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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으로 지은 집, 그리고 오디세우스의 이타카

<오뒷세이아(21~24권)> - 호메로스 독후감

DCT 프로필 DCT
2026-10-0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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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큰딸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았다. 서도호 작품전이 볼만하다는 소문에 기대감을 안고 간 길이었다. 딸아이는 이미 두 번째 보는 전시였지만, 엄마를 위해 기꺼이 동행해 주었다. 인터넷 예매가 어려워 무작정 미술관을 찾아 현장 예매 대기 줄에 섰는데, 딸아이가 "내가 서 있을 테니 엄마는 의자에 앉아 있어"라고 했다. 덕분에 현장 예매의 피곤함을 피할 수 있었고, 딸아이의 따뜻한 배려로 전시장에 들어섰다.
전시장에서 만난 서도호 작가의 작품은 기대 이상으로 섬세했다. 주제는 바로 ‘집’이었다. 작가는 집을 아주 소중한 공간으로 느끼고 있는 듯했다. 집 안에서 마주하는 모든 요소를 지극히 섬세한 작품으로 재현해 내고 있었다.
서도호 작가에게 집은 단순히 벽과 지붕으로 둘러싸인 물리적 건물에 그치지 않았다. 스케치에서 시작해 은은한 색의 실크와 나일론 천으로 복원해 낸 문고리, 스위치, 손잡이 하나하나에는 그곳에서 살아간 사람의 온기와 시간, 기억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특히 어릴 적 살던 한옥집 전체에 창호지를 붙여 집의 형태를 그대로 만들어낸 작품 제작 과정은, 작가의 인내심과 상상을 뛰어넘는 창의력의 결실이라 느껴졌다. 얇은 천으로 실물처럼 생생하고 투명하게 표현해 낸 모습을 보며 '가히 천재에 가깝다'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집에 대한 깊은 애정과 그리움이 없다면 과연 그렇게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고전 《오디세이아》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서도호 작가에게 ‘집’이 지닌 소중함처럼, 오디세우스에게도 집이란 익숙함과 그리움이 응축된 유일한 공간이지 않았을까?
《오디세이아》의 21권에서 24권은 오디세우스가 긴 방황 끝에 마침내 집으로 돌아와 펼쳐지는 이야기다. 그는 자신의 집 양식을 축내며 행패를 부리던 구혼자들을 처단하고, 자신을 끝까지 믿고 기다려준 아내 페넬로페와 재회하며, 늙은 아버지까지 다시 만나게 된다.
오디세우스에게 '집'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는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여신 칼립소의 섬에 머물 때조차도 매일 바닷가에 앉아 고향 이타카의 집을 향해 눈물을 흘렸다. 신이 되어 영원히 살 수 있는 기회마저 마다하고 그가 그토록 돌아가고자 했던 '집'. 그것은 서도호 작가가 천으로 써 내려간 작품들처럼, 나의 모든 과거와 서사, 그리고 '나를 나이게 만들어주는' 소중함과 익숙함이 온전히 응축된 안식처였다.
미술관을 나오며 딸아이의 손을 잡았다. 엄마를 생각하는 딸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마주할 수 있었던 서도호의 '집', 그리고 오디세우스의 '이타카'. 이번 추석 연휴에 딸과 함께한 시간들 역시 먼 훗날 내 삶을 따뜻하게 지탱해 줄 또 하나의 소중한 '기억의 집'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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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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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 불주먹 프로필 봉천동 불주먹 | 4시간 전
오잉 세 번째가 아닌 네 번째 모임 독후감을 미리 쓰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