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3 시즌 - 세 번째 모임
할매
저자 : 황석영이 모임의 발제문이 올라왔어요
발제문 보러 가기장소 로컬스티치 홍대2호점
장소 로컬스티치 홍대2호점
생과 사가 반복되며, 한없이 겸허해진다 『할매』
2오랜만에 한국 거장 작가의 책을 읽었는데,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눈과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기분이었다. 자연의 묘사가 너무나 아름답고 단어의 쓰임이 수려했다. 정갈한 한정식을 먹으면 속이 편안한 것처럼, 한국어 번역체인 문장이 아닌 원서가 한국어인 문장의 정수를 맛본 기분이다. 내용적으로는 수많은 생과 사들이 그림의 수채화 붓자국처럼 겹치고 겹쳐져서 하나의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거대한 자연에 둘러쌓인 듯 그 안에서 한없이 겸허해지는 기분이었다. 결국 인간도 거대한 자연의 일부이며,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일 뿐인 것을. ...
할매
1올해 들어 비슷한 계열의 책을 연달아 읽고 있다. 월든과 할매. 비슷한 듯 다른 두 책을 읽었다. 숲을 관찰하는 일이 많아지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봄은 나에게 길게 느껴진다. 계절을 통째로 흡수하고 만져본다. 겨울 내 숨어있던 푸릇함이 생명력으로 다가오게 되고, 따뜻한 햇볕과 푸근한 바람이 좋은 듯 지저귀는 새들까지 여름이 언제 올까, 두렵기도 하면서 동시에 여름만의 장점들이 기대된다. 숨이 턱 막히는 순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게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가지고있기에. 소설 속 뒷이야기들은 조금 무겁게 느...
엎드리면 사람도 미물임을 깨닫는다
1이름은 자주 부르면서 기억된다 국민학교에 다닐 때가 생각났다. 선생님은 교과서에서 새로운 낱말을 보면, '국어사전'에서 그 뜻을 찾아서 공책에 옮겨 적는 숙제를 내주시곤 했다.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사전은 얇은 종이(인도지, India Paper)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낱장이 구겨지거나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했다. 두꺼운 사전에서 찾는 낱말의 위치가 어디쯤일지를 찍어서 펼치고는 앞뒤로 넘기면서 그 낱말을 찾는 일은 꽤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한글로 된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에 했던 사전 찾기를 다시 했다. ...
마음속 생태계
2시 쓰기를 좋아했던 창수, 어릴적 할미에게 "창수 안에는 또 하나의 세상이 있당께"라는 말을 들은 뒤로 서툰 시를 써왔다. 창수에게 시는 궁금한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구였다. 시에는 유독 갯벌이 많이 등장하는데, 문학소녀 출신 할미가 터잡고 생계를 유지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창수의 세상에는 갯벌의 형상이 자리 잡혀왔고, 문학과 돌봄이 자라나는 마음속 생태계의 중심이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돌아가신 할미도 창수 세상 속 갯벌에 터 잡아 살고 계셨다. 취업 후 밀려드는 업무와 공부에 창수는 압도되어갔다. AI의 ...
팽할매에게 묻다 –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시간
1나: 팽할매, 600년을 살았다고 했지. 그 긴 시간 동안 인간을 지켜보는 기분은 어때?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을 보았을테니까말야. 팽할매:기분이라기보다는… 그저 쌓이는 것이지. 너희는 늘 새로운 시대를 산다고 말하지만, 내게는 그저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나: 그래? 우리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기술문명으로 인간은 더 편리해졌고 지금은 AI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장담할 수 가 없어. 그럼에도 할매 눈에는 다 비슷하게 보이는 거야? 팽할매: 겉모양만 다르지. 사람들은 늘 사랑하고, 싸우고...
생명이 이어지는 시간
1이 책을 읽는 동안 시간의 감각이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일생을 주된 관점으로 시간을 의식할 것 같다. 이를테면, 나의 인생, 나의 하루, 내가 겪는 시간, 앞으로 살아갈 시간 같은 것이다. 그게 시간을 인식하는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일 텐데, 할매를 읽다 보면 한 사람의 생애가 아닌 600년이 타임랩스처럼 속도감 있게 흘러가는 시공간 한가운데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개별적인 생명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 같으면서도 그보다 더 넓은 범위의 순환되는 어떤 섭리를 지켜보는 ...
인연과 무지에 대하여.
15월 1일 오후 8시부터 9시 30분까지 성당에서 강의를 들었다. 주제는 병인박해. 강사는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프란치스코) 신부님. 한국 교회사를 4번에 걸쳐 강의하는데 그 마지막 날, 한국 가톨릭 역사상 가장 크고 많은 사람이 박해를 받은, 1866년부터 8년간 지속된 병인박해를 다루었다. 한국 가톨릭은 선교가 아닌 공부에 의해 자발적으로 일어난 자발적 교회이고 무명의 순교자가 많은 독특한 교회이다. 그 날 밤 이불에 누워 『할매』를 읽는다. 말도 안 돼? 방금 들은 병인박해가 여기서 왜 나와? 새와 바다와 나무 이...
<월든 > 생명력의 뿌리를 찾아서
1소로는 월든 호수를 감싼, 그 깊은 숲으로 왜 들어갔을까? “삶의 본질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기 위해서 였다”라고 그는 말한다. 삶의 본질이란 도대체무엇일까? 자기 본성대로 살면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살아있음은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걸까? 꼭 숲으로 가야만 했나? 도시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수많은 기준을 주고 거기에 맞춰 살아야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정받는다. 인간은 몸과 영혼으로 되어있다. 소로는 본인의 본인의 영혼을 찾고 싶은 것이다. 오래전 정호승 시인 책을 읽다가 봤다. “내가 시를 쓸 수 있는 원동력은 대구...
말랑한 죽음, 촉촉한 죽음
1육백 년. 사람과 사람이 아닌 것들이 태어나고 죽는 동안, 군산 하제의 그 팽나무 뿌리는 땅 속 흙을 잘근잘근 씹었겠다. 팽나무는 흙 속 양분을 뿌리부터 끌어올려 제 몸통을 총알도 뚫지 못할 만큼 굵게 키우고 옆구리에는 가지를 내고, 가지 위로는 잎을 내고 매년 열매를 떨궜을 테다. 소설 속의 개똥지빠귀, 하루살이, 갯개미취꽃, 몽각스님, 마도요새, 유분도와 유분도 가족, 배춘삼과 배춘삼의 아들의 몸이 숨을 다해 땅에 쓰러질 때 팽나무는 그들의 죽은 몸뚱아리와 사연을 양분으로 매년 열매를 맺고 후세에 나눴다. 육백년, 죽은 몸...
전봇대와 할매
1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자연을 표현하는 부분이었다. 어떤 나무인지, 어떤 새들인지 묘사하는 부분을 보며 바로 전에 읽었던 월든이 생각나서 괜히 반갑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책도 좋은 에너지를 받게 되겠구나 하는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용은 많이 어둡고 현실적이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았고,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감정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집중하게 되었다. 가슴 아픈 부분들도 많았는데,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내가 함부로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같은 말을 할 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