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을 써본다. 왜 이렇게 늘 시간은 부족한걸까. 글이 줄여지지 않는다. 이미 과부하가 왔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동물과 비슷하기만 한 게 아니다. 애초에 우리는 동물이다.'(머리말 첫문장!)
역시나 전체 책의 전체가 어떠한가를 보려면 서문, 머리말 등이 도움이 되고 내 생각은 여기서 제일 많이 터지는 것 같다. 1부는 인간이 다른 종과 너무 다르고 본성이 없다는 의견을 비판하고, 2부는 이 본성을 다른 학문은 어떻게 설명/접근하고 있는지를 비판하고, 3부는 본성에 대한 이해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어떤 식으로 인식해야 하는지 제시하고, 4부는 이성과 감정을 연계한 새로운 본능의 관점을 제시, 5부는 4부에서 제시된 새로운 인간 본능에 대한 이해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할 것이라고 한다. 정말이지 인간은 생각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개정판에 붙이는 머리말의 시작은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된다. 특정 형질들을 가진 유전자들의 조합으로 인간이 구성된다는 관점은 지극히 과학적이면서도 나의 아저씨의 대사인 '인간이 그렇게 한겹이야?'하고 배치된다. 철학자도, 과학자도 아닌 나도 알 수 있다.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많은 부분을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다 해도 'R2의 한계는 언제든지 있을 것이다.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는 경험적 질문이며, 어떤 주의에 대한 충성 문제가 아니다’
철학도 과학도 인간이 하는 지적활동의 일부임을 고려하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인간 외 모든 것에 대한 연구는 지극히 인간관점으로 측정, 조사되고, 분석되며, 이해된다는 한계를 갖는다. 동물과 인간이 다르다고 생각한 역사에는 애초에 이런 렌즈가 작용하고 있으니 불가피한 결과 같기도 하다.
(중간에 인간이라는 종이 일단 인간 외(타)에 대해 경계하는 습성을 갖는 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것이 결국 인간존재가 자연안에서는 '약체'임의 반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의 집단인 사회에서 '권장'되는 사고방식이, 그리고 그런 연구들이 국가 또는 권력자라는 외부 압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한 진정으로 '객관'적인 '연구'라는 건 더 존재하기 어려워 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작가가 언급하듯 생업으로 연구를 하면서 그런 연구비를 지원하는 곳의 사상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고, 학계의 특성상 그 자체로 고여버리는 특성 때문에 본인같은 학계의 허가(발언할 수 있는)와 여력이 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했다.
본 연구인 동물행동학을 인간에 접목하는 방식의 연구방법을 설명하면서, 부딪혔던 학계의 폐쇄적 행태들과 인간을 들여다 본다고 하지만 실존주의로 절여진 인간이 동물을 ‘비교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의 어려움 등을 설명한다. 롤랜드가 말했던 1~4차상의 수준으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됐다.
아주 러프하게 표현해보면, 사람의 주장은(심지어 위대한 학자도) 1) 틀릴 수도 있고, 2) 특정 성향으로 편향될 수 있고, 3) 반대를 완전히 기각할 수 있는 완벽한/절대적 입장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4) (전문가 조차도!) 설명하려 할수록 꼬이는 입장은 늘 발생한다는 점이다. 4번 때문에 괴로우니 그냥 ‘믿어버리거나’ ‘틀린걸 아는데(!) 우기는(행동/반복/학습을 강조한 스키너가 ‘타고나는 결정인자’를 인정하면서도 더 이상 연구되지 않길 바랬듯)’ 사람들이 발생하고, 이 논란의 외적인 배경이 작용해 그런 주장 자체가 튀틀릴 수도 있다.
작가가 책을 풀어내는 ‘순환논리’ 방식이 굉장히 유연하고, 개방적이면서도 설명력이 파워풀하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었다(다만, 책을 읽으면서 혼란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 같다. 홀리는 것 같은...) 이런 ’순환 논리‘는 기본적으로 많은 저항을 받을 것인데, 때문에 적절한 비교가 요구되고, 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는데 과연 그랬을 것 같다. 이 비교가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지킨 원칙은 다음과 같았다.
’그것이 해당 종의 전체 특성이라는 맥락과, 알려진 원칙에 따라 종 간의 닮은 점을 다룬다는 맥락 속에서 이루어질 때만 비교가 의미있다는 것이다‘
(이제 2장까지 읽고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인간 외 개체들을 동물이라고, 짐승이라고 부르는데에 약간 멈칫하게 되고, 인간의 고유성을 본능이라 할지, 이성이라 할지 명확화하진 못했지만!) 인간은 동물이 맞는 것 같고(인정), 다만 좀 다른(고유성처럼 나타나는) 그 점, ‘이성’ 이 있는데, 이건 틀릴 때도 있고, 본인도 그걸 알고 있으며 그런 점을 이용도 하고(계략적이고), 틀렸다 싶으면 개선도 할 줄 알며, 이런 사고는 보이지 않는 대상이나 가상의 개념까지도 적용할 수 있고, 그런 영역에도 기꺼이 호기심을 갖고 고민을 한다는 것이 인간만의 특성에 제시되지 않을까하고 예상해본다. 이걸 뭐라고 설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부족한대로, 거론되는 입장에 대한 생각도 살짝 정리해보았다. 뒤로 가면서 바뀔수도..?
- 일원론 vs 이원론 : 인간과 마음(정신)은 어느 정도 분리할 수 있다.(이런 주장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었던 건 주변의 비난 또는 내 무지의 탓일 수도 있지만, 작가가 말한 '몸과 마음을, 문화와 본성을, 생각과 느낌을 예리하게 구분하도록 강요'하는 세상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성선설 vs 성악설: 선악도 지극히 인간적인 것임을 감안하여(그래서 선, 악은 고정되지 않고 바뀔 수 있다고 하고)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하지만 유전, 진화과정에서 '이어져 태어나고 죽는 '구조상 ' 생득적으로 얻어지는' 특성들이 있다.
- 우리는 자유한가? : 자유롭다. 특히 이성, 지성 덕분에 더 자유롭다. 유전적으로 생득하는 특질과 함께 사회를 살면서 학습하고, 일부는 순응하며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다른 변화를 추구할 수도 있어서다. 백지론은 거부한닷!
계속 읽어봐야겠다.
아울러 글이 잘 읽히지 않을 때 소리내어 읽어보라고 말씀 주신 분에게 감사하고 싶다...
아울러 글이 잘 읽히지 않을 때 소리내어 읽어보라고 말씀 주신 분에게 감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