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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수형(樹形)을 잡아가기

<짐승과 인간 (3, 4, 5부)> - 메리 미즐리 독후감

봉천동 조지오웰
2025-10-23 00:24
전체공개
수형을 잡아간다는 말은 '나무 수(樹)'에 '모양 형(形)' 자로 '나무의 모양을 잡아간다'는 뜻이다. 11장에서 '생명, 본성'을 나무에 비유하는 대목을 읽으며 이 생각이 떠올랐다. '본성'을 소나무로 비유한다면, 인간은 '지성(실천적 사고)'을 활용하여 '본성'을 다듬어가는 수형 작업을 하는 게 아닐까? 수형을 잡을 때는 가지를 치고, 잔가지를 유도하고, 철사를 통해 모양을 잡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일단 먼저 말해두고 싶은 것은 나는 '수형'에 대해서 잘 모르고 해본 적도 없다. 단지 최근에 본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 이병헌이 분재(盆栽) 작업하는 장면이 나왔고. 비슷한 시기에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서 그 두 개가 합쳐진 것뿐이다. 그래서 얕은 지식으로 비유에만 활용해 보고자 한다.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철사걸이 사진


사람의 본성적 욕구(바람)들이 하나하나의 나뭇가지가 된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 바람의 기본 레퍼토리는 주어져 있다. 우리는 (..) 바람을 마음대로 창조하지도 없애지도 못한다"는 것처럼 나뭇가지도 우리 뜻대로 만들어 낼 수 없다. 나무 안에 있는 생명이 뿜어낸 가지를 우리는 단지 (다시 저자의 말로 돌아가) "유도하고 돌리고 발전시"킬 뿐이다. 우리는 나무를 찰흙으로 처음부터 빗어내는게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생명을 활용해야만 한다. 서로 부딪히는 가지들이 있다면 (욕구의 우선순위 문제) 특정 가지를 짧게 치거나 철사를 활용해 방향에 변화를 줘야 한다. 그리고 좀 더 굵게 만들고 싶은 가지에는 영양분이 많이 갈 수 있도록 주위 가지를 정리해 줘야 한다. 

수형을 잡아가는 과정은 정말 힘든 작업이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 이병헌이 철사를 감아 악을 쓰고 힘겹게 모양을 잡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데 "자신의 중심을 무시하거나 제대로 성찰하기를 거부하는 대가는 분열"(11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지들 중 저자가 말한 '초정상 자극'을 잘 관리해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초콜릿을 마구 먹고', '술을 마시고', '도박하고', '자원을 낭비하고' 현대 버전으로 하나 더 추가하자면 '컨텐츠로 시간을 낭비하고'가 있다. 이 가지들로 필요 이상의 영양분이 가버려서 정작 중요한 가지들에는 영양분이 가지 못하고 있다. (내가 비유하고 있는 '영양분'은 '주의력'으로 생각하면 된다)

소나무의 형태를 가꾸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소나무를 먼저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소나무를 보기 위해서는 과학(특히 진화학), 문학, 인문학 공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나무를 아예 볼 수 없게 된다. 사실 나무를 볼 수 있다는 사람중에서도 나무 전체를 본 사람은 역사상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본성의 나무는 너무나도 거대하여 그중 나뭇가지 하나씩을 발견해 나갈 뿐이다. 대부분은 안개로 가려져 있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발견한 나뭇가지를 하나씩 내 수형 작업 영역에 포함시키는 것이 삶을 공부해 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나만의 수형을 잡아가야겠다. 그 과정에서 북클럽 오리진은 내게 엄청 큰 도움을 준다. 

모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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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A동 부사감 | 1개월 전
영화에서 온실 속 분재 장면은 너무나 우악스럽고 폭력적으로 보였어요. 그 사람의 어떤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고요. 인간과 나무, 생물 종과 떨기 나무 형상의 진화, 생각해 보게 만드는 비유이지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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