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니 로비 복도 우편함에 뭐가 들어 있다.
열어 보니 자그마한 사진 엽서다.
낯익은 깨알 글씨로 가득한 사연 오른편 위쪽에 밝은 보라색으로 우체국 소인 두 개가 엇비슷하게 겹쳐 찍혀 있다.
들여다 보니 하나는 '동해우체국-요금후납'이라는 글자가 박혀 있고, 그보다 약간 더 큰 도장엔 '추암 일출, 동해, 2024.6.5'라는 글자며 숫자와 함께 바다 위로 솟은 바위섬인 추암을 그려 넣은 판화가 새겨져 있다.
엽서 맨 아래엔 이런 안내문과 함께:
"이 관광엽서를 '행복+우체통'에 넣으시면 동해관광의 즐거움과 행복한 추억을 1년 후 전해드립니다."
1년이 조금 지나긴 했지만 약속대로 '1년 후' 수신처에 무사히 잘 도착한 셈이다.
함박 미소를 입가에 물고 왼편에 적힌 깨알 글씨를 읽어 내려간다.
"오늘은 2024년 5월 19일 일요일 날씨 [햇님 모양의 그림], 이곳은 동해 묵호전망대 [이번엔 등대 그림]
계단에 앉아 편지글 시작합니다."
이렇게 첫 줄을 시작한 글은 마지막 행을 이렇게 맺었다.
"엽서가 1년 후 잘 도착하고, 우편함에 있는 이 녀석을 잘 발견해주시길."
오래전 북유럽 여행 때 만난 가족 일행 중 '꼬맹이'로 만난 친구가 어른이 된 지 오래인 지금까지도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다가는 간간이 이렇게 현지에서 엽서를 보내오곤 한다. 그때마다 감동으로 울컥한다.
이번엔 묵호다. 나도 가본 곳이어서 더 반갑다.
등대 앞 계단에 앉아 엽서를 써 내려가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빛의 속도로 오가면서도 잠시도 기다리기를 어려워하는 이 시대에, 1년이 넘게 걸려 도착한 이 거북이, 아니 달팽이 엽서에는 1년이라는 긴 시간이 누적되어 생긴 무게와 밀도가 소복이 담겨 있는 것만 같다. 그런 시간을 지금 너는 어떻게 보내고 있는 거니? 작은 엽서 앞에서 나는 고개 숙인 '꼬맹이'가 된다.
이 모든 것이 1년 전 그 친구의 무심하지 않았던 시선과 정성 어린 손길이 낳은 결과다. 그로 인해 오늘 내 일상은 별안간 특별한 색을 더하게 되었고, 그만큼 내가 보는 세상은 한결 더 아름다워졌다. 내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도 깨알 같은 아름다운 변화의 씨앗이 착지하지는 않았을지.
삶은, 그리고 세상은 우리가 행하는 것들로 이뤄진다.
우선 감사의 문자를 보낸다.
장마가 끝나는 대로 보기로 했다.
열어 보니 자그마한 사진 엽서다.
낯익은 깨알 글씨로 가득한 사연 오른편 위쪽에 밝은 보라색으로 우체국 소인 두 개가 엇비슷하게 겹쳐 찍혀 있다.
들여다 보니 하나는 '동해우체국-요금후납'이라는 글자가 박혀 있고, 그보다 약간 더 큰 도장엔 '추암 일출, 동해, 2024.6.5'라는 글자며 숫자와 함께 바다 위로 솟은 바위섬인 추암을 그려 넣은 판화가 새겨져 있다.
엽서 맨 아래엔 이런 안내문과 함께:
"이 관광엽서를 '행복+우체통'에 넣으시면 동해관광의 즐거움과 행복한 추억을 1년 후 전해드립니다."
1년이 조금 지나긴 했지만 약속대로 '1년 후' 수신처에 무사히 잘 도착한 셈이다.
함박 미소를 입가에 물고 왼편에 적힌 깨알 글씨를 읽어 내려간다.
"오늘은 2024년 5월 19일 일요일 날씨 [햇님 모양의 그림], 이곳은 동해 묵호전망대 [이번엔 등대 그림]
계단에 앉아 편지글 시작합니다."
이렇게 첫 줄을 시작한 글은 마지막 행을 이렇게 맺었다.
"엽서가 1년 후 잘 도착하고, 우편함에 있는 이 녀석을 잘 발견해주시길."
오래전 북유럽 여행 때 만난 가족 일행 중 '꼬맹이'로 만난 친구가 어른이 된 지 오래인 지금까지도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다가는 간간이 이렇게 현지에서 엽서를 보내오곤 한다. 그때마다 감동으로 울컥한다.
이번엔 묵호다. 나도 가본 곳이어서 더 반갑다.
등대 앞 계단에 앉아 엽서를 써 내려가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빛의 속도로 오가면서도 잠시도 기다리기를 어려워하는 이 시대에, 1년이 넘게 걸려 도착한 이 거북이, 아니 달팽이 엽서에는 1년이라는 긴 시간이 누적되어 생긴 무게와 밀도가 소복이 담겨 있는 것만 같다. 그런 시간을 지금 너는 어떻게 보내고 있는 거니? 작은 엽서 앞에서 나는 고개 숙인 '꼬맹이'가 된다.
이 모든 것이 1년 전 그 친구의 무심하지 않았던 시선과 정성 어린 손길이 낳은 결과다. 그로 인해 오늘 내 일상은 별안간 특별한 색을 더하게 되었고, 그만큼 내가 보는 세상은 한결 더 아름다워졌다. 내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도 깨알 같은 아름다운 변화의 씨앗이 착지하지는 않았을지.
삶은, 그리고 세상은 우리가 행하는 것들로 이뤄진다.
우선 감사의 문자를 보낸다.
장마가 끝나는 대로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