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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에 대한 강연 요청을 받고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독후감

봉천동 조지오웰 프로필 봉천동 조지오웰
2026-01-16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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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자기만의 방>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달라는 강연 요청을 받았어요. 이 책과 어울리게 저도 강연 준비 과정을 이야기로 풀어볼까 해요.

카페에 앉아 생각에 잠겼어요. 여러분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제가 감히 <자기만의 방>의 현대적 해석이라니요? 메리 비턴처럼 옆에 떨기나무와 강과 버드나무가 보였다면 저에게도 좋은 생각이 떠올랐을까요? 저도 물속으로 낚싯줄을 드리워 봤지만, 아무 입질도 오질 않네요. 설상가상 낚싯줄이 계속 끊어져 다시 정비하고 던져야했죠. 제 낚싯줄은 왜 오래 버텨주지 못할까요? 마치 녹말로 만든 실처럼 물에 닿기만 하면 녹아버렸어요. 이런! 제 낚싯줄이 이렇게 약해빠진 이유는 현대 사회의 영향 같다는 왠지 모를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낚싯줄을 던졌어요. 이미 강연료를 받았으니까요. 아. 아니. 그보다 여러분에게 도움 될 만한 얘기를 하고 싶으니까요. 그런 제가 가여웠는지 조그마한 물고기가 물어주기 시작했어요. 낚싯줄이 녹기 전에 얼른 낚아챘죠.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해요.

2025년 현재 '자기만의 방'은 훨씬 흔해졌어요. 심지어 '1인 가구'로서 (작지만)자기만의 집도 많은 걸요?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 '자기만의 방'을 원치 않는 사람까지도 내몰리게 된 지경이죠. 어릴 때도 대부분 자기만의 방이 있어요. 이 책과는 반대로 남아보다 여아에게 자기만의 방이 더 보장되는 것 같아요. 제 사촌 여동생도 방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밥 먹을 때만 거실로 나온답니다. 가장인 아버지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해요. 울프가 말한 "자물쇠가 달린 방이 꼭 필요하다"는 이미 이루고 시작하는 거죠. 울프 시대와는 많이 달라졌어요. 과연 지금도 '자기만의 방'이 추구할 만한 것일까요?

저는 '자기의 방'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펼칠 거예요. 하하.. '만'을 '맘(mind)'으로 바꾼 언어 유희죠. 제 사촌동생이 '자기만의 방'에서 문을 잠구고 무엇을 했을까요? 울프가 말하는 '지적 자유'를 누렸을까요? 아니에요. 부모님의 감시를 벗어나 스마트폰에 빠져있었어요. '자기만의 방'에 있어도 이제 오롯이 '자기'만 있는게 아니에요. 세상(대게 오락물)과 연결되어 있어요. 혼자일 때 더 깊게 빠지게 되죠. 요즘 사람들이 집중이 필요할 때 왜 (과거 그토록 염원하던)'자기만의 방'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 '카페'로 향하겠어요? 이제 서로 감시하는 시선이 필요한 거예요. 혼자 있으면 밀려드는 콘텐츠가 감당이 안 되니까요. 현대는 이런 모순이 있답니다. 제가 지금 카페에서 강연을 준비하는 이유도 이거예요. 만약 지금 <자기만의 방>이 출간된다면 <사람많은 카페>라는 제목으로 나와야 할지도 몰라요.

이제 '지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자기의 방'을 확보해야 해요. 어디에 있냐고요? 바로 마음속 지하에 있답니다. 함께 찾으러 가보시죠. 엇 저기 흙 사이로 방문 손잡이가 얼핏 보이네요. 일단 손으로 얇게 덮인 흙을 쓸어내봐요. 하마터면 문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칠 뻔했네요. 잠깐! 확 열지 말아요. 방에 가득 들어찬 흙이 쏟아질 수 있거든요. 여러분이 방문하지 않은 오랜 기간 동안 지하방 벽면이 허물어지고 흙들이 들어찬 것이지요. 놀라지 마세요. 저도 처음에 그랬거든요. 분명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일 때는 이 방이 온전했을 거예요. 그런데  너무 오래 방치해 놓았네요. 과거보다 흙들의 압력은 더 거세졌어요. 흙 알갱이 하나하나는 우리의 주의력을 갉아먹는 이 산업의 모든 것들이에요. 컨텐츠, 일, 가벼운 관계 등이 있죠. 자! 정신 차려요. 이제 입구부터 조금씩 흙을 파내며 다시 공간을 만들어나가야 해요. 우리가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그 공간을요. 공간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면 흙을 막을 벽을 쌓아야겠죠. 그렇지 않다면 흙은 금세 제자리로 돌아와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테니까요. 모두 책 챙겨오셨죠? 아니라고요? 그럼 벽돌을 가져오지 않은 셈이에요. 책은 '자기의 방'을 유지해 줄 벽돌이거든요. 자 흙이 밀려들기 전에 책을 쌓아봐요. 책을 쌓았으면 한숨 돌린 거예요. 이제 조금씩 책들을 추가하며 평수를 늘려가야 해요. 그럼 우리는 언제든 자기의 방에 들어와 '지적 자유'를 펼칠 수 있거든요.

아 참! 벽을 한 번 쌓았다고 끝난 게 아니에요. 저는 과거 1년간 벽을 쌓아놓고 흡족해하며 바깥일에 집중했을 때가 있었어요. 내 방은 잘 있겠지.. 생각하고 들여다보지도 않았죠. 그러다 오랜만에 들어왔을 땐 견고하다고 생각했던 책이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벽에는 구멍이 뚫려 흙이 들어차고 있었어요. 놀란 저는 황급히 재정비했어요. 지금은 수시로 방문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하는 '북클럽 오리진'은 한 달에 한 번씩 '자기의 방'을 들여다보도록 강제한답니다. ^^) 벽이 허물어진 이유는 사방의 흙이 24시간 수백 톤의 압력으로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꾸준한 관리가 필요해요. 흙에 밀려 떨어진 책들은 그때그때 제자리에 꽂아놔야 하죠. 참 수고스러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즐거운 일이랍니다.

이제 강연을 마치려고 해요. 뭔가 더 거대하고 대단한 결론을 내리고 싶지만, 저도 아직 '자기의 방' 보수 공사를 마치지 못했거든요. 오늘 이 강연이 끝나면 새로운 벽돌을 구하러 근처 서점에 가볼까 해요. 어려분도 '자기의 방'을 확보하고 돌보고 자주 방문하기를 바라요.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인생을 써 내려가는 작가이고, 그래서 '자기의 방'이 필요한 거예요. 흙에 짓눌려 작업 공간을 잃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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