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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년이피아드

<오뒷세이아(21~24권)> - 호메로스 독후감

propers 프로필 propers
2026-10-2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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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년이피아드』 137-138쪽에서 인용
나는 심사가 뒤틀려 있었어. 서구 고전에 이렇게까지 칭송하고 열광할 일이야. 나는 일부러 영화도 보지 않았어. 미국 남자 감독이 만든, 미국 남자 배우가 돋보이는, 서구 고전 이야기. 
남자 영웅에, 우는 여자에, 잘난 신들에. 하다못해 어린 아들도 길을 떠나는데, 하는 일 없이 실오르라기를 풀렀다 짰다 하면서 울기만하는 하릴없는 여자가 나오는 이야기. 그것도 사랑도 아니고 노골적인 권력 쟁취의 도구가 되어. 어머니가 써포트라는 말에도 심사가 뒤틀리고, 전쟁의 칭송, 힘의 칭송, 복수의 칭송, 누구는 귀족이라 의자에 앉아있고 누구는 손 씻을 물까지 나르는 계급 차별도 보기 싫었어. 동양에서 태어난 힘도 못 쓰는 계집 종년이 공감할 게 하나도 없잖아. 생각해 봐. 미국 텍사스 사는 힘센 남자가 동양 저 끝에 사는 힘없는 여자애가 고향 떠나 죽도록 고생하다가 겨우 돌아와서 제 집에서 죽을 뻔한 이야기에 관심이나 있겠어. 나도 관심 없어. 영웅 이야기라고 하길래 나는 못 만날 수도 있고 나는 못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인간은 자고로 이래야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완벽한 인간이 나오는 줄 알았지. 영웅은 무슨, 거짓말에 사기에 임기응변에 복수에 본받을 게 하나도 없잖아. 활 잘 쏘는 건 인정할게. 트로이 목마와 아무것도 아닌 자라는 작명에서 보여지는 꾀바름도, 이야기꾼의 능력도. 마지막에 보여준 침착한 인내심도. 괜히 초라해진다. 가진 것도 없는 게 가진 것 많은 자를 평가하면서 인심좋게 인정하는 척 하는 게. 
 
 
 
나는 모두가 떠받드는 경건한 『오뒷세이아』 보다 이 가볍고 분홍분홍한 얇은 책 『페넬로피아드』를 깔깔거리며 재미있게 읽었다. 후자는 가벼워서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었고, 전자는 무거워서 책상 위에 모셔만 두었다. 이제 두 권 모두 책장으로 들어갈 차례다. 4개월의 북클럽이 끝났으니까. 안녕! ‘-이아’와 ‘-아드’. 우리는 이제 현실 세계를 탐독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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