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

더듬이 프로필 더듬이
2026-04-10 10:30 (수정됨)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그것도 빠르게
현기증 나도록
점점 속도를 더해간다.
그래서 세상은 좋아지고 있는가.
무엇이든 가능한 세상.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는 세상.
꿈의 세상.
꿈은 달콤하다.
하지만 끔찍한 악몽도 있다.
왜 악몽의 반대말은 없을까.
선몽? 그런 게 있던가.
왜 없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그 가능태가 현실태에 이를 가능성은 불균등하지만 이르는 길은 폭력적이게 획일적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고 무엇이든 하려 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면 좋은가.
그것을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인가.
그런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그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구태의연한 방어 본능에 지나지 않는 걸까.
단지 적응이 필요하고 적응에 시간이 필요한 그렇고 그런 변화인가.
저 뻔뻔하게 호기로운 자가 주워섬겨 대는
투키디데스의 말처럼
강한 자는 할 수 있는 것을,
약한 자는 해야 하는 것을 하는 세상.
그런 세상은 싫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해서 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해서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칼레파 타 칼라 χαλεπὰ τὰ καλά 
좋은/아름다운 것은 이루기 어렵다.
좋은 일, 아름다운 일,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
그렇기에 어려운 일, 힘든 일에 도전할 수 있기를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에 해야만 하는 것을 해낼 수 있길 바란다.
무엇보다 잘 할 수 있길 바란다.
제대로 해낼 수 있길 바란다.
잘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해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길 바란다.
잘 한다는 것은
제대로 해낸다는 것은
좋음의 척도가 살아 있음을 전제한다.
그런 세상을 바란다.
비스트도 고스트도 아닌 사피엔스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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