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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카페 그리고 키오스크

봉천동 조지오웰
2025-11-13 05:04
집 앞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사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방금 느낀 것을 적기 위해.

우리 집 앞 카페는 작은 키오스크로 주문을 받는다. 키오스크에 카드를 꼽기 까지는 여러 단계가 있다. 자 먼저 메뉴를 골라보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택한다. 장바구니에 1개가 추가된다. 어라?! 그와 동시에 직원은 자신의 앞에 있는 모니터를 보더니 바로 커피 내리기에 돌입한다. 어..어... 아직 장바구니에 추가했을 뿐인데.. 내 마음이 '카페라떼'로 혹은 '디카페인'으로 바뀌면 어쩌려고? 설령 마음이 바뀐다고 해도 이미 커피를 내리고 있는 직원에게 바꿔달라고 하기도 뭣하다. 그냥 체념하고 결제를 진행할 수밖에... 왜 그렇게 성급한가? 적어도 카드 결제를 하기까지는 고민하고 번복할 시간을 줘야하는게 아닌가? 어떤 알바생이든 똑같이 하는 것을 보면 가게 점장이 그렇게 교육하고 있는 것 같다. 딴에는 빠르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손님인 나로서는 전혀 배려 받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불과 2년 전, 이 작은 카페는 키오스크 방식이 아니었다. 항상 직원과 눈을 맞추고 나의 발성을 활용해 주문을 했다. 자주 마주치는 직원과는 짧은 대화도 나누고 웃음도 교환하며 언어적 비언어적 소통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그 사이에 키오스크가 들어선 지금은 불과 50cm 거리를 두고 마주 보고 있으면서도 나는 키오스크 화면을, 직원은 주문 상황이 실시간 동기화되고 있는 모니터만 빤히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다. 카페에 손님이 없어 직원이 여유있는 상황에도 마찬가지다. 이게 규칙이 되어버렸다. 서로 무안한 상황이다.

사실 손님에 대한 걱정보다는 직원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하루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사람과 눈 맞춤 한 번 하지 못하고 (점장의 교육에 따라 1초라도 빠르게, 결제를 끝마치기도 전에) 커피 타는 로봇으로 전락해버린 그 느낌. 2주 전 휴게소에서 사용해 본 로봇 커피와 다를 게 뭔가?

아 아니다. 로봇 커피보다도 신세가 좋지 못하고, 손님에게 하는 서비스마저 좋지 못하다. 로봇 커피는 그래픽으로라도 손님과 눈을 마주치려 하고 다양한 표정과 몸짓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로봇 커피가 왜 이렇게 개발됐겠는가? 그게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봇이 베껴가고 있는 사람의 좋은 점들이, 정작 사람에게서는 없어져가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휴게소에서 만난 로봇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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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더듬이 | 17일 전
자본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효율의 논리, 그 물질적 구현인 기계의 논리에 맞춰 일하는 사람도 상대(명칭만 '고객'이라는 존대어로 붙여줄 뿐) 를 같은 사람, 인격, 주체subject로 보지 못하고 대상화, 사물화objectify하는 비인간적, 반인간적인 흐름에 저는 끝내 따뜻하고 정겨운 인간으로 남고 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피터 | 15일 전
눈을 마주치고 웃음을 교환하는 것은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이제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로봇 커피에 구현하게 된 것은 아닐까요? 로봇 커피가 제공하는 좋은 서비스는 그저 입력한 대로 실행하니까요. 로봇 커피의 웃음에서는 진심이 없는 것 같아서 공허해 보이기도 하네요. 좋은 생각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이 담긴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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