기심이, 충동이 따라온다.
그것이 남다른 노력을 하게 만들고 남이 보기에는 뚜렷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들에게 '차이'는 목표도 아니고 안중에도 없다.
다만 그들을 이끄는 어떤 것에 가 닿고 싶을 뿐이다.
오늘 또 다른 발견을 준 기사는 나태주 시인의 딸 나민애 교수 인터뷰였다.
문답 맨 끝에 좋아하는 시 한 편을 소개해달라는 주문에 김종삼 시인의 시를 들려줬다.
"이곳에 있는 영화 제작자들의 동기는 경쟁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상은 제게 뜻밖의 영예이고,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어서 그는 "우리의 조용한 영화를 알아주신" 영화제에 감사를 표한 후, 작고한 일본 영화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의 말을 떠올렸다. "아키라 감독은 80세 나이에 아카데미상 공로상을 받으면서 수상 소감으로 '나는 아직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매번 배우고 있습니다.”
어떤 일(혹은 삶 전반)에서 남다른 성취를 거둔 사람은 공통적으로 비슷한 고백을 한다.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멀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했던 말이다.
"나는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그것뿐이다."
그런 고백 뒤에는 자연스럽게 제대로 알려는 호기심이, 충동이 따라온다.
그것이 남다른 노력을 하게 만들고 남이 보기에는 뚜렷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들에게 '차이'는 목표도 아니고 안중에도 없다.
다만 그들을 이끄는 어떤 것에 가 닿고 싶을 뿐이다.
오늘 또 다른 발견을 준 기사는 나태주 시인의 딸 나민애 교수 인터뷰였다.
문답 맨 끝에 좋아하는 시 한 편을 소개해달라는 주문에 김종삼 시인의 시를 들려줬다.
나도 좋아하는 시다. 전문을 옮겨 본다.
어부(漁夫)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도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의 듬직한 어깨가 되어준다.
그 어깨를 타고 가다 보면 많은 기쁨을 맛보게 된다.
지금까지 내 경험으로도 분명히 이 증언에 손도장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내친 김에 박재삼 시인의 시 한 편도 되뇌어 본다.
여름 가고 가을 오듯
여름 가고
가을 오듯
헤가 지고
달이 솟더니,
땀을 뿌리고
오곡을 거두듯이
햇볕 시달림을 당하고
별빛 보석을 줍더니,
아, 사랑이여
귀중한 울음을 바치고
이제는 바꿀 수 없는 노래를 찾는가 //
박 시인도 모르는 게 많았던 것 같다.
세상을 몰라 묻노니
아무리 눈으로 새겨 보아도
별은 내게는
모가 나지 않네
그저 휘황할 뿐이네.
사랑이여 그대 또한
아무리 마음으로 그려 보아도
종잡을 수 없네
그저 뿌듯할 뿐이네.
이슬 같은 목숨인 바에야
별을 이슬같이 볼까나.
풀잎 같은 목숨일 바에야
사랑을 풀잎같이 볼까나.
진실로 진실로
세상을 몰라 묻노니
별을 무슨 모양이라 하겠는가
또한 사랑을 무슨 형체라 하겠는가. //
기왕에 박 시인의 대표작을 빼놓고 갈 순 없다.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것네. //
해질녘 노을 지는 가을 강이 무척 보고 싶다.
어부(漁夫)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도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의 듬직한 어깨가 되어준다.
그 어깨를 타고 가다 보면 많은 기쁨을 맛보게 된다.
지금까지 내 경험으로도 분명히 이 증언에 손도장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내친 김에 박재삼 시인의 시 한 편도 되뇌어 본다.
여름 가고 가을 오듯
여름 가고
가을 오듯
헤가 지고
달이 솟더니,
땀을 뿌리고
오곡을 거두듯이
햇볕 시달림을 당하고
별빛 보석을 줍더니,
아, 사랑이여
귀중한 울음을 바치고
이제는 바꿀 수 없는 노래를 찾는가 //
박 시인도 모르는 게 많았던 것 같다.
세상을 몰라 묻노니
아무리 눈으로 새겨 보아도
별은 내게는
모가 나지 않네
그저 휘황할 뿐이네.
사랑이여 그대 또한
아무리 마음으로 그려 보아도
종잡을 수 없네
그저 뿌듯할 뿐이네.
이슬 같은 목숨인 바에야
별을 이슬같이 볼까나.
풀잎 같은 목숨일 바에야
사랑을 풀잎같이 볼까나.
진실로 진실로
세상을 몰라 묻노니
별을 무슨 모양이라 하겠는가
또한 사랑을 무슨 형체라 하겠는가. //
기왕에 박 시인의 대표작을 빼놓고 갈 순 없다.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것네. //
해질녘 노을 지는 가을 강이 무척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