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마주하며 함께하는 일
여오름
2024-11-19 20:17
전체공개
‘소년이 온다’를 먼저 읽고 나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게 되었다. 역사적인 사건들을 다시금 꺼내어 마주한 소설들이었다. 나의 무지함에 부끄러워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성인이 돼서야 알게 된 사건이고 자세히 알지 못했다. 국가 주도로 자행된 수많은 학살, 은폐 사건들을 절대로 잊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계속 수면으로 끄집어 올려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
사상자분들과 유가족분들의 고통을 마주하게 되었을때의 공감이 두렵고 슬픔과 아픔이 무서워 책을 도중에 덮는 일이 많았다.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부서진 마음은 치유의 근원이 되어 고통받는 타자와의 공감을 심화하고 그들에게 이르는 능력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얘기한다. 고통을 겪게된 분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보내고, 회피하지않고 직시해 부당한 역사에 같이 분노하며 슬퍼하는 것이 바른자세인 것 같다.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절대로 작별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생명들이었던 아미, 아마, 인선의 가족, 경하를 떠올린다. 그들은 서로의 고통과 감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아미와 아마는 동물 그 이상의 의미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선의 곁을 지켜주는 모습과 마음의 온기를 나누며 감정들을 공유하고 있다. 아미와 아마가 있었기에 인선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도움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처럼 함께 하는 일이 얼마나 든든하고 보람 있는 일인지 깨닫는다. 나는 혼자 있는 게 편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듣고 싶은 것을 들을 수 있기에 자유로웠다. 왜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사소한 것이라도 원하는 일에 항상 제지가 있어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제약이나 구속없이 혼자일 때 더 행복감을 느꼈다. 지금은 그런 자유와는 다른 형태의 기쁨을 발견했다. 나의 세상에서 벗어나 함께하는 것. 서로 다른 생각을 할 때, 이해하기 힘들어 의문을 품을지 몰라도,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수용하고 각자의 삶에서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의지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것들이 크고 화려한 일이 아닌, 작은 순간들이라도 말이다.
인선과 경하의 사랑을 보고 더 가슴에 와닿았다. 지켜주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서 삶이 더 풍성해지고,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오늘도 나와 함께하고 이해하며 공감해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댓글
경비병 |
3일 전
잊고 있었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을 상기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서진 마음은 치유의 근원이 되어.. 확장된다' 라는 문장을 다시 마주하니 많은 생각이 드는군요. 일부러라도 저를 더 부서뜨리는 책을 찾아 읽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