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 거장 작가의 책을 읽었는데,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눈과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기분이었다.
자연의 묘사가 너무나 아름답고 단어의 쓰임이 수려했다.
정갈한 한정식을 먹으면 속이 편안한 것처럼,
한국어 번역체인 문장이 아닌 원서가 한국어인 문장의 장점을 오랜만에 느꼈다.
내용적으로는
수많은 생과 사들이 그림의 수채화 붓자국처럼 겹치고 겹쳐져서 하나의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거대한 자연에 둘러쌓인 듯 그 안에서 한없이 겸허해지는 기분이었다.
결국 인간도 거대한 자연의 일부이며,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일 뿐인 것을.
식물이나 동물의 종마저 작위적으로 인간이 붙였지만.
p. 35
어느 꽃나무는 한해 동안,
또 어떤 풀은 두해를 나는 게 고작이었다.
풀꽃들은 씨를 퍼뜨린 원래의 것이 죽어도 그 자리에서 씨앗이 다시 싹을 틔워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되살아나곤 했다.
p. 36
고둥이나 우렁이, 갯지렁이도 뻘흙을 헤치고 가느다란 길을 내며 이동했고,
조개 중의 보배라는 백합, 갯벌 어디서나 나오는 바지락, 가무락조개, 동죽,
그리고 건드리면 물총을 찍 쏘아대는 맛조개 등속이 썰물 나간 모래와 뻘흙에서 나와
이렇게 우리는 살아 있다고 사방에 움직였다.
p. 39
하루살이는 물속에서 세해를 애벌레로 지냈다. 그러고는
방금 밖으로 나와 껍질을 벗고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것은 번식하기 위해여 지금부터 몇시간을 살아내야 한다.
그 벌레에게 물속은 한때도 편할 날이 없었을 것이다.
알이었을 때부터 그랬고 애벌레가 되어서도 늘 쫒겨 다니기만 했다.
물고기, 올챙이, 개구리, 잠자리 애벌레, 방개, 소금쟁이 모두가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었다.
물 밖에 나와서도 형편은 같았다. 잠자리, 거미, 작은 새, 모두 하루살이를 먹으려고 덤볐다.
그런데 정작 하루살이는 입이 없어서 무엇이든 먹을 수가 없었다.
하루살이는 삼년을 물속에서 살다가 껍질을 벗고 물 밖으로 나와 짝을 찾아 교미하고
알을 낳고는 곧 사라진다. 수컷은 짝짓기 직후에 죽어버리고 암컷은 물속에 알을 낳고는 죽는다.
지상의 시간으로 빠르게는 두 시간에서길게는 하루 반쯤 살 수 있었다.
p. 45
팽나무는 서리 내린 늦가을에 이미 꽃은 시들어버리고 줄기까지 말라가던
갯개미취가 스러지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잘 있어. 그동안 고마웠어.
갯개미취가 맥없이 허리를 꺽자 팽나무는 대답을 전했다.
괜찮아, 너는 그 자리에 씨를 뿌렸을 테니 봄이 오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그건 내가 아니겠지만 나처럼 대해줘.
p. 73
은적사가 큰절은 아니지만 지어진 세월도 천여년이 넘고
인근에 부농들이 많아서 산골 오지의 절보다는 살림이 포실할 듯했다.
p. 92
도요새들은 맹그로브 숲과 갯벌을 왕래하며 하루 종일 먹기만 했다.
가슴과 배에 기름이 차오르고 내장이 가볍게 축소되었을 때
그들은 이동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느꼈다.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눈과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기분이었다.
자연의 묘사가 너무나 아름답고 단어의 쓰임이 수려했다.
정갈한 한정식을 먹으면 속이 편안한 것처럼,
한국어 번역체인 문장이 아닌 원서가 한국어인 문장의 장점을 오랜만에 느꼈다.
내용적으로는
수많은 생과 사들이 그림의 수채화 붓자국처럼 겹치고 겹쳐져서 하나의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거대한 자연에 둘러쌓인 듯 그 안에서 한없이 겸허해지는 기분이었다.
결국 인간도 거대한 자연의 일부이며,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일 뿐인 것을.
식물이나 동물의 종마저 작위적으로 인간이 붙였지만.
p. 35
어느 꽃나무는 한해 동안,
또 어떤 풀은 두해를 나는 게 고작이었다.
풀꽃들은 씨를 퍼뜨린 원래의 것이 죽어도 그 자리에서 씨앗이 다시 싹을 틔워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되살아나곤 했다.
p. 36
고둥이나 우렁이, 갯지렁이도 뻘흙을 헤치고 가느다란 길을 내며 이동했고,
조개 중의 보배라는 백합, 갯벌 어디서나 나오는 바지락, 가무락조개, 동죽,
그리고 건드리면 물총을 찍 쏘아대는 맛조개 등속이 썰물 나간 모래와 뻘흙에서 나와
이렇게 우리는 살아 있다고 사방에 움직였다.
p. 39
하루살이는 물속에서 세해를 애벌레로 지냈다. 그러고는
방금 밖으로 나와 껍질을 벗고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것은 번식하기 위해여 지금부터 몇시간을 살아내야 한다.
그 벌레에게 물속은 한때도 편할 날이 없었을 것이다.
알이었을 때부터 그랬고 애벌레가 되어서도 늘 쫒겨 다니기만 했다.
물고기, 올챙이, 개구리, 잠자리 애벌레, 방개, 소금쟁이 모두가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었다.
물 밖에 나와서도 형편은 같았다. 잠자리, 거미, 작은 새, 모두 하루살이를 먹으려고 덤볐다.
그런데 정작 하루살이는 입이 없어서 무엇이든 먹을 수가 없었다.
하루살이는 삼년을 물속에서 살다가 껍질을 벗고 물 밖으로 나와 짝을 찾아 교미하고
알을 낳고는 곧 사라진다. 수컷은 짝짓기 직후에 죽어버리고 암컷은 물속에 알을 낳고는 죽는다.
지상의 시간으로 빠르게는 두 시간에서길게는 하루 반쯤 살 수 있었다.
p. 45
팽나무는 서리 내린 늦가을에 이미 꽃은 시들어버리고 줄기까지 말라가던
갯개미취가 스러지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잘 있어. 그동안 고마웠어.
갯개미취가 맥없이 허리를 꺽자 팽나무는 대답을 전했다.
괜찮아, 너는 그 자리에 씨를 뿌렸을 테니 봄이 오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그건 내가 아니겠지만 나처럼 대해줘.
p. 73
은적사가 큰절은 아니지만 지어진 세월도 천여년이 넘고
인근에 부농들이 많아서 산골 오지의 절보다는 살림이 포실할 듯했다.
p. 92
도요새들은 맹그로브 숲과 갯벌을 왕래하며 하루 종일 먹기만 했다.
가슴과 배에 기름이 차오르고 내장이 가볍게 축소되었을 때
그들은 이동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