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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인간을 사랑한 매리 미즐리의 연서

<짐승과 인간 (3, 4, 5부)> - 메리 미즐리 독후감

땡초맛 새우깡
2025-10-17 10:09
전체공개
(인용은 ' ' 에 담았습니다...)

# 사실, 작가는 지독하게 인간을 바랐다. 
인간이 별반 동물 등 타 종 대비 우월하지도, 딱히 똑똑하지도 않다는 글을 계속 읽다보니 자연에 가까운 존재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안도와 희망도 들었다가, 만물의 영장이라는 명예에 스크래치(내지 가스라이팅) 당하는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책 마지막 장을 읽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인간과 동물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600여 페이지의 책으로 설명하려면 인간을 얼마나 사랑해야 할까! 로 말이다.. 작가의 모든 말들을 모두 흡수 하지는 못했겠지만, 모든 동물에서 공통된다는 ‘애착’ 특히 인간에 대한 작가의 애착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인본주의가 신을 파괴한다는 뜻일 수만은 없다‘
작가의 마지막 말은 성선설로 ’분류‘는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순진하거나 억지스럽지 않은 입장이라고 생각된다. 인간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사고를 갖고 있는 게 ’본능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이란 존재가 본질적으로 소외, 외로움, 무가치 이런 걸 ‘못 견디는’ 짠한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더 감추려고 작가가 말하는 ‘유치하고, 과대망상적인-인간성 숭배’ 경향을 보이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그런 걸 인정하자는 작가의 글들은, 인간은 그저 우주의 먼지일 뿐이라고 내팽개쳐짐 당하는 것보다, 아니면 과대망상적으로 온 우주의 중심이 인간이라는 설명보다 차라리 받아들이기 쉬웠던 것 같다.
‘세계가 우리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믿음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 우리가 이 세계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세계에 맞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 인간이 결정적으로 다른 동물(생물)과 다른 점은 없다.
가치판단(위와 아래, 효율적, 적합성, 좋음/나쁨 등)도 결국은 인간의 판단이고, 그마저 일관되지 않음을 근거로 인간만이  가졌다는 언어, 도덕, 생존(in진화) 등을 공통된 본성으로 정리한다. 이런 ‘하나의 설명 변수를 찾을수록 ‘본질 개념은 망가진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최고의 생존자가 아니다.... 최고의 생존자는 실제로 매우 하등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최상을 찾을 권리가 있지만 그것을 기대할 권리는 없다‘
’최적화, 최대화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추상적 의미의 적합성 같은 것은 없으며, 오로지 특정 조건에 대한 적합성만 있을 뿐이다‘
   
# 인간의 본성은 이러하다. (책 내용을 거칠게 정리해본다...)
인간은 본성적이고, 이는 ’애착‘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다. 본인의 삶만을 살 수 있으며, 유한한 삶을 살고, 너무나 풍부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인간은 그의 바람(지속적인 선호 구조)에 따라 선택(우선순위)을 해야하고, 함께 사는 이들과 반복/강화(정례화)한 것이 문화이다. 문화는 본성을 따르고 있기에 아무 방향으로 뻗어나가지 않고 인간을 더 자유하게 하며, 마침내 본성을 완성한다. 인간은 열린 본능을 갖고 있지만 본성은 인간을 관통하기에 통합될 수 있다. 인간이 갖는 바람도 개인마다 모두 다르고, 인간은 기계모델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이지만 함께 살아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 자체(바람)을 그대로의 인정이 필요하다. 
‘사회적 종의 이성은 아무 방향으로나 프로그래밍 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안정성과 친근함의 한 측면으로서 생겨난다. 그러므로 어느 쪽에 가치를 찾을지, 어떤 종류의 질서가 요구될지 이성이 알고 있으리라는 기대는 어리석은 것이 아니다’
p.557 ’모든 집단에서 이런 갖가지 동물을 하나로 묶어 주는게 뭐냐 묻는다면 애착이다. 즉 우호적 관심에 의해 지속적으로 힘을 얻고 유지되는 애정의 유대다‘ (캬!)
   
# 인간 본성에 맞지 않는 찜찜한 몇 가지: 성별, 정상성, 패륜범죄
인간 본성에 반하는 실제 사회상이 존재하니, 그 이유는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그만큼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의 압력이, 인간이 생각/사고하는데 영향이 작지 않다로 봐야할지, 인간 본성의 또 다른 부분이기도 한 건지 고민해볼 부분같다. 
   
(성별 관련) 
‘개별성을 타고 난다는 것, 다시 말해 자신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누린다는 장점은 무한히 유연하지는 않다는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다른 성별이 아닌 한쪽 성별에 속한다는 것은 이 장점의 한 측면일 뿐이다’
’혼인과 가족을 철폐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여성이 전적으로 남성과 똑같은 방식으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놓는 극단적이고 무차별적이며 대체로 부정적 의견을 우리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이런 문장들이 작가가 페미니즘이나 탈가족주의에 대해 ‘극단적’‘무차별’‘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받아들여졌는데, 내 생각엔 그들이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작가가 주장하는 맥락인 '(각 성별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인간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다시 정리하듯 ‘여성을 정당하게 대하는 것은 당파적 경쟁적 이득이 아니다. 그것은 모두에게 건전한 삶을 의미한다’의 방향으로 말이다.
   
(정상성 관련)
‘개개의 동기는 진정으로 서로 별개이자 자율적이지만, 개인이 정상적으로 성숙하면서 전체적으로 그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삶에 맞도록 조정된다.’
이 부분이 결국 인간이라면 응당 지향할 '어떤 지점‘이 있다는 의미로 읽혀졌다. 사회가 강제하는 ’정상성‘의 맥락에서 말이다. ’정상적으로 성숙‘이란 것도 이 책의 맥락으로는 다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본성‘은 인간 모두에 적용된다지만 각 개인에게는 체념일수도, 만족일수도 있는 '선택'을 통해서 이뤄낸 균형일수도, 타협일 수도 있지 않나. 이런 게 ’성숙‘되면 ’자연히‘ 그렇게 된다...까지 연결은 어렵지 않나하는 의문이 남는다. 
   
(범죄, 특히 패륜 범죄 관련)
뉴스에서 회자되는 패륜 등 인간 본성을 저버린 군상을 생각해보건데, 이건 사회의 책임이라고 봐야하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600페이지가 모자라게 인간 본성은 마구잡이가 아니고, 인간은 지속적인 선호와 바람을 가지고 선택하며 살아가며, 그 본성의 시작은 어린 것을 ’보살피는‘ 데에서 출발했는데, 그럼 인간의 범죄는 누구의 탓, 왜 생긴 걸까? 질병일까?(그럴 리가 없다) 온전히 사회의 잘못이 되나? 본성을 잃을 만큼 사회적 압력(또는 돈? 물질주의?)이 강제적이고, 개인이 거스를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고 말이다. 
   
# 본성대로 살기 위한 남과의 동행을 위하여
인간이 본성대로 살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상존이 필수라고 설명하며, 남을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너무 맞는 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실천적으로 행동하고 싶다 하였으나, 그 인식된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는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을 남기며 짐승과 인간의 긴 여정을 마쳐본다.
   
‘칸트는 우리가 남을 귀중하게 여기는 것은 그들이 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가 남에게 갖는 존중은 ’나의 자기애를 방해하는 가치를 의식하는 것‘ 즉 우리가 만들지도 소유하지도 않은 어떤 좋은 것, 진정으로 우리 외부에 있으면서 우리와 반대되는 어떤 것, 우리의 바람에 반대할 수 있는 것을 의식하는 것(크으!)이다. 여기서 가치, 값어치, 귀중함 같은 낱말이 유래된 교환이라는 경제적 은유는 파훼해야한다’
   
‘우리에게는 자신과 닮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와 남의 관계는 각자가 끊임없이 상대방을 굴복시키려 하고 상대방이 우세한 동안 그저 억지로 참는 불편한 흥정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남과의 관계에는 남에게 향하는 진정한 공감이 필요하다. 즉 자신이 현재 추구하는 목적이 전혀 아닌 목적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다만 받아들이면 자신의 목적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자기자신이 되는 것과 모순되지 않는데, 자신이란 실제로 하나의 배타적 체계로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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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B동 사감 | 1개월 전
벽돌책을 부여잡고 씨름한 기색이 역력하군요. 절반은 성공하셨네요. 책을 읽는 것은 생각하며 살아가겠다는 아름다운 의지의 표현이니까요. 나머지 절반은 만나서 또 함께 즐겁게 씨름해 보지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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