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소프트웨어, 정교한 기술은 혼란스러운 인간의 감정이 보다 순조롭게 해결되는 세상을, 데이터가 주도하고 기술이 지원하는 "여섯 번째 감각"이 오랫동안 우리의 감정적 삶을 지배해온 모호함과 자기기만을 말끔하게 제거하는 세상을, 감정에 대한 명확하고 즉각적이며 보편적인 표현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을 약속한다. 그러나 감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세상에는 대가가 따른다. 우리 삶의 깊이와 복잡성을 없애서 단조롭고 무미건조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 감정의 성가신 부분이다. 우리는 때로 뒤섞인 감정을 좋아한다." _5장 감정 길들이기, 214~215p
그런 장소들이 공간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 둘 사이에는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지리학자 이-푸 투안이 지적했듯이 "공간은 정의와 의미를 얻을 때 장소로 변한다." 공간은 "경계가 생기고 인적 요소가 가미"될 때 장소가 된다. _7장 소멸하는 장소, 개인화된 공간, 278p
... 그러나 '장소'가 아니라 '공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이 가상 세계가 카페나 술집처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유기적으로 발전하는 인간화된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관람자이자 참여자로 초대받는 기술 중심의 공간임을 알 수 있다. _7장 소멸하는 장소, 개인화된 공간 2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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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사람 만나기가 겁이 난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는 것도 힘이 들고, 빨리빨리 생각해서 말로 내뱉지 못하는 성격 탓에 대화에 끼기도 어렵다. 뒤에서 가만히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집에 돌아와 그제서야 내 생각을 정리한다. 가능하면 안전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있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본능적으로..)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듣고 싶고 얼굴을 보며 대화하기를 바라는 것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고립되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함께함으로써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모임을 신청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온라인에서도 사람들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서로 영감을 주고 받는다. 장소의 한계로 접하지 못했던 강연 등을 실시간 온라인 화상 회의를 통해 수강하고, 다른 나라에 있는 미술관을 VR로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은 비록 간접 경험일지라도 우리의 경험을 더 넓힌다.
다만 모든 온라인 경험의 아래에는 오프라인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메타버스나 VR 게임의 세계는 모두 현실을 모방한, 혹은 현실을 기반으로 상상된 세계이다. 누군가가 직접 현실을 경험하고 공유하지 않는다면 다른 이들이 그 경험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일도 없다. 예술인들이 늘 영감을 찾아 세상을 찾아 헤매는 것도, 과학자들이 새로운 발견을 위해 자연을 집요하게 관찰하는 것도 모두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영감이나 발견은 주로 익숙하지 않은 것, 우연한 실수와 같은 균열에서 나온다.
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한 변화는 물론 피할 수 없으며, 잘 받아들이고 올바르게 사용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현실에서의 경험이 필요하다. 어쩌면 영감을 찾아 헤맨다는 것은 불편함과 균열을 찾아 헤맨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철저하게 설계된 온라인 디지털 공간에서는 나에게 필요한 정보, 내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상의 소통은 모두 플랫폼을 거칠 수밖에 없고, 플랫폼은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 기업으로써 우리를 붙잡아 두고 마음에 드는 이야기만 떠먹여 준다.
현대인들의 가사 노동을 대신해주는 서비스가 점점 늘어가는 것도 우리 경험의 지평을 좁힌다. 물론 청소나 빨래, 분리수거와 같은 가사 노동에서는 어떤 영감이 없을 수도 있고 이를 외주화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그럴수록 내 생활이 타인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독서 모임 등 기타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서 현실과 연결되어 있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채 온라인 속에서만 사는 사람도 늘어간다. 효율만을 중시해서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다 보면 결국 통 속의 뇌가 되어 사는 결말에 다다르지 않을까.. 상상한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기우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디지털 세상과 현실이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쁘게 일하며 살아가는 개인에게 여유가 좀 더 주어져야 하는 등 구조적인 노력도 필요할 듯하다. 일단은 나부터.. 겁나고 피곤하다고 자꾸 집 안으로 숨지 말고 용기 내어 세상과 많이 접촉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그런 장소들이 공간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 둘 사이에는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지리학자 이-푸 투안이 지적했듯이 "공간은 정의와 의미를 얻을 때 장소로 변한다." 공간은 "경계가 생기고 인적 요소가 가미"될 때 장소가 된다. _7장 소멸하는 장소, 개인화된 공간, 278p
... 그러나 '장소'가 아니라 '공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이 가상 세계가 카페나 술집처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유기적으로 발전하는 인간화된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관람자이자 참여자로 초대받는 기술 중심의 공간임을 알 수 있다. _7장 소멸하는 장소, 개인화된 공간 2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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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사람 만나기가 겁이 난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는 것도 힘이 들고, 빨리빨리 생각해서 말로 내뱉지 못하는 성격 탓에 대화에 끼기도 어렵다. 뒤에서 가만히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집에 돌아와 그제서야 내 생각을 정리한다. 가능하면 안전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있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본능적으로..)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듣고 싶고 얼굴을 보며 대화하기를 바라는 것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고립되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함께함으로써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모임을 신청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온라인에서도 사람들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서로 영감을 주고 받는다. 장소의 한계로 접하지 못했던 강연 등을 실시간 온라인 화상 회의를 통해 수강하고, 다른 나라에 있는 미술관을 VR로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은 비록 간접 경험일지라도 우리의 경험을 더 넓힌다.
다만 모든 온라인 경험의 아래에는 오프라인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메타버스나 VR 게임의 세계는 모두 현실을 모방한, 혹은 현실을 기반으로 상상된 세계이다. 누군가가 직접 현실을 경험하고 공유하지 않는다면 다른 이들이 그 경험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일도 없다. 예술인들이 늘 영감을 찾아 세상을 찾아 헤매는 것도, 과학자들이 새로운 발견을 위해 자연을 집요하게 관찰하는 것도 모두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영감이나 발견은 주로 익숙하지 않은 것, 우연한 실수와 같은 균열에서 나온다.
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한 변화는 물론 피할 수 없으며, 잘 받아들이고 올바르게 사용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현실에서의 경험이 필요하다. 어쩌면 영감을 찾아 헤맨다는 것은 불편함과 균열을 찾아 헤맨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철저하게 설계된 온라인 디지털 공간에서는 나에게 필요한 정보, 내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상의 소통은 모두 플랫폼을 거칠 수밖에 없고, 플랫폼은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 기업으로써 우리를 붙잡아 두고 마음에 드는 이야기만 떠먹여 준다.
현대인들의 가사 노동을 대신해주는 서비스가 점점 늘어가는 것도 우리 경험의 지평을 좁힌다. 물론 청소나 빨래, 분리수거와 같은 가사 노동에서는 어떤 영감이 없을 수도 있고 이를 외주화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그럴수록 내 생활이 타인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독서 모임 등 기타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서 현실과 연결되어 있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채 온라인 속에서만 사는 사람도 늘어간다. 효율만을 중시해서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다 보면 결국 통 속의 뇌가 되어 사는 결말에 다다르지 않을까.. 상상한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기우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디지털 세상과 현실이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쁘게 일하며 살아가는 개인에게 여유가 좀 더 주어져야 하는 등 구조적인 노력도 필요할 듯하다. 일단은 나부터.. 겁나고 피곤하다고 자꾸 집 안으로 숨지 말고 용기 내어 세상과 많이 접촉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