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뜯겨나간 청새치

더듬이
2025-08-06 20:26
헤밍웨이의 마지막 작품 <노인과 바다>에서 주인공인 늙은 어부는 초대형 청새치와 사투 끝에 낚는 데 성공하지만 선체에 묶어 돌아오는 도중 피냄새를 맡고 몰려온 상어떼에 살이 뜯겨 결국 항구에 도착했을 때는 뼈만 남게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주의를 조각조각 빼앗기다 보면 삶은 형해화한다.

삶은 시간과 주의로 구성된다.
시간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고, 주의는 내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주의는 평소 마음의 눈(관심)을 어디에 두고 어디를 향하느냐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음의 눈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두 눈의 시선을 언제 어디, 무엇에 두고 있느냐에 의해 좌우된다.
대개 몸이 가는 곳에 마음이 따라가듯, 시선이 가는 곳에 주의는 따라간다.
첨단의 기술로 사람들의 시선과 주의를 노략질해서 수익을 올리고 그것을 무한 경쟁하는 경제 구조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 사실을 의식하고 경계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것에 별 생각 없이 주의를 분할해 나눠주다 보면 결국 자기 수중에 남는 것이라곤 없다.
시나브로 인생의 항해가 끝나고 항구로 귀환할 때 자신의 모습이란 온통 살이 뜯겨나가고 뼈만 남은 청새치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목록
댓글
이전 글
감사
다음 글
노젓기