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에서 바랄 수 있는 것이란 순간순간의 기쁨과 즐거움과 보람이며, 그 위에 더 바랄 게 있다면 그것이 남긴 아름다운 흔적 이외에 또 무엇이 있겠는가. 그 흔적을 위해 주섬주섬 더듬더듬 떠올려 적는다. 글이라는 형식의 독특한 흔적이 낳는 기적 같은 힘은 어떤 장면이든 읽는 사람에게도 눈에 보일 듯 재현해 줄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흔적이란 아무리 세밀하더라도 그 순간의 진상에 비하면 어렴풋한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전해 듣는 것은 읽는 것만 못하고, 읽는 것은 겪는 것만 못하고, 겪는 것은 느끼는 것만 못하다.
* * *
북캠프는 보통 시즌 시작하고 세 번째 달에 갔었는데, 이번에는 좀 늦게 발동이 걸렸다. 시즌의 마지막 모임이 끝난 후인 11월 1-2일에야 갔다 올 수 있었다.
처음엔 이번 시즌은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그래도 가고 싶어 추진했다. 단 두 명이라도 갈 생각이었다. 그래도 떠날 때는 모두 여섯 명이었다. 서울에서 다섯 명, 대구에서 한 명. 행선지는 동해. 올드 사피이자 이곳 책방 달토끼 주인장까지 합류해 모두 일곱 명이 1박 2일을 함께했다.
단풍철의 절정인 주말 아침에 서울을 빠져나가는 차량이 몰릴 걸 예상해 6시에 함께 모여 출발하기로 했다. 해가 짧아져 아직 깜깜하다. 그래도 이 시간 시내 도로는 이미 오가는 차량들로 분주했다. 내비가 안내해주는 대로 고속도로 위로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차가 정체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잠시 병목을 빠져 나오자 질주가 시작됐다.
아침 식사는 다들 걸렀거나 대충 떼운 눈치였다. 그래도 휴게소의 따뜻한 커피 한 잔은 빼놓을 수 없다는 누군가의 제안에 따라 차를 세웠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로봇 커피점이 눈에 띄었다. 재미 삼아 이곳을 이용해 봤다. 일반 카페보다 400원 정도만 저렴한 데 비해 맛이며 서비스 내용이며 대기 시간이며 등등이 그다지 신통해 보이진 않았다. 대체 로봇 세상은 언제 오는 거야.
동해에서 만나기로 한 중앙시장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잠시 주변 상점을 돌아보는데 한 여성이 어깨에 묵직한 가방을 메고 서둘러 걷는 게 보였다. 책방 달토끼 주인장이었다. 그새 '크지 않은' 사고로 차를 카센터에 입고하는 바람에 뚜벅이 신세였다. 오랜만에 접한 얼굴을 서로 살펴 보며 안부 인사를 나눴다. 반가움이야 말할 것도 없고. 새로 보는 분들 사이에도 단박에 정겨움이 솟았다. 독서 모임이라는 공통 분모에는 그런 힘이 있다.
시장 골목을 누비며 물건이며 음식들을 훑어본 끝에 동해의 명물이라는 장칼국수 맛집에 들어가서 주문을 했다. 장칼국수에 대한 평이 저마다 비슷한 듯(기본적으로 '맛있다'면서도) 조금씩 달랐는데, 적어도 한 사람 입맛에는 고추장의 달큼한 맛이 인상적이었지만, 그냥 멸치 육수의 개운한 맛이 생각났다. 무엇보다 직접 반죽해서 뽑아내는 면발이 예술이었다.
이어 등대로 이어지는 산동네의 펜션 카페 마을로 향했다. 등대 바로 밑 전망 좋은 카페에서 자리를 잡고 커피며 케익을 시켜 놓고 바다 구경을 했다. 이번 시즌에 새로 참여한 분의 호주 이야기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그 후에도 이분의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경험담은 간간이 이어졌다.
동해의 독립책방인 '잔잔하게'에 들러 큐레이션된 책들을 둘러 보고 또 저마다 맘에 드는 책을 사기도 했다. 여행 사진작가이기도 한 주인장 아저씨의 자상한 안내의 말에서 일과 삶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책을 사면 책갈피를 선물로 끼워 주는데, 흑백 사진 작품이 프린트된 걸 골랐더니, 인도에서 자신이 직접 찍은 거라고 했다. '마지막 한 컷'을 생각하며 셔트를 누른 건데 잘 나왔다고 설명까지 해줬다. 그 사연을 뒷면 여백에 친필로 써달라고 했다.
"마지막 셔터를 누를 수 있다면
바나라시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마지막 셔터를 눌렀다"
그 순간, 동해의 책방지기는 사라지고 내 눈앞에는 카메라를 손에 쥐 작가가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 다음은 동해의 이름난 고양이 소품샵인 묘한 가게. 갖가지 고양이가 온갖 소재와 형태로 한 천 마리쯤 있는 야옹야옹한 곳이었다.
출출해서 요기할 곳을 찾다 근처 꽈배기집을 (좌석 부족, 포장만 된다고 해서) 지나 닭강정집에 들렀다. 괘종시계며 흘러간 LP판, 동전식 유선 공중 전화기 등등 사방에 온갖 골동품으로 가득한 묘한 식당이었다. 닭강정보다 찐빵의 쫀득쫀득한 (표현에 딱 들어맞는) 빵맛이 기가 막혔다.
이제 숙소로 향할 시간.
한 조는 마트로 가서 장을 봐 가기로 했다. 달토끼 책방지기는 따로 준비해 냉동해 둔 가리비를 가지러 갔다. 이번에도 물 샐 틈 아닌 넘칠 만큼 준비를 한 것이다. 달토끼의 또다른 책방지기인 장쌤이 미리 해감까지 해서 두느라 혼줄이 났다고 했다.
마트에서 카트 한 대 앞세우고 여럿이 옥신각신해 가며 장을 보는 일은 늘 재미있다.
다음은 숙소로 예약해 둔 황토방 펜션. 구불구불 길을 따라 들어가 보니 꽤 넓은 공간에 집도 여러 채가 있었다. 그 앞에 아저씨가 나와 있다가 우리를 보고 반겨 주었다.
펜션 입구 쪽 눈에 띄는 곳에 '개미처럼 베짱이같이'라는 구호(?)가 멋진 필체로 씌어 있었다. 닭들이며 개들이 자유롭게 주변을 쏘다녔다.
펜션 앞에 널찍하게 자리 잡은 연못은 지금은 시들어 있는 수련으로 가득했는데, 한창 때 꽃이 피면 꽤 볼만하겠다는 느낌을 줬다.
우리 숙소는 방 둘과 중간에 주방 겸 공용 식탁이 있는 거실이 한 채를 이룬 '화목방'이었다. 앞쪽에 바베큐며 불멍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널찍하니 좋았다. 아저씨가 곧바로 장작을 채우며 불을 뗄 준비를 했다.
짐을 풀고 쉴 새도 없이 자연스럽게 저녁 바베큐 시간으로 이어졌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에 달아오른 솥뚜껑 위로 삽겹살과 목살이 차례로 올랐고, 순식간에 구워지는가 싶더니 너나 누군지도 모를 입으로 들어갔다. 그 다음엔 해동해둔 가리비(무려 6kg) 구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배를 좀 채우고 나서 제 정신이 들자 준비한 프로그램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먼저, 각자 골라온 음악을 무작위로 틀어서 듣고는 누구의 선곡인지 퀴즈까지 곁들여 즐겼다. 올드 락부터 최신 K팝까지 다양했고 선곡의 사연도 저마다 애틋하고 재미있었다.
배도 부르고 바깥의 기온도 쌀쌀해지고 불도 사그라들면서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엔 각자 준비해온 사진을 스크린에 띄워 놓고 '요즘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또 들었다.
어느새 동해의 밤은 가물가물 깊어 갔다.
다음날 아침에는 한 방을 쓴 남자 두 사람만 부지런을 떨어 차를 몰고 망상 해변으로 가서 일출을 봤다. 찍은 사진은 공유했다. 해 뜨는 장면이야 이제는 이골이 날 법도 한데 볼 때마다 뿜어 나오는 기운은 매번 새롭고 벅차다.
아침 식사는 어젯밤 남은 가리비를 몽땅 넣고 끓인 짬뽕 라면에 햇반이었다. 어제 반질반질한 솥뚜껑에다 얹어 구워 먹은 김치가 못내 아쉬웠다.
귀경길 서울로 몰려들 차량의 교통 체증을 감안해 일찍 숙소를 나섰다.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통유리 너머 해안 풍광이 소문난 해안 카페에 잠시 들렀다.
커피와 빵을 시켜 놓고 둘러 앉아 어젯밤 못다 한, 문장 나누기를 했다. 통유리 너머 파도 치는 파란 바다를 보며 귀로 글귀를 들으며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 더없이 좋았다.
그리고 북캠프의 하일라이트, 책 선물 교환.
종이 봉투에 포장된 선물을 가위바위보로 순서대로 골라 개봉하기로 했다. 차례로 책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와- 하는 탄성이 새 나왔고, 이어 선물하는 사람이 책을 고른 사연을 이야기할 때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느새 10시 30분.
정리하고 카페를 나와 마지막으로 해변을 걸으며 바다에 작별 인사를 했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사막의 모래 폭풍까지는 아니어도 희미한 운무 느낌이 날 정도였지만, 그래도 몸속 구석구석 바다가 바람을 불어 넣어 주는 것 같았다. 서울 가서도 이 기운 잊지 말고 잘 살라는 격려와 응원의 바람일까.
대구로 향하는 차량 한 대는 중간에 내려줄 달토끼 책방지기를 싣고 먼저 떠났고, 나머지도 차에 올랐다.
2025년 11월 2일 북캠프를 마치고 서울로 오는 길. 초겨울 한낮의 햇살이 다섯 사람이 탄 차창 안으로 한가득 축복처럼 쏟아졌다.
* * *
북캠프는 보통 시즌 시작하고 세 번째 달에 갔었는데, 이번에는 좀 늦게 발동이 걸렸다. 시즌의 마지막 모임이 끝난 후인 11월 1-2일에야 갔다 올 수 있었다.
처음엔 이번 시즌은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그래도 가고 싶어 추진했다. 단 두 명이라도 갈 생각이었다. 그래도 떠날 때는 모두 여섯 명이었다. 서울에서 다섯 명, 대구에서 한 명. 행선지는 동해. 올드 사피이자 이곳 책방 달토끼 주인장까지 합류해 모두 일곱 명이 1박 2일을 함께했다.
단풍철의 절정인 주말 아침에 서울을 빠져나가는 차량이 몰릴 걸 예상해 6시에 함께 모여 출발하기로 했다. 해가 짧아져 아직 깜깜하다. 그래도 이 시간 시내 도로는 이미 오가는 차량들로 분주했다. 내비가 안내해주는 대로 고속도로 위로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차가 정체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잠시 병목을 빠져 나오자 질주가 시작됐다.
아침 식사는 다들 걸렀거나 대충 떼운 눈치였다. 그래도 휴게소의 따뜻한 커피 한 잔은 빼놓을 수 없다는 누군가의 제안에 따라 차를 세웠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로봇 커피점이 눈에 띄었다. 재미 삼아 이곳을 이용해 봤다. 일반 카페보다 400원 정도만 저렴한 데 비해 맛이며 서비스 내용이며 대기 시간이며 등등이 그다지 신통해 보이진 않았다. 대체 로봇 세상은 언제 오는 거야.
동해에서 만나기로 한 중앙시장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잠시 주변 상점을 돌아보는데 한 여성이 어깨에 묵직한 가방을 메고 서둘러 걷는 게 보였다. 책방 달토끼 주인장이었다. 그새 '크지 않은' 사고로 차를 카센터에 입고하는 바람에 뚜벅이 신세였다. 오랜만에 접한 얼굴을 서로 살펴 보며 안부 인사를 나눴다. 반가움이야 말할 것도 없고. 새로 보는 분들 사이에도 단박에 정겨움이 솟았다. 독서 모임이라는 공통 분모에는 그런 힘이 있다.
시장 골목을 누비며 물건이며 음식들을 훑어본 끝에 동해의 명물이라는 장칼국수 맛집에 들어가서 주문을 했다. 장칼국수에 대한 평이 저마다 비슷한 듯(기본적으로 '맛있다'면서도) 조금씩 달랐는데, 적어도 한 사람 입맛에는 고추장의 달큼한 맛이 인상적이었지만, 그냥 멸치 육수의 개운한 맛이 생각났다. 무엇보다 직접 반죽해서 뽑아내는 면발이 예술이었다.
이어 등대로 이어지는 산동네의 펜션 카페 마을로 향했다. 등대 바로 밑 전망 좋은 카페에서 자리를 잡고 커피며 케익을 시켜 놓고 바다 구경을 했다. 이번 시즌에 새로 참여한 분의 호주 이야기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그 후에도 이분의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경험담은 간간이 이어졌다.
동해의 독립책방인 '잔잔하게'에 들러 큐레이션된 책들을 둘러 보고 또 저마다 맘에 드는 책을 사기도 했다. 여행 사진작가이기도 한 주인장 아저씨의 자상한 안내의 말에서 일과 삶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책을 사면 책갈피를 선물로 끼워 주는데, 흑백 사진 작품이 프린트된 걸 골랐더니, 인도에서 자신이 직접 찍은 거라고 했다. '마지막 한 컷'을 생각하며 셔트를 누른 건데 잘 나왔다고 설명까지 해줬다. 그 사연을 뒷면 여백에 친필로 써달라고 했다.
"마지막 셔터를 누를 수 있다면
바나라시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마지막 셔터를 눌렀다"
그 순간, 동해의 책방지기는 사라지고 내 눈앞에는 카메라를 손에 쥐 작가가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 다음은 동해의 이름난 고양이 소품샵인 묘한 가게. 갖가지 고양이가 온갖 소재와 형태로 한 천 마리쯤 있는 야옹야옹한 곳이었다.
출출해서 요기할 곳을 찾다 근처 꽈배기집을 (좌석 부족, 포장만 된다고 해서) 지나 닭강정집에 들렀다. 괘종시계며 흘러간 LP판, 동전식 유선 공중 전화기 등등 사방에 온갖 골동품으로 가득한 묘한 식당이었다. 닭강정보다 찐빵의 쫀득쫀득한 (표현에 딱 들어맞는) 빵맛이 기가 막혔다.
이제 숙소로 향할 시간.
한 조는 마트로 가서 장을 봐 가기로 했다. 달토끼 책방지기는 따로 준비해 냉동해 둔 가리비를 가지러 갔다. 이번에도 물 샐 틈 아닌 넘칠 만큼 준비를 한 것이다. 달토끼의 또다른 책방지기인 장쌤이 미리 해감까지 해서 두느라 혼줄이 났다고 했다.
마트에서 카트 한 대 앞세우고 여럿이 옥신각신해 가며 장을 보는 일은 늘 재미있다.
다음은 숙소로 예약해 둔 황토방 펜션. 구불구불 길을 따라 들어가 보니 꽤 넓은 공간에 집도 여러 채가 있었다. 그 앞에 아저씨가 나와 있다가 우리를 보고 반겨 주었다.
펜션 입구 쪽 눈에 띄는 곳에 '개미처럼 베짱이같이'라는 구호(?)가 멋진 필체로 씌어 있었다. 닭들이며 개들이 자유롭게 주변을 쏘다녔다.
펜션 앞에 널찍하게 자리 잡은 연못은 지금은 시들어 있는 수련으로 가득했는데, 한창 때 꽃이 피면 꽤 볼만하겠다는 느낌을 줬다.
우리 숙소는 방 둘과 중간에 주방 겸 공용 식탁이 있는 거실이 한 채를 이룬 '화목방'이었다. 앞쪽에 바베큐며 불멍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널찍하니 좋았다. 아저씨가 곧바로 장작을 채우며 불을 뗄 준비를 했다.
짐을 풀고 쉴 새도 없이 자연스럽게 저녁 바베큐 시간으로 이어졌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에 달아오른 솥뚜껑 위로 삽겹살과 목살이 차례로 올랐고, 순식간에 구워지는가 싶더니 너나 누군지도 모를 입으로 들어갔다. 그 다음엔 해동해둔 가리비(무려 6kg) 구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배를 좀 채우고 나서 제 정신이 들자 준비한 프로그램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먼저, 각자 골라온 음악을 무작위로 틀어서 듣고는 누구의 선곡인지 퀴즈까지 곁들여 즐겼다. 올드 락부터 최신 K팝까지 다양했고 선곡의 사연도 저마다 애틋하고 재미있었다.
배도 부르고 바깥의 기온도 쌀쌀해지고 불도 사그라들면서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엔 각자 준비해온 사진을 스크린에 띄워 놓고 '요즘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또 들었다.
어느새 동해의 밤은 가물가물 깊어 갔다.
다음날 아침에는 한 방을 쓴 남자 두 사람만 부지런을 떨어 차를 몰고 망상 해변으로 가서 일출을 봤다. 찍은 사진은 공유했다. 해 뜨는 장면이야 이제는 이골이 날 법도 한데 볼 때마다 뿜어 나오는 기운은 매번 새롭고 벅차다.
아침 식사는 어젯밤 남은 가리비를 몽땅 넣고 끓인 짬뽕 라면에 햇반이었다. 어제 반질반질한 솥뚜껑에다 얹어 구워 먹은 김치가 못내 아쉬웠다.
귀경길 서울로 몰려들 차량의 교통 체증을 감안해 일찍 숙소를 나섰다.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통유리 너머 해안 풍광이 소문난 해안 카페에 잠시 들렀다.
커피와 빵을 시켜 놓고 둘러 앉아 어젯밤 못다 한, 문장 나누기를 했다. 통유리 너머 파도 치는 파란 바다를 보며 귀로 글귀를 들으며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 더없이 좋았다.
그리고 북캠프의 하일라이트, 책 선물 교환.
종이 봉투에 포장된 선물을 가위바위보로 순서대로 골라 개봉하기로 했다. 차례로 책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와- 하는 탄성이 새 나왔고, 이어 선물하는 사람이 책을 고른 사연을 이야기할 때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느새 10시 30분.
정리하고 카페를 나와 마지막으로 해변을 걸으며 바다에 작별 인사를 했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사막의 모래 폭풍까지는 아니어도 희미한 운무 느낌이 날 정도였지만, 그래도 몸속 구석구석 바다가 바람을 불어 넣어 주는 것 같았다. 서울 가서도 이 기운 잊지 말고 잘 살라는 격려와 응원의 바람일까.
대구로 향하는 차량 한 대는 중간에 내려줄 달토끼 책방지기를 싣고 먼저 떠났고, 나머지도 차에 올랐다.
2025년 11월 2일 북캠프를 마치고 서울로 오는 길. 초겨울 한낮의 햇살이 다섯 사람이 탄 차창 안으로 한가득 축복처럼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