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과 인간』은 나에게 쉽지 않은 책이었다. 미리 읽으라는 당부를 기억하며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지만, 진도가 나아가지 않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몇 번이고 반복해 읽으면서도 머릿속은 안개 속을 걷는 듯했다. 이 책은 분명히 내 이해력의 부족함을 깨닫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끝까지 붙잡아야 할 이유를 주었다.
책의 주제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통해 인간 본성을 새롭게 탐구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철학자들은 인간을 다른 종과 구별하는 성질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미즐리는 동물행동학의 연구 성과를 끌어와 인간과 동물의 닮은 점을 강조한다. 인간의 행동 동기는 늑대, 곰, 코끼리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차이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인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미즐리는 두 방향에서 논의를 전개한다. 첫째, 로렌츠, 틴베르헌, 구달 등 동물학자들의 연구를 인용하며, 전통 철학이 얼마나 동물 본성에 무지했고 인간 본성을 왜곡했는지 보여준다. 둘째, 리처드 도킨스와 에드워드 윌슨 같은 과학자들의 유전적 결정론을 비판한다. 특히 『사회생물학』에 대한 미즐리의 논평은 예리하고 본격적이다. 그런데도 에드워드 윌슨은 추천의 글을 써주었다. 자신과 생각이 달라고 그것을 존중해 줄 수 있는 자세.
1,2부로 나뉘어 읽고 독후감을 써야하는 지금.
일단 1부를 읽고 든 생각은 플라톤에서 일리아스, 니체를 넘나드면서 이제껏 우리가 가져왔고 인식해왔던 동물에 대한 편견을 없애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늑대는 사람을 잡아먹는 나쁜 동물이다' 라는 것이 우리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편견을 없애고 다양한 각도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책의 모든 부분을 명확히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여러 번의 읽기 끝에 남은 것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동물을 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길을 잃고 헤매더라도 이 문장을 붙잡고 있다면 언젠가 안개가 걷히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