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마지막에 다다랐다.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등장하는 인물들마저 뭔가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위해 설계된 것처럼 나타나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오뒷세우스가 구혼자들을 처단하는 장면을 보면서 아무리 오뒷세우스라도 혼자서는 힘들고 텔레마코스와 곁에서 함께해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오뒷세우스는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처음에는 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갔는지 답답했다. 가족끼리 무슨 말이 필요한가 싶었다. 읽다 보니 가슴이 찡해졌고 글로 이런 감정을 얻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생각났고 예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도 떠올랐다.
치매를 앓고 계셨던 할머니를 명절 일주일 전에 가족들과 함께 뵈러 간 적이 있다. 컨디션이 좋으셨을 때는 어머니를 그렇게 찾으셨다고 들었는데 막상 찾아뵈었을 때는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하셨다. 그게 얼마나 마음이 아픈 일인지, 어머니는 또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명절에 가족들을 만났을 때는 예전과 조금 다른 마음이 들었다.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순간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매번 뭐라고 하던 가족들도 이번에는 내 여정을 알아차린 듯 별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책의 마지막은 멘토르로 끝이 났다.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다. 멘토르가 주인공도 아닌데 왜 멘토르로 끝나는 걸까 싶었다. 그러다 오뒷세우스의 여정을 돌아보면서 곁에서 함께해 주고 이끌어 주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길어진 여정에 지쳐 나약해진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많이 약해진 것 같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산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산에 오르다가 직전에 먹은 삼각김밥이 체했는지 어지럽고 계속 토할 것만 같았다. 실제로 중간에 토하면서도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정상에 섰을 때 느낀 성취감은 평소와는 차원이 달랐다.
다들 내려가서 쉬고 있으라고 했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정상에 오르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친구 한 명이 남아서 내 속도에 맞춰 함께 올라가 주었다. 멈춰서 토할 때 등을 두드려 주기도 했다. 몸도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었지만, 옆에서 같이 걸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게 큰 힘이 되었다.
산을 오르면서 지금 나의 여정도 비슷하지 않나 싶었다. 결국 내가 걸어가야 하는 길은 내가 걸어가야겠지만 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하는 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뒷세우스도 함께 싸워준 사람들이 있었고 나에게도 힘든 순간 곁에 있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등산을 통해 인생을 조금 배운 듯했다.
이번 시즌에 읽은 오뒷세이아는 나의 긴 여정 속에서 버틸 힘을 주었던 책이다. 아직 나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가족과 친구처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 자신을 믿고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이 여정을 끝까지 걸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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