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 AI 시대: 또 다른 행위 주체의 등장

더듬이 프로필 더듬이
2026-02-16 10:01
지금 AI 담론에서 가장 핵심은 이른바 에이전트형 AI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AI에게 어떤 임무를 주면 (다른 제한적 지시가 없는 한) 스스로 알아서 방법을 찾아내고 실행에 옮겨 완수해내는 단계를 말한다. 그 과정에서 AI가 필요한 코딩까지 실행한다-AI가 AI를 만든다-는 얘기다. 임무 수행과 목표 달성 과정에서 자기 개선을 통해 나날이 완성도를 높여갈 수밖에 없다.

그 임무에 무엇을 대입하느냐에 따라 그 여파는 쉽게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이겠지만, 다른 모든 건 차치하고 당장 드는 생각에는 온라인 상에서 콘텐츠 생성에 관한 한 이미 도깨비 방망이 비슷한 걸 손에 넣게 된 것으로 보인다. 금 나와라 뚝딱 하면 금이 나오듯 온라인 세계에서는 AI에 의한 그런 가상물의 무제한 대리 대행 작업의 단계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온라인의 모든 것은 그동안 오랜 직간접의 관계를 통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소수 매체나 기관, 개인의 인증된 게시물 말고는 어떤 것도 함부로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이미 다양한 수준으로 기술에 숙달된 주체들은 (선무당일수록 힘을 갖게 되면 책임에서 자유로운 행동을 벌인다) 빠른 속도로 에이전트 봇에 의한 다양한 작업(대개는 자신의 의도를 타인에게 관철시키고 인정받거나 자족하는 일)을 일상화했을 것이고, 마구 쏟아내거나 용의주도하게 풀어 놓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결국 궁극에는 이 온라인이라는 가상 공간이 하나의 거대 단일 플랫폼으로 디지털 기술에 의해 설계되고 구축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 세계가 원본이자 원천인 오프라인 세계를 대체하고 나아가 그 세계를 위해 원천인 오프라인 세계를 식민지처럼 이용하고 선택적으로 착취하고 그로 인한 문제는 대개 방치하고 관리 지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 사이버 세계가 지금의 -에이전트봇의 가시적/비가시적 활동이 인간을 점점 압도해가는- 추세 속에서 얼마나 어떤 상태로 온전히(?) 지탱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상황을 제대로 적정 거리에서 균형 있게 보고 중심을 잡고 사이버 공간의 그나마 건강한 틈새를 유지하기 위한 척도이자 거점은 결국 오프라인의 세상이고 자연이고 (책임 있는) 대면 관계에 토대를 둔 살아 있는 인간 관계이고 대화이고 논의이고 연대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리콘밸리의 손오공들이 시작하고 주도한 가상공간의 모든 일이 어떻게 보면 부처님 손바닥 위의 일로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손바닥을 벗어나 현실에서 점점 더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힘의 주요 자원이자 연결고리 중 하나가 무엇보다 자기 생각 없이 기계에 수동적으로 길들여지는 사람이다. 주체로서 능력과 결정권과 책임을 발휘/행사하지 않고 에이전트에 쉽게 넘겨주는 사람. 결국 자신이 시스템의 (대개는 한시적인) 에이전트가 된다. 자연은, 몸은, 뇌는 멍청하지 않다. 낭비하지 않는다. 쓰지 않는 건 버린다. 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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